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urnal [두리안] 선배가 치킨집 사장이 되려고 한다 썰토리텔링 2024-08-08 Keywords 두리안 두리안에디터 치킨집 치킨집사장 자영업 경쟁 퇴직 창업 인생2막 코스닭 곰소소금 개성 최근 뉴스에서 따르면 치킨집 사장도 낮엔 알바를 한다고 한다. 매출 감소와 소비침체로 경영이 어려워지면서 부업에 매달리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엔 치킨집이 많아도 너무 많다. 전 세계 맥도날드 매장보다 우리나라 치킨집 수가 많을 정도로 치킨집은 포화 상태가 된지 오래다. 경쟁도 치열할 수밖에 없다. 보통 메뉴 앞에 하나의 지역명과 같은 대명사가 붙게 마련인데 치킨만큼은 이것의 개수를 세기가 힘들 정도다. 그런데도 ‘나도 퇴직 후 치킨집이나 해볼까?’하는 직장인들의 18번은 계속된다.나의 직장 선배도 퇴직을 하면 치킨집 사장이 되겠다고 한다. 처음엔 남의 얘기를 잠깐 따라하는 거라 여겼지만 수년째 선배가 같은 얘기를 반복하는 것을 보면 허투루 하는 말 같지는 않다. 많은 사람이 뛰어들고 실패의 가능성도 높은 만큼 고민이 많을 법도 하지만 선배는 이것에는 초연한듯 치킨집 사장을 소일거리로 하겠다고 한다. 창업하는 사람의 절반 이상이 20·30세대인 상황에서 내겐 선배의 선택과 경쟁이 결코 쉬워 보이지 않는다. 이미 서점에는 어떤 장사를 하고 어떤 메뉴를 팔 것인지 창업과 관련해 많은 안내서들이 나와 있고 심지어 ‘치킨집 사장’을 타이틀로 쓰여진 책이 있을 정도다. 창업의 아이디어부터 레시피까지 많은 것들을 책에 담고 있지만 이것이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치킨의 민족이라 할 수 있는 대한민국 국민들의 취향을 저격할 수 있어야 한다. 서비스와 마케팅은 물론 고객 맞춤과 친환경인 ESG와 같은 변화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선배의 치킨집에는 이것과 관련된 어떠한 특별함이 없다. 반대로 소일거리로 가게를 운영하는 것에 모든 것을 맞추고 있는 듯하다. 선배의 생각은 이렇다. 편의점에 있는 파라솔 테이블과 의자를 가게 앞에 펼쳐 놓고는 치킨집 사장인 선배는 시원한 맥주를 마시며 손님을 기다린다. 손님이 오면 잠깐 들어가 주문을 받아 치킨을 튀겨 주고는 다시 밖으로 나와 마시던 맥주를 마신다. 그런데 이것을 몇 일 반복하면 참새가 방앗간을 못 지나가듯 동네에 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찾아온다는 것이다. 그러면 처음엔 술안주로 치킨을 몇 조각을 내놓고 다음날에는 먹태를 또 다음날엔 치즈를 조금씩 내오면서 가게의 구색을 갖추겠다는 게 선배의 생각이다.처음에는 ‘에이 이게 되겠어’ 하며 반신반의했던 선배의 생각이 시간이 지나자 설득력을 갖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선배가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무림의 고수같이 느껴졌다. 복잡하지 않은 장소에 노부부가 했음직한 오래된 가게를 인수해 치킨집 사장으로 2막의 인생을 살아가는 모습이다. 남이 보기에는 평범하기 그지없는 여느 아저씨의 모습으로 절대무공을 숨기며 살아 간다. 그러면서 치킨집 하는 것을 반대하고 말리는 사람들의 말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꿈을 묵묵히 실행해 가는 것이다.사람들이 치킨집을 많이 한다고 해서 일이 쉬울 리 만무하다.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새롭게 성공한다는 것 역시 어려운 일이다. 까다롭고 빠르게 변해가는 취향과 트렌드를 따라가는 것 역시 다르지 않다. 그래서 거창하게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면 차라리 개성을 찾는 것이 옳은 선택인지도 모른다. 치킨집의 이름, 치킨집의 생김새, 치킨을 튀기는 방법, 요리를 내놓은 방법을 다르게 접근해 보는 것이다. 그러면서 상대와 똑 같은 방식으로 경쟁하는 것이 아닌 선배처럼 대하는 전략이 필요한지도 모른다.치킨집 이름을 코스닭이라 짓고 주식장처럼 그날그날 오르고 내리는 가격을 치킨에 적용해 보는 것은 어떨까? 빨간색과 파란색으로 소스를 나누어 준비해 두었다 그날 장에 맞추어 내놓는 것이다. 주식이 오른 날은 기분 좋게 또 내린 날은 위로 받으며 치킨에 맥주를 곁들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코스닭에 개미투자자들이 더 많이 모이는 공간이 되지 않을까 한다. 또 치킨의 맛을 결정짓는 소금을 타이틀로 내세워 보면 어떨까? 서해안 청정 해역에서 생산해 미네랄과 영양소가 풍부한 곰소 소금을 사용해 치킨의 맛을 특별하게 만들어 보는 것이다. 치킨에 지역적인 입맛을 더해도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음식에 풍미를 더할 수 있는 향신료와 향채소인 방아와 제피 등을 취향에 맞게 즐길 수 있게 해도 좋겠다. 새롭게 도전하는 치킨집 사장님들이 각자마다 다른 개성으로 존재하고 사랑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 [이미지 출처: architonic.com 홈페이지] 에디터 두리 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