도시는 간판으로 나이를 먹는다는 생각이 듭니다 스티브 2026-07-30 스티브 0 2 07.30 09:48 버스를 타면 창밖의 간판을 구경하는 습관이 있습니다. 매일 보는 똑같은 거리처럼 보이지만,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사람들의 취향과 표현 방식이 얼마나 다양한지 새삼 느끼게 됩니다. 김밥집은 가게 이름보다 '김밥'이라는 두 글자를 더 크게 내세우고, 부동산은 창문 가득 자신들이 하는 일을 메뉴판처럼 빼곡하게 소개합니다. 어떤 곳은 영어를, 어떤 곳은 한글을 고집합니다. 아직도 '네비게이션', 'PC방' 같은 이름을 그대로 달고 있는 간판도 종종 눈에 띕니다. 이런 작은 차이들을 보고 있으면 간판은 단순히 가게를 알리는 표지판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안에는 시대의 언어가 담겨 있고, 사람들의 취향이 스며 있으며, 장사를 대하는 방식과 공간의 분위기까지 함께 쌓여 있습니다. 그렇게 간판은 도시와 함께 조금씩 변해갑니다. 버스 창밖을 스쳐 지나가는 수많은 간판은 도시가 오늘도 조용히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하나의 풍경처럼 보여줍니다. 그래서일까요. 문득 도시는 건물이 아니라 간판으로 나이를 먹는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