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 2026 프리츠커 건축상, 스밀리안 라디치 클라크 Awards 2026-03-14 Keywords 단비 단비에디터 어바웃디자인 프리츠커건축상 PritzkerArchitecturePrize 스밀리안라디치클라크 SmiljanRadićClarke 첫번째원칙 비연속적인역사 맥락 사용 감수성 복합적인장소 레스토랑메스티조 RestaurantMestizo 피트하우스 PiteHouse 안테스데칠레 ChileAntesdeChile 서펜타인갤러리파빌리온 SerpentineGalleryPavilion 테아트로지역델비오비오 TeatroRegionaldelBíoBío 직각의시를위한집 HouseforthePoemoftheRightAngle 페케뇨에디피시오부르게스 PequeñoEdificioBurgues 네이브 NAVE 건축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으로 꼽히는 프리츠커 건축상(Pritzker Architecture Prize)이 2026년 수상자로 칠레 산티아고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건축가 스밀리안 라디치 클라크(Smiljan Radić Clarke)를 선정했다. 이 상은 매년 한 명의 살아 있는 건축가에게 수여되며, 단순히 뛰어난 건축 작품을 넘어 인류와 건축 환경에 지속적이고 의미 있는 기여를 한 인물을 기리는 상이다. 재능과 비전, 그리고 오랜 헌신이 결합된 건축적 실천을 인정하는 상으로, 전 세계 건축가들에게 하나의 이정표와 같은 영예로 여겨진다. 프리츠커 건축상은 1979년 시카고의 프리츠커 가문이 하얏트 재단을 통해 제정되었다. 반세기 가까이 이 상은 세계 건축의 흐름을 기록하는 중요한 지표로 자리 잡았으며, 종종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린다. 매년 수상자 선정은 단순히 한 건축가의 업적을 기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동시대 건축이 나아갈 방향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기도 하다.스밀리안 라디치 클라크의 건축은 반복 가능한 스타일을 구축하기보다, 매 프로젝트를 하나의 독립적인 탐구로 접근하는 데서 출발한다. 그는 특정한 형식을 지속적으로 재현하기보다 ‘첫 번째 원칙(First Principles)’에 기반해 다시 질문을 던지며, 건축의 단서를 비연속적인 역사 속에서 찾아낸다. 이러한 태도 속에서 그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맥락, 사용, 그리고 인간에 대한 감수성이다. 건축은 단순히 물리적 구조를 세우는 일이 아니라, 인간의 삶과 문화적 기억을 읽어내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에게 건축이 놓이는 ‘대지’는 단순한 물리적 위치가 아니라, 역사와 사회적 관행, 정치적 상황이 교차하는 복합적인 장소로 이해된다.2026년 프리츠커 건축상 심사위원단은 “불확실성과 재료 실험, 그리고 문화적 기억이 만나는 지점에서 확실성을 고집하기보다 취약함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돋보인다. 그의 건축물은 때로는 일시적이고 불안정하게 보이며, 완성되지 않은 듯한 미완의 아름다움을 가진다. 사라지기 직전의 순간처럼 아슬아슬하지만, 그 안에는 깊은 구조화된 낙관과 조용한 기쁨의 쉼터가 자리하고 있다.”라며 이러한 독창적인 접근을 크게 칭찬했다. 스밀리안 라디치 클라크의 작업은 장소에 대한 반응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동일한 전략을 반복하기보다는 각 프로젝트의 조건에 맞춰 건축의 방식이 달라진다. 그 결과, 건축물은 특정 스타일의 결과물이 아니라 장소와 환경에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결과처럼 보인다. 칠레 산티아고의 레스토랑 메스티조(Restaurant Mestizo, 2006)에서는 건물이 대지 위에 단순히 세워지는 대신 일부가 땅속으로 스며들며 주변 풍경과 경계가 흐려진다. 해안 도시 파푸도의 피트 하우스(Pite House, 2005)에서는 강한 바람과 강렬한 햇빛을 고려해 건축물의 방향과 구조를 결정하며, 자연 속에서 일종의 보호막 역할을 한다. 또한 칠레 안테스 데 칠레(Chile Antes de Chile) 프로젝트에서는 기존 건물을 완전히 대체하지 않고 재사용과 확장을 통해 새로운 공간을 만들며, 시간의 층위를 건축에 담아낸다. 