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urnal [두리안] 모듈(Module)은 어떤 힘을 지녔을까? 썰토리텔링 2024-05-10 Keywords 두리안 두리안에디터 모듈 Module 호기심 카드 레고 성냥개비 취미 중독 화투 도박 모듈(Module)에 대한 나의 기억은 좀 특별하다. 모듈에 많은 기술들이 집약되어 있다는 것을 학교서 배우기도 전에 나는 이것에 엄청난 중독성이 있다는 걸 먼저 알았다. 아버지는 직사각형의 빨간색에 그림이 그려진 것을 무척 좋아하셨다. 그래서 이것에 빠져 밤을 새고 오는 날이 많았다. 한번은 내가 우연히 방에서 이것이 담긴 상자를 발견한 적이 있었다. 이것은 어린 아이의 눈으로 봐도 디자인이 별로였다. 손안에 속 들어갈 정도의 작은 크기라는 것 말고는 어린 눈썰미에도 B급이 분명해 보였다. 이것을 담은 상자는 입구가 좁아 열고 닫는 것도 어려웠고 여기에 그려진 그림은 눈이 아플 정도로 화려했다. 이런 것에 집중하며 밤을 새기 위해서는 분명 초능력 같은 게 있어야 가능할 것 같았다.나는 호기심에 이것을 꺼내 바닥에 펼쳐 보았는데 그때 마침 어머니와 마주치면서 분위기가 싸해졌다. 그리고는 순식간에 바닥에 가지런히 놓여 있던 것들이 문밖으로 던져졌다. 이것이 날아가 벽면에 부딪칠 때는 마치 닌자가 던진 표창이 날아가 꽂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이것이 벽과 부딪치며 내는 소리는 모두가 주눅들게 했다. 게임에서 이것을 바닥에 던지듯 내려 놓는 것도 같은 이유이기 때문에 만약 이 소리가 없다면 게임에 재미는 반감될 게 분명해 보였다. 이것을 가지고 영화 트랜스포머를 만들 수도 있을 것 같다. 무한의 잠재력을 가진 카드(큐브)가 지구에 떨어지면서 이것을 즐기려는 디셉티콘과 이것을 막기 위한 오토봇 사이에서 전쟁이 펼쳐진다. 아버지는 카드를 펼치기 위해 어두운 도박장 안으로 몰래 숨어들어 대결을 펼치려 하지만 이것이 어머니에게 발각되면서 미션은 미완으로 끝나 버린다. 이것에도 사건의 지평선이 존재하는 것 같다. 똑같은 모양의 모듈은 그저 평범하고 평온해 보이지만 이것의 뒷면은 모든 것을 삼켜 버리는 블랙홀과 같기 때문이다. 배우 김윤석의 연기처럼 "손모가지 한번 잘라줘야 하는데, 오늘이 그날인가?"하는 강하고 섬뜩한 인상마저 든다. 그리고 게임이 가진 최고의 묘미는 열세의 상황에서 반전의 카드를 꺼내 드는 것이 아닐까? 열세인 상황에서는 정공법으로는 상대를 이길 수 없는데 모듈 또한 정공법이 통하지 않는 것 같다. 레고(Lego)는 작은 목공소에서 자투리 나무로 만든 장난감으로 시작해 블록 장난감의 대명사가 될 수 있었다. 그리고 레고가 빌룬(Billund)이라는 덴마크의 작은 마을을 국제공항을 갖춘 기업도시로 성장시킨것 역시 결코 우연이 아니다. 타사 블록 장난감에 낮은 품질의 문제가 생기자 레고는 정공법 대신 타사 제품의 블록들을 포함해 중국산 짝퉁까지도 호환이 가능하게 했다. 무한한 가능성으로 세대를 초월하겠다는 레고의 철학이 모듈인 폭넓은 호환성에 있음을 보여주는 예이다. 어쩌면 모듈의 확장성과 범위는 우리의 생각에 달렸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이것에 한계를 두지 않는다면 모듈의 한계 역시도 사라지게 된다. 그리고 모듈을 하나의 공백이나 비워진 상태로 봐도 좋을 것 같다. 캔버스와 같이 우리는 이것을 상상과 그림으로 채울 수 있기 때문이다. 얼마전 성냥개비 쌓기 기네스북 신기록에 관한 뉴스를 본적이 있는데 사진에 찍힌 성냥개비의 크기가 압권이었다. 그런데 몇일 후 이것이 기록으로 인정받지 못했다는 정정기사가 다시 실렸다. 성냥개비 쌓기에 사용된 것이 진짜가 아니라는 이유였다. 성냥에 있는 빨간색 머리가 없는 것이 문제였다. 뉴스를 보자 순간 화가 차올랐다. 이것을 보고 대하는 사람들이 성냥 쌓기로 여기고 즐기면 되는 것 아닌가? 기네스가 기록에 진지해진다는 것은 도박을 보는 것처럼 무모해 보였다. 나는 오히려 우리에게 즐거움을 주고 추억을 기억하게 해준 것에 더 큰 상을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우리가 잊고 있던 소중한 과거의 기억을 찾아줘서 이것이 고맙기만 하다. 누구는 이것을 가지고 불장난을 하며 놀았을 것이고 또 누구는 라이터 대신 이것을 고집스럽게 사용했을 것이다. 사실 우리는 성냥개비를 불을 붙이는 용도 보다 다르게 더 많이 사용했던 것 같다. 영화에서 배우 주윤발이 멋지게 입에 물고 있던 것도 성냥개비였고 우리가 귀후비개 대신 쓰던 것 역시 성냥개비였다. 우리는 성냥개비의 정의를 불을 붙이는 용도가 아닌 이것을 입에 물었을 때 멋있고 귀 청소가 잘 되는지로 봐야 한다. 즉 우리는 성냥개비를 모듈로 그리고 이것의 확장성으로 평가해야 하는 것이다. 모듈에는 좋고 나쁨이 서로 충돌한다. 그리고 이것이 중독이 되기도 한다. 이것으로 소소함을 즐기는 것이라면 취미와 재미에 해당되지만, 단계를 넘어서면 중독이 된다. 우리는 애주가로 술을 즐기는 것일 수도 있지만 이것이 주정뱅이로 보일 수도 있다. 그리고 자연과 여행을 즐기는 캠퍼에서 차를 바꾸고 텐트를 짐으로 가득 채우게 되면 난민과 비슷해 보인다. 그래서 모듈은 누구에게는 자유롭지만 또 누구에게는 이것에 지배당하면서 지구의 운명이 걸린 거대한 전쟁의 대상이기도 하다. 내게는 모듈이 프라이팬 위에 막 올려 놓은 부침 같다. 밥반찬과 술안주의 경계에 있는 부침ㅋㅋ 당신에게는 모듈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당신은 모듈을 지배하는가 아니면 모듈에 지배당하는가? [이미지 출처: bicycle cards 홈페이지] 에디터 두리 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