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 명작의 재탄생, 미래를 위한 타임캡슐 ‘루나루나(LUNA LUNA)’ 미술 전시 2024-04-12 Keywords 루나루나 LUNALUNA 놀이공원 놀이기구 안드레헬러 AndreHeller 아방가르드 키스헤링 KeithHaring 회전목마 장미셀바스키아 JeanMichelBasquiat 관람차 데이비드호크니 DavidHockney 마법의나무 살바도르달리 SalvadorDali 루나파빌리온 이상화 이상화에디터 하마터면 사라질 뻔했던 예술 작품이 구사일생으로 살아나 세상에 나오는 경우가 있다. 창고에 숨어 있던 작품이 세상 밖으로 나오기도 하고 위작 취급을 받던 것이 진품으로 밝혀지기도 한다. 16세기 네덜란드 거장 오토 판 펜의 작품인 ‘아포로와 비너스’가 운영자인 로버트 워런에 의해 미국의 한 미술관 창고에서 발견됐다. 위작 취급을 받으며 네덜란드 브레디우스 미술관 창고에 보관되던 ‘십자가에 달려 있는 예수’는 큐레이터 제로엔 길타이에 의해 101년만에 렘브란트가 그린 진품으로 밝혀졌다.잊혀질 뻔했던 과거의 작품들이 발견되면서 우리가 과거의 것을 새롭게 대면할 수 있다. 명작에는 이것을 탄생시킨 사람들의 위대한 노력이 숨어있다. 그리고 어떤 경우에는 이들의 노력이 위대한 예술가와 작품을 지키고 알리기도 한다. 사라지지 않고 화려하게 제2의 인생을 사는 것을 보면 천만다행이다 라는 생각에 감탄사가 터져 나온다.컨테이너에 분해되어 텍사스의 창고에 보관되던 ‘루나루나’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출처: LUNA LUNA 홈페이지]이것의 대표 스토리는 우리가 잘 아는 반 고흐이지 않을까? 우리는 기록들을 통해 지난 역사와 인물을 평가할 수 있는데 아무리 기록이 잘되어 있는 위인이라 하더라도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가 존재한다. 하물며 평범하거나 무명의 삶을 산 사람을 역사가 기억하기는 힘들다.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 1853년 ~ 1890년)는 무명의 예술가로 살다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생전에는 동료 화가에게 그림 한점을 판 게 유일할 정도로 인정받지 못했다. 하지만 그가 가장 힘든 시기에 그린 ‘가셰 박사의 초상’이 1990년 크리스티 뉴욕 경매에서 8,250만 달러(약 1,100억원)의 최고가를 경신하며 작품성과 천재성을 입증하게 된다. 고흐가 세상에 알려지게 된 데는 요한나 봉어(Johanna Bonger, 1862 ~ 1925년)의 노력이 있었다. 빈센트가 죽은 다음해 그를 지켜주던 동생 테오마저 잃게 되자 아내 요한나가 무명의 화가를 세상에 알리겠다는 결심을 한다. 그녀는 고향인 네덜란드로 돌아가 가족과 친구들에게 남긴 800여 통의 편지를 엮어 ‘빈센트 반 고흐_동생에게 보내는 편지’를 출간해 그의 그림에 대한 고뇌를 대중과 소통한다. 1892년 암스테르담에서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그의 예술성을 알렸다. 사라질 뻔했던 무명의 화가와 작품들이 요한나의 노력과 만나면서 ‘천재화가 빈센트 반 고흐’라는 거장의 타이틀을 얻을 수 있었다.1987년 독일 함부르크 공원에 전시되었던 ‘루나루나’는 전시를 마치고 44개의 컨테이너에 포장되어 텍사스 사막에 보관된다 [출처: LUNA LUNA 홈페이지]긴 시간 컨테이너 상자에 쌓여 있던 놀이기구가 세상 밖으로 나온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리고 이것이 유명 예술가들이 만든 작품이라면 얼마나 기대가 될까? 