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urnal 축제로 건물의 나이를 축하한다면 Opinion 2026-02-12 Keywords 건물의나이를축하하는축제 도시와맺는관계 함께나이들어가는존재 기억 다시찾는장소 건물의생일 축제처럼사용되는건축 LifeOfBuildingWeek 시간의흔적이쌓인곳 탄생을알리는작은잔치 오랜시간을견딘공간 균질하지않은표면 의도되지않은틈 서로다른시대가겹쳐있는자리 인천배다리 여러시대의흔적이포개진동네 경험으로남는축제 [프롤로그] 건물의 나이를 축하하는 일은 우리가 도시와 맺는 관계를 다시 생각해보는 일이다. 완공의 순간에 멈춰 있던 건축을 삶의 시간 속으로 다시 불러오는 일이다. 축제를 통해 우리는 건물을 평가의 대상이 아니라 함께 나이 들어가는 존재로 바라보게 된다. 그때 건축은 설명되어야 할 대상이 아니라, 기억되고 다시 찾게 되는 장소가 된다. 건물의 생일을 챙기는 도시라면 철거보다 축적을, 속도보다 시간을 선택하고 그것을 기꺼이 즐기게 될 것이다.건축은 오랫동안 설명의 대상이었다. 도면과 이론, 연대기와 양식을 통해 해석되어야 할 전문 영역으로 여겨졌다. 그 사이 건축은 전문가의 언어 속으로 깊이 들어갔고, 도시에 있으면서도 우리의 일상 감각에서는 조금씩 멀어졌다. 우리는 건물 안에서 살아가지만, 그것을 굳이 이해하거나 즐기려 하지는 않는다. 도시에서 건축을 만나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르다. 걷다가 스치고, 잠시 머물고, 돌아가고, 때로는 피해 간다. 설계자의 의도와 다르게 사용되기도 하고, 예상하지 못한 장면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이런 경험은 도면이 아니라 몸의 감각으로 남는다. 그래서 기억 속의 건축은 체온과 소리, 빛과 그림자의 밀도로 저장된다.인간은 축하하는 존재다. 우리는 탄생을 기뻐하고, 1주년과 10주년을 챙기며, 50년과 100년을 기다려 기념한다. 그러나 건물에 대해서는 유독 인색하다. 준공식과 개관식은 요란하게 시작을 알리지만, 그 이후의 시간은 좀처럼 이야기되지 않는다. 이 건물이 어떻게 나이를 먹을지, 누구와 시간을 보낼지, 얼마나 오래 이 자리를 지킬지는 쉽게 잊힌다. 완공 이후의 건축은 삶의 이야기를 쌓아가기보다 관리와 감가상각의 대상으로 다뤄진다.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건물의 나이를 축하한다면 어떨까. 그것이 하나의 축제가 된다면 어떨까. 건축을 이해시키기 위해 설명을 덧붙이는 대신, 직접 경험하게 할 수는 없을까. ‘건축을 주제로 한 축제’보다 ‘축제처럼 사용되는 건축’이 더 오래 기억될지도 모른다. 이해하지 않아도 느껴지고, 설명 없이도 남는 감각. 건축을 즐김의 영역으로 옮겨보는 일이다.‘LIFE OF BUILDING WEEK’는 그런 상상에서 시작된 제안이다. 완공이 아니라 삶을 기념하는 한 주간의 축제다. 도시 속 건물의 탄생을 알리고, 지나온 시간을 나누며, 언젠가 맞이할 백 번째 생일을 미리 그려보는 자리다. 사람들은 그 곳에서의 첫 기억을 기록하고, 머물렀던 장면을 나누며, 앞으로의 시간을 함께 상상한다. 이 축제에는 거대한 무대도, 장황한 해설도 필요하지 않다. 건물이 묵묵히 곁을 지켜왔다는 사실을 떠올리고, 앞으로 얼마나 더 함께할 수 있을지를 생각해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이 축제의 목적은 건축을 하나의 콘텐츠로 소비하려는 데 있지 않다. 오히려 빠르게 평가하고 교체해버리는 도시의 속도를 잠시 늦추는 데 있다. ‘LIFE OF BUILDING WEEK’는 분석을 요구하지 않는다. 사람을 모으고, 몸을 움직이게 하고, 공간을 새롭게 쓰게 한다. 축제 속에서 우리는 이해하려 애쓰기보다 자연스럽게 참여한다. 소리와 빛, 사람들의 움직임 속에서 공간은 또 다른 얼굴을 드러낸다. 그 경험이 남아 다시 찾게 될 때, 건축은 비로소 삶의 일부로 자리 잡는다.건물의 나이를 기념하는 일은 사람의 생일을 축하하는 일과 닮았다. 탄생을 알리는 작은 잔치에서 시작해, 오랜 시간을 견딘 공간에는 더 깊은 축하가 어울린다. 그래서 이 제안은 새것으로 정돈된 장소보다 시간의 흔적이 쌓인 곳과 잘 어울린다. 균질하지 않은 표면, 의도되지 않은 틈, 서로 다른 시대가 겹쳐 있는 자리야 말로 축하의 의미를 더욱 또렷하게 드러낸다.그런 장소로 인천 배다리를 떠올려본다. 낮은 건물과 굽은 골목, 여러 시대의 흔적이 포개진 동네다. 이곳에서 건축은 이미 사람의 속도에 맞춰 숨 쉬고 있다. 책방이 있었고, 공장이 있었고, 누군가의 집이었던 자리들. 기억이 먼저 머물고, 건물은 그 곁에 조용히 서 있다. 이곳에 새로운 건물이 들어선다는 것은 단순한 신축이 아니라, 시간 위에 또 하나의 이야기를 더하는 일이다. 이 배경 위에서 건물의 나이를 축하하는 축제가 열린다면 시간은 조금 느리게 흐른다. 사람들은 건축을 바라보는 데서 멈추지 않고, 공간을 온몸으로 겪은 채 돌아간다. 그때 건물은 작품이 아니라 사건이 되고, 설명이 아니라 경험으로 남는다. 그리고 그 경험은 다시 그곳을 찾게 만드는 기억이 된다.에디터 이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