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urnal 우리는 어떤 집을 꿈꾸는가? Opinion 2025-12-14 Keywords 스티브 스티브에디터 집 빙산 코로나19 팬데믹 비대면사회의도래 재택근무의확산 기후변화 자연재해 자연 공존 4차산업혁명 인공지능 AI 스마트홈 반감기 찰나의시대 진정한쉼 유연한호흡 스티브잡스의집 비워내는미학 이토도요 변화와트렌드 능동적으로끌어안는집 센다가야하우스 SendagayaHouse 본질로회귀하는여정 변화를포용하는용기 집은 홀로 떠다니는 거대한 빙산과도 같다. 수면 위로는 겨우 작은 조각만 내보여 비슷해 보여도, 깊은 심연에 감춰진 거대한 몸통처럼, 그 안의 풍경은 저마다 다른 우주를 품고 있다. 똑같은 구조의 아파트라 해도, 인테리어는 물론 그곳에서 엮어가는 일상까지, 모두가 천차만별의 이야기를 들려주니 말이다. 어느새 우리의 집은 '일'이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그림자 같은 존재가 되었고, 그 경계는 점점 더 아득히 모호해졌다.지난 몇 년, 인류는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미증유의 시간을 가로질러 왔다. 이 보이지 않는 존재는 단지 건강을 위협하는 것을 넘어, 일상의 풍경과 공간이 지닌 의미를 뿌리부터 흔들었다. 비대면 사회의 도래와 재택근무의 확산은 집을 단순한 주거의 경계를 허물고, 일터이자 학교, 때로는 온전한 휴식처의 역할을 동시에 품어내는 다채로운 존재로 다시 태어나게 했다. 또한, 인류는 기후 변화라는 또 다른 거대한 파도에 맞서게 되었다. 예측 불가능한 자연재해와 환경의 신음은 온 세상에 묵직한 질문을 던지고, 지속 가능한 삶의 방식에 대한 깊은 성찰을 요구한다. 이러한 시대의 외침은 건축과 디자인의 세계에서 친환경적이며 지속 가능한 해법을 찾아 나서는, 피할 수 없는 부름이 되었다. 자원 고갈과 환경의 상처는 집이라는 공간을 어떻게 빚고 가꿔야 할지에 대한 새로운 지도를 펼쳐 보이고 있다. 이제 집은 단순히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우리를 감싸는 안락한 보호막을 넘어, 자연과 함께 숨 쉬고 공존하는 살아있는 존재로 거듭나야 한다.이러한 격동의 물결 속에서 4차 산업혁명은 인공지능(AI) 기술의 눈부신 약진을 앞세워 사회 전반의 풍경을 근본부터 뒤흔들고 있다. AI는 산업의 지도를 새로 쓰고, 노동 시장에 거대한 변화의 물결을 일으키며, 우리의 업무와 삶의 방식을 혁신적으로 다시 그리는 중이다. 직업의 모습은 전에 없이 빠른 속도로 변모하고, 유연한 사고와 민첩한 학습, 그리고 변화에 적응하는 지혜가 그 어느 때보다 귀한 미덕이 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우리의 존재와 노동이 지닌 근원적인 의미마저 새롭게 탐색해야 할 변곡점에 선 지금, 집 또한 스마트홈 기술과 긴밀히 연결되어, AI가 개인의 삶에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여기서 우리가 눈여겨볼 점은, 세상 만물의 '반감기'가 놀라울 만큼 짧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오늘날 우리는 수많은 제품과 기술, 나아가 견고해 보이던 물리적 구조물의 생명 주기마저 급속도로 짧아지는 시간의 강물 속을 살고 있다. 어제의 최첨단 전자기기는 오늘 구식으로 전락하고, 트렌드의 물결은 더욱 숨 가쁘게 우리를 휩쓸고 지나간다. 직업적 기술의 유효 기간 또한 과거 '평생 직장'의 낭만을 무색하게 할 만큼 5년으로 단축될 정도로, 변화의 속도는 눈부시게 빠른 춤을 춘다. 그렇다면 우리의 집은 어떠한가? 튼튼하게 지어져 대대로 물려주던 오랜 고향집과는 분명 다른 양상이다. 급변하는 라이프스타일과 주거 환경의 변모, 새로운 기술의 물결, 그리고 건축 트렌드의 빠른 순환 속에서, 집은 물리적인 노후화 이전에 기능적, 미학적 '수명'마저 먼저 마감하는 찰나의 시대를 맞이한 것이다.이러한 시대의 집은 과연 어떤 가치를 품어야 할까? 집이 '우리에게 진정한 쉼을 주고 깊이 사유하게 하는가' 하는 물음부터, '외부 세계와 유연하게 호흡하며 새로운 트렌드를 기꺼이 받아들이는가' 하는 물음까지, 우리는 상반된 두 건축의 속삭임 속에서 그 답의 실마리를 찾아 나설 수 있다. 먼저, 혁신적인 삶을 살았던 스티브 잡스의 집은 흥미롭게도 자신의 공간을 '비워내는' 미학을 선보였다. 그는 집을 선택하고 꾸미는 과정에서 극도로 절제된 아름다움을 추구했다. 최소한의 가구와 장식, 심지어 TV조차 없는 단순한 공간에서 그는 오직 삶의 본질에 집중했고, 깊은 사유 속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구상했다. 잡스의 집은 물리적 풍요로움 대신, 명징한 사고와 창의성을 위한 여백이자 진정한 정신적 휴식의 성역이 되어주었다.반면, 건축가 이토 도요는 외부 변화와 트렌드를 능동적으로 끌어안는 집의 살아있는 면모를 명확히 보여준다. 그는 집을 고정된 구조물이 아닌, 끊임없이 변화하며 살아 숨 쉬는 유기체로 바라보았다. 벽은 굳건한 경계가 아니었으며, 공간은 사용자의 삶에 따라 유연하게 열리고 닫히는 시간의 흐름이었다. 특히 '센다가야 하우스(Sendagaya House)'는 굳건한 벽 대신 반투명 커튼을 활용하여 공간의 가변성을 극대화하고, 주변의 빛과 소리, 그리고 계절의 변화가 실내로 부드럽게 스며들도록 섬세하게 설계되었다. 이는 집을 외부 환경과 단절된 고립된 섬이 아니라, 자연과 도시의 숨결을 받아들이며 그 안에서 유기적인 삶을 영위하는 장소로 보았던 그의 깊은 시각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이토에게 집은 이미 완성된 결과물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다시 짓고 변화시켜 나가는 과정 그 자체였다.이처럼 극명하게 대비되는 두 건축적 태도는 역설적으로 현대인이 집이라는 공간을 통해 무엇을 얻고자 하는지에 대한 깊은 통찰을 우리에게 안겨준다. 한쪽은 삶의 근본적인 휴식과 사색을 위한 견고한 터전을 제시하고, 다른 한쪽은 외부 변화와 새로운 트렌드를 유연하게 품어내는 용기를 보여준다. 잡스의 집이 ‘본질로 회귀하는 고요한 여정’이었다면, 이토의 집은 ‘변화를 기꺼이 포용하는 살아있는 용기’일 것이다. 이제 우리는 스스로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우리의 집은 과연 마음의 피로를 씻어내는 온전한 휴식의 장소인가, 아니면 새로운 생각과 능동적인 변화를 꿈꾸는 견고한 발판인가. 어쩌면 이 둘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삶을 끊임없이 재구성하는 끝없는 실험실이 아닐까? [이미지 출처: Sendagaya House]에디터 스티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