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urnal [dkb Archive 10] 주변을 다시 바라보다 Opinion 2026-09-02 Keywords dkbArchive 영화오디세이 잊었던 기억 중요한것의재발견 중요한기억 오래된꿈 좋은이름의조건 공간이담는이야기 오프라인공간 특별한만남 자연스러운만남 나만의이야기담기 파리기억 유스호스텔 하이네켄맥주 마법같은만남 기억속에잠든미래 지나온것의가치 이상화에디터 지나온 길에서 발견한 것영화 <오디세이>는 바다를 배경으로 서 있는 트로이 목마를 보여주며 시작한다. 지금의 튀르키예 서쪽에 위치한 고대 도시 트로이에서, 10년에 걸친 전쟁을 끝낸 오디세우스는 고향 이타카로 돌아가기 위해 길을 나선다. 하지만 이타카로 향하는 길은 쉽지 않았다. 귀환에는 다시 10년에 가까운 시간이 필요했다. 그는 키클롭스를 만나고, 키르케의 섬에 머물며, 세이렌의 노래를 지나고, 칼립소의 섬에서도 오랜 시간을 머문다. 또한 죽은 자들의 세계인 하데스로 향하기도 한다. 하나의 목적지를 향해 떠났지만, 그 길에서 계속 다양한 장소와 사건을 경험했다. 그곳으로 향하는 동안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수많은 선택을 하며, 예상하지 못했던 경험을 쌓았다. 특히 기억에 남는 곳은 칼립소의 섬이었다. 오디세우스는 자신이 지나온 시간과 소중한 것들을 잊은 채 그곳에 오랜 시간을 머물렀다. 그러다 잊고 있던 기억을 다시 떠올리며, 자신이 돌아가야 할 이유를 찾았다. 그가 찾았던 것이 단순히 고향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어쩌면 긴 여정 속에서 자신에게 진정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다시 발견하는 일이었을지도 모른다.나도 자연스럽게 지나온 시간을 되돌아보기 시작했다. 우리는 모든 것을 기억하며 살 수 없다. 어떤 것은 자연스럽게 잊힌다. 그러나 그중에는 정말 중요했음에도 잊고 살아가는 것들이 있다. 끊임없이 새로운 것만을 찾기 위해 앞만 바라보기보다, 한번쯤은 지나온 것들을 다시 바라보는 일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때 좋아했던 것, 마음을 움직였던 기억, 오래전에 꾸었던 꿈을 다시 꺼내보는 것이다. 어쩌면 그 안에 지금 내가 찾는 답이 있을지도 모른다.이름을 찾다 알게 된 것나는 좋은 이름을 찾기 위해 수많은 단어를 적어보고, 각 단어의 뜻도 살펴보고, 여러 번 발음해 보았다. 짧으면서도 기억하기 쉽고, 조금은 특별한 이름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쉽게 마음에 쏙 드는 이름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다 깨달은 것은, 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은 이름 자체가 아니라, 그 이름에 담고 싶은 이야기가 아직 분명하지 않다는 사실이었다. 이름은 단순히 대상을 부르는 것이 아니라, 그 공간이 어떤 곳이길 바라는지, 어떤 이야기를 담기를 원하는지가 담길 수 있어야 한다. 이름을 찾는 과정은 결국 내가 무엇을 만들고 하고 싶은지를 알아가는 여정이었다.이 생각은 DKB의 공간을 고민하는 과정에서도 계속 이어졌다. DKB를 운영하면서 늘 마음에 두는 한 가지가 있다. 바로 오프라인 공간을 갖는 일이다. 하지만 그 공간의 조건은 꽤 까다롭다. 작고 오래된 공간이어야 하며, 그곳에서 특별한 만남이 자연스럽게 이어져야 한다. 누군가 머물고, 우연히 사람들이 만나 이야기가 시작되는 그런 공간이어야 한다. 그래서 나는 그 공간을 어떻게 구현할지 상상하며 시간을 보낸다. 어떤 날은 어울리는 장소를 찾아 답사를 다니고, 또 어떤 날은 노트를 꺼내 아이디어를 그리기도 한다. 시간이 흐르면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고, 다듬어 만족할 만한 결과물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결국 만족하지 못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 처음에는 이것이 더 좋은 아이디어나 새로운 컨셉을 찾는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어느 날, 답사를 마치고 잠시 쉬기 위해 들어간 카페에서 한 가지 깨달음을 얻었다. 최신 트렌드에 너무 몰입한 나머지, 정작 그 안에 내 경험, 다시 말해 나만의 아이덴티티를 담아내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맥주 한 병으로 시작된 여행그러자 오래전 파리에서의 기억 하나가 떠올랐다. 파리 여행 중 실수로 여행 경비를 두고 오는 바람에 계획이 모두 틀어진 적이 있었다. 여행을 포기하고 돌아가야 했다. 그렇게 실망한 채 작은 유스호스텔에서 첫날이자 마지막 밤을 보내게 되었다. 가진 돈을 다 털어 근처 편의점에서 고민 끝에 하이네켄 병맥주 한 팩을 사서 방으로 돌아왔다. 방에는 먼저 도착한 네 명의 숙박객이 있었다. 나는 그들에게 맥주를 하나씩 건네고 조용히 침대에 누웠다. ‘여행이 이렇게 끝나는구나’ 생각하며 아쉬움을 달래고 잠들었다. 그런데 몇 시간 후, 진짜 마법 같은 일이 벌어졌다. 혼자였던 여행에 사람들이 다가왔고, 낯선 사람들이 친구가 되었으며 예상하지 못했던 만남이 시작되었다. 그 덕분에 끝내려고 했던 파리 여행을 다시 시작할 수 있었다. 당시에는 단지 커다란 행운이라 생각했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그 순간이 바로 내가 만들고 싶었던 공간의 모습이었다. 사람이 머물고 만나 이야기가 시작되고, 그 이야기가 또 누군가를 부르는 공간. 그것은 단순히 멋지게 꾸며진 공간이 아니라, 경험이 다시 경험을 탄생시키는 공간이었다.지나온 시간을 품은 미래 공간새로운 디자인이나 컨셉만으로는 충분치 않은 지금, 내가 찾고 있던 것이 점차 선명해졌다. 그것은 내가 직접 경험하며 마음 깊이 감동받았던 이야기이다. 지나온 시간 속에 숨겨진 소중한 기억들과 시간이 흘러야 비로소 깨닫게 되는 중요한 것들이다. 어쩌면 우리가 꿈꾸는 미래는 오래도록 품어온 기억 속에 잠들어 있다가, 어느 순간 다시 발견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 오래된 꿈을 찾아 DKB의 미래로 만들어 가고 싶다. 새로운 것을 만들기 위해 지나온 것을 지우는 대신, 지나온 것에서 아직 쓰이지 않은 가능성을 찾아내어 미래로 이어가는 것이다. 어쩌면 내가 꿈꾸는 미래는 이미 지나온 시간 어딘가에 숨겨져 있을지도 모른다. 이제 그 기억들을 하나씩 꺼내어 미래 공간으로 옮기고자 한다. [이미지: L45 by Tetawowe atelier]에디터 이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