이렇게 전설처럼 떠돌던 이야기인 지상 최대의 예술 놀이공원 ‘루나루나(LUNA LUNA)’를 찾아낸 것은 미국의 유명 래퍼 드레이크(Drake)였다. 해체된 채로 컨테이너에 담겨 텍사스 사막에 방치되던 것을 35년만에 찾아낸 것이다. 그는 예술을 경험할 수 있는 독특하고 특별한 방법의 놀이공원에 매료되어 다양한 기술자와 예술가들이 모여 루나루나를 2022년 복원한다. ‘루나루나: 잊혀진 판타지(LUNA LUNA: Forgotten Fantasy)’가 2023년 12월말 로스앤젤레스(LA)에 재개장되면서 중단되었던 세계 투어를 다시 이어갈 예정이다. 오스트리아 출신의 예술가 안드레 헬러(Andre Heller)가 기획한 ‘루나루나’는 예술을 놀이기구에 접목시켜 ‘예술을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것’임을 알리는 프로젝트였다. 이렇게 만들어진 루나루나는 1987년 독일 함부르크 외곽의 공원에서 일반에 공개되었다. 라이프(Life)지는 루나루나를 ‘지구상에서 가장 아찔하고 눈부신 예술쇼’로 묘사했고 25만명이 놀이공원을 찾을 만큼 성공을 거두게 된다. 이후 미국과 유럽 등지로 순회 전시가 있을 예정이었으나 계약과 소송에 휘말리면서 무산되게 된다. 복원 작업을 거쳐 ‘루나 루나: 잊혀진 판타지’가 로스앤젤레스에 재개장되면서 36년 전 중단되었던 세계 투어를 다시 이어갈 예정이다 [출처: LUNA LUNA 홈페이지] 루나루나는 안드레 헬러가 예술과 어트렉션한 체험을 결합시킨 세상에 하나뿐인 놀이공원을 구상하면서 시작되었다. ‘이 시대 가장 위대한 예술가들’이라는 컨셉으로 유명 아티스트들을 예술 놀이공원 제작에 참여하게 하고 10년 넘게 세계를 다니며 아티스트를 섭외했다. 여기에 32명의 아티스트들이 응하면서 놀이공원이 예술작품으로 탄생하게 된다. 이렇게 키스 헤링의 회전목마, 장 미셀 바스키아의 관람차, 데이비드 호크니의 마법의 나무, 살바도르 달리의 파빌리온이 만들어졌다. 이것은 미술 작품이 미술관 벽면과 같이 실내의 한정된 공간에 전시하고 바라봐야 한다는 통념을 깬 실험적인 발상이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아방가르드의 예술 작품은 야외의 오픈된 공간에 전시되어 작품을 타고 즐길 수 있게 했다. 키스 헤링(Keith Haring)의 회전목마(Painted Carousel): 뉴욕에서 활동한 예술가인 키스 헤링은 누구나 어디서나 예술을 경험하게 하는 것을 모토로 그래프티에 창의성을 결합시켰다. 사랑, 성, 전쟁, 핵과 같은 이전까지 금기시되던 주제를 주저없이 사용했으며 픽토그램 같은 간결한 선과 강렬한 원색에 재치와 유머를 더함으로써 대중적인 인기를 얻었다. 루나루나를 위해 헤링은 그의 상징인 선과 그림을 사용하여 버블껌 핑크, 라임 그린, 오렌지 컬러의 의자가 달린 3차원의 캐릭터로 회전목마를 디자인했다. 회전목마의 중심에는 붓을 들고 있는 자신의 자화상이 그려져 있고 주변 벽면에는 다른 캐릭터의 픽토그램으로 채웠다.키스 해링이 디자인한 회전목마에는 그의 시그니처인 팝 스타일의 캐릭터로 채웠다 [출처: LUNA LUNA 홈페이지] 장 미셀 바스키아(Jean-Michel Basquiat)의 관람차(Painted Ferris wheel with music): 바스키에는 뉴욕 출신으로 키스 해링과 함께 활동한 1세대 그래피티 아티스트이다. 