레스토랑 메스티조(Restaurant Mestizo Restaurant Mestizo, photo courtesy of Gonzalo Puga)피트 하우스(Pite House, photo courtesy of Cristobal Palma)스밀리안 라디치 클라크의 건축적 엄밀함은 강한 형식적 제스처보다는 시공의 논리에서 더욱 분명히 드러난다. 그의 건축은 종종 절제된 원초적 형태로 보이지만, 그 겉모습 뒤에는 정교한 공학 계산과 세심한 구축 방식이 숨겨져 있다. 콘크리트, 돌, 목재, 유리 같은 재료들은 서로 긴밀하게 연관되어 배치되며, 그 관계를 통해 무게, 빛, 소리 그리고 공간의 경계를 서서히 만들어낸다. 대표적인 사례인 서펜타인 갤러리 파빌리온(Serpentine Gallery Pavilion, 2014)에서 반투명한 유리가 거대한 하중을 견디며 현지 채석장 돌 위에 가볍게 얹혀 있다. 이 건축은 마치 떠 있는 듯하지만, 동시에 원초적인 중력을 조용히 드러낸다. 빛은 내밀하게 내부로 스며들고 외피는 완전히 닫히지 않은 채, 실내와 공원 풍경 사이 어딘가에 머무는 모호한 경계를 형성한다. 테아트로 지역 델 비오-비오(Teatro Regional del Bío-Bío, 2018)에서는 반투명 외피가 건물을 감싸며 빛을 섬세하게 확산시키는 동시에, 단순한 시각 효과를 넘어 공연장의 음향을 지원하고 내부 공간의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중요한 건축적 장치로 기능한다. 서펜타인 갤러리 파빌리온(Serpentine Gallery Pavilion, photo courtesy of Iwan Baan)테아트로 지역 델 비오-비오(Teatro Regional del Bío-Bío, photo courtesy of Iwan Baan)스밀리안 라디치 클라크의 건축은 조용한 감성적 지능으로 특징지어진다. 인간 경험에 대한 깊은 공감에서 출발해, 시간이 흐르며 건축이 어떻게 감각되고 기억되는지를 세심하게 조율한다. 그의 건물들은 외부로 과시하기보다 내부로 수렴하며, 인간 존재의 연약함에 섬세하게 응답한다. 직각의 시를 위한 집(House for the Poem of the Right Angle, 2013)은 위쪽을 향한 작은 개구부들이 빛과 시간을 내부로 끌어들여, 거주자에게 고요한 사색의 순간을 선사한다. 산티아고에 위치한 그의 홈 스튜디오 페케뇨 에디피시오 부르게스(Pequeño Edificio Burgues, 2023)는 거주와 작업을 위한 피난처이자 도시와 느슨한 관계를 맺는 장치다. 내부에서는 도시 풍경을 내려다볼 수 있지만, 외부에서는 체인 링크 커튼 뒤로 숨겨진 내부가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단일 판유리 벽은 비와 소리, 변화하는 빛을 실내로 끌어들여 날씨를 공간의 일부로 만든다. 지하 스튜디오는 같은 유리 벽을 사용하되 햇빛을 부드럽게 걸러내어, 더 조용하고 보호된 작업 환경을 조성한다. 그의 리노베이션 작업도 신중하게 이루어진다. 산티아고의 네이브(NAVE, 2015)는 자연재해로 손상된 20세기 초 주거 건물을 완전히 대체하지 않고, 기존 구조를 보존한 채 공연, 리허설, 워크숍 공간을 삽입한 프로젝트다. 옥상에는 서커스 텐트로 덮인 테라스를 더해 예상치 못한 가벼움과 임시 축제의 분위기를 연출한다.직각의 시를 위한 집(House for the Poem of the Right Angle, photo courtesy of Smiljan Radić)네이브(NAVE, Performing Arts Center, photo courtesy of Cristobal Palma) 이러한 건축적 태도는 그의 문화 활동으로도 확장된다. 2017년, 그는 산티아고에 취약 건축 재단(Fundación de Arquitectura Frágil)을 설립해 건축적 대화와 연구를 위한 플랫폼을 마련했다. 30여 년에 걸쳐 발전해 온 그의 작업은 문화 공간, 시민 공간, 상업 건물, 주거, 설치 작업 등 폭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산티아고에서 태어나고 자란 스밀리안 라디치 클라크는 1995년 자신의 건축 스튜디오를 설립했으며, 지금도 이 도시를 기반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그의 건축은 특정한 형태를 반복하는 대신, 장소와 기억, 물질과 시간의 여러 층위 안에서 매번 새로운 질문을 던지며 형성된다. 이러한 탐구는 건축을 완결된 대상으로 보지 않고, 끊임없이 해석되고 확장되는 열린 구조로 바라보게 한다. 인간의 감각과 시간의 흐름에 섬세하게 반응하는 이 태도는 그가 동시대 건축계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그는 2026년 프리츠커 건축상(Pritzker Architecture Prize)의 55번째 수상자로 선정되었다.에디터 단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