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urnal [두리안] 건축하는 인간 (Feat. 어린 왕자) 썰토리텔링 2024-08-22 Keywords 두리안 두리안에디터 건축하는인간 어린왕자 건축 집 새둥지 혹성탈출 즐거움 꿈 건축가 코끼리 보아뱀 발견 집 앞에 있는 공원을 산책하다 보면 새둥지를 여기저기서 볼 수 있는데 여기에 궁금증이 든다. 그것은 ‘새들은 왜 집을 지을까?’이다. 나무 이곳저곳에 새둥지들이 있긴 하지만 나는 새가 둥지에 있는 모습을 본적이 없기 때문이다. 새가 나뭇가지를 물어 집을 짓는 것은 여러 번 보긴 했지만 이것을 완성해 입주해 있는 모습은 보지 못했다. 둥지를 다른 새가 대신 사용하는 것 같지도 않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우리집 앞 공원의 새둥지는 그 숫자가 점점 늘어가는 것 같다.자연은 위대한 건축가다. 나무 꼭대기에 집을 짓는 까지는 철골을 다루듯 나뭇가지를 엮으면서 한겨울 강한 바람에도 부서지지 않을 만큼 튼튼하다. 아프리카 흰개미는 빌딩으로 집을 지어 환기 시스템을 갖추어 내부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시키며 수십 수백만 마리가 함께 생활한다. 북아메리카에 서식하는 프레리도그는 땅속에 공동주택을 지어 생활하며 침실, 창고, 화장실을 만들어 여러 마리가 함께 생활하는데 거주자임을 확인되야 출입이 가능하다. 오스트레일리아 웜뱃은 땅속에 쉘터를 만들면서 산불과 같은 재난에 작은 동물들의 대피 공간이 되기도 한다.인간 역시 역사와 진화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건축이다. 이렇듯 건축만큼 강력한 유산은 없다. 만약 인간이 건축을 유산으로 남기지 않았다면 과연 우리는 역사를 평가할 수 있었을까? 영화 <혹성 탈출>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 테일리가 해변에서 자유의 여신상을 발견하는 것이 영화 역사상 최고의 반전으로 손꼽히는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 인간은 이동하며 건축을 남겼다. 그리고 건축은 인류사에 광범위하게 영향을 끼쳤다. 이처럼 우리는 생각하는 인간, 사회적 인간인 동시에 ‘건축하는 인간’인 것이다.이렇듯 건축은 즐거움의 대상이어야 한다. 건축에도 우리는 ‘맛있게 먹으면 0칼로리’, ‘가장 즐겁게 논사람이 금메달’과 같은 즐거운 외침이 필요하다. 건축이 갓난 아기의 요람처럼 누워서 뒹구는 것으로 우리를 충전시키고, 어린 아이의 채집통처럼 자유롭게 들판을 누비며 세상의 신기한 것들을 경험하게 하고, 좋아하는 친구들을 불러 밤새 함께 즐길 수 있게 하면 좋겠다. 건축이 우리의 소중한 꿈이 담긴 어린 왕자의 모습이면 좋을 것 같다. 어린 왕자의 스토리를 상상해 본다.“우리는 모두 건축가를 꿈꾼다. 나 역시도 여섯 살에 건축가가 꿈이었다. 나는 코끼리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입구가 커다란 집을 그렸다. 그러나 아무도 이것을 집으로 이해해 주는 사람이 없어 더 이상 건축가를 꿈꾸지 않았다. 그러다 나는 비행기 조정사가 되어 사하라사막에 불시착하게 되면서 그곳에서 어린 왕자를 만날 수 있었다. 어린 왕자는 자신의 별을 떠나 다른 별들을 여행했는데, 일곱 번째로 찾은 지구에서 어린 왕자는 내게 그림을 그려 달라고 했다.”“나는 어렸을 때 그렸던 집을 그려 보여주었다. 어린 왕자는 나의 그림을 이해했고 좋아했다. 내가 코끼리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입구가 커다란 집을 그려 보여주자 어린 왕자는 코끼리가 들어갈 정도로 큰 보아뱀이라 했다. 우리는 해가 지는 걸 구경하고, 사막을 가로질러 높은 산에 올라도 보고, 길 끝에 있는 정원과 꽃도 함께 보았다. 그러면서 우리는 그곳에 어울리는 집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그림도 함께 그렸다. 그리고 어린 왕자는 집에 대한 많은 꿈을 가지고 자기 별로 돌아갔다.” 발견에서 모든 일이 시작된다. 마치 큰 종이에 그림을 그리듯 붓으로 색을 칠해 가는 것으로 그림이 완성되는 것이다. 건축에 대해서도 우리는 발견을 멈추지 않는다. 우리가 한곳에 정주하지 않는 것과 같이 건축에 대해서도 우리는 현재에 머물지 않고 꿈꾸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다. 우리의 많은 꿈들이 담긴 건축, 그 건축에 더 많은 즐거움이 담기면 좋겠다. [이미지 출처: The Little Prince 페이스북] 에디터 두리 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