현대미술의 경계를 넘는 진보적인 그의 작품은 심플한 그림과 글씨, 상징적인 도형과 선명한 색채가 특징이다. SAMO를 만들어 본격적으로 그래피티를 시작했으며 인종문제를 비롯해 당시 사회상을 작품에 반영하고자 했다. 루나루나를 위해 바스키아는 그의 초기 작품인 재즈 음악가 찰리 파커(Charlie Parker)의 빌리 바운스(Billie’s Bounce)와 짐 크로우(Jim Crow)를 사용해 관람차를 디자인했다. 관람차에서는 마일스 데이비스(Miles Davis)의 '투투(Tutu)’를 들을 수 있다.장 미셀 바스키아가 그린 관람차, 좌측으로는 키스 해링의 픽토그램이 보인다 [출처: LUNA LUNA 홈페이지] 데이비드 호크니(David Hockney)의 마법의 나무(Enchanted Tree): 영국 출신의 데이비드 호크니는 현재도 활발히 활동중인 현대 미술의 거장으로 회화뿐만 아니라 사진, 판화, 일러스트, 무대디자인 등 다양한 장르에서 자리매김 하고 있다. 호크니의 ‘예술가의 초상’이 2018년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9030만 달러(한화 약 1078억원)에 낙찰되면서 세계에서 가장 비싼 화가라는 타이틀을 얻게 된다. 그의 작품은 추상과 구상의 경계를 넘나들며 강렬하고 생동감 넘치는 색감으로 사람들의 시선과 마음을 사로잡는다. 호크니는 루나루나를 위해 블루, 레드, 그린의 나무들로 장식된 체험형 파빌리온인 ‘마법의 나무’를 디자인했다. 원통형 내부를 곡선의 아치로 감싸고 조명과 함께 작곡가 요한과 요제프 슈트라우스(Johann & Josef Strauss)의 왈츠 모음이 흐르게 해 마법에 걸리게 했다. 데이비드 호크니가 디자인한 마법의 나무가 뒤쪽에 숲처럼 펼쳐져 있다 [출처: LUNA LUNA 홈페이지]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i)의 달리돔(Dalidom): 살바도르 달리는 스페인 출신의 초현실주의 예술가로 20세기 미술에 큰 족적을 남겼다. 달리는 프로이트의 잠재의식에 영감을 받아 왜곡된 형상에 물체를 결합시켰다. 녹아내리는 시계를 그린 ‘기억의 지속’와 ‘츄파춥스 로고’, ‘입술모양 소파’와 같이 회화, 제품, 패션, 가구, 영화, 광고 등 한계가 없는 예술가로서의 역량을 보여줬다. 달리돔으로 불리는 루나 파빌리온은 초현실적인 그림과 거울로 가득 차 있다. 그가 1939년 뉴욕 엑스포를 위해 디자인한 ‘꿈의 비너스 초현실주의 펀 하우스(Dream of Venus surrealist funhouse)가 발전된 모습이다. 지오데식 돔(Geodic dome)의 내부를 거울로 반사시키고 블루칩 오케스트라(Blue Chip Orchestra)의 음악이 나오게 했다. 살바도르 달리의 달리돔으로 불리는 루나 파빌리온 [출처: LUNA LUNA 홈페이지] 현대미술 거장들이 36년 전 디자인한 놀이기구가 복원되면서 루나루나의 무산되었던 과거의 꿈이 실현되었다. 아방가르드 미술과 결합된 놀이공원 루나루나는 3월 로스앤젤레스 전시를 마치고 미국 전역을 순회할 예정이다. 이어 영국의 '테이트 모던(Tate Modern)' 미술관의 도움을 받아 유럽 순회를 이어갈 예정이다. 예술을 테마로 펼친 루나루나는 예술이 무엇인지 그리고 예술과 어떻게 놀아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이다. 루나루나의 부활은 새로운 시작이 될 것이다. 에디터 이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