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urnal [두리안] 건축, 비전의 불꽃인가 삶의 숨결인가 썰토리텔링 2025-10-30 Keywords 두리안 두리안에디터 썰토리텔링 건축 릭루빈 RickRubin 창조적행위 존재의방식 창작의본질 순수한비전 창조의불꽃 철학적건축 어린아이의상상 순수한상상력 지붕이땅과닿은집 하늘을여는집 거꾸로즐기는방 안과밖이사라진방 순수한즐거움 경이로움 사용자를고려하지않는다 새로운가치와감동 무한한상상력 마음을 사로잡는 문장 하나가 있다. 천재 음악 프로듀서 릭 루빈(Rick Rubin)이 그의 저서 <창조적 행위: 존재의 방식>에서 던진 물음은 창작의 본질에 대한 고요한 울림으로 다가온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작품을 세상에 내놓는 과정에서 대중이 자기 자신과 작품을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대한 생각을 내려놓는 것도 중요하다. 예술가는 관객을 가장 나중에 생각해야 한다." 그의 생각은 단순한 조언을 넘어선다. 외부의 시선이나 평가에 흔들리지 않고, 예술가의 순수한 비전과 창조의 불꽃이 먼저 뜨겁게 타올라야 함을 역설적으로 일깨워주는 듯하다.이러한 철학적 시선을 건축의 영역으로 가져와 보면 어떨까? 만약 건축에서 '사용자는 가장 나중에 고려해야 한다'는, 언뜻 도발적으로 들리는 이 역설이, 시대를 초월하는 위대한 공간을 잉태하는 새로운 씨앗이 될 수도 있다는 상상을 품어본다. 건축이라는 길고 긴 여정에서, 이 역설적인 물음은 우리가 통념이라는 익숙한 길에서 잠시 벗어나 새로운 사유의 지평으로 이끄는 이정표가 될지도 모른다. 이 낯설고도 깊은 질문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어쩌면 이런 생각은 어린아이의 거침없는 상상과 맞닿아 있는지도 모른다. 아이들은 세상의 기준이나 타인의 시선이라는 굴레에 갇히지 않고, 오직 자신의 세계에서 거침없는 상상을 펼치기 때문이다. 어른들의 논리나 효율성 같은 제약은 아이들에게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다. 아이들의 스케치북에는 순수한 호기심과 기상천외한 아이디어들로 넘쳐난다. 우리도 현실의 건축에서 잠시 등을 기대고 누워 이런 상상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순수한 상상력이야말로 현실의 경계를 허물고, 우리가 상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것을 꿈꾸게 하는 원동력이 아닐까. 이렇듯 마음속에서 피어나는 상상들은 제각기 다른 모습으로 현실의 지평을 넓히며 다양한 건축의 가능성을 그려낸다.그 수많은 상상들 중 하나로, ‘지붕이 땅과 닿은 집’을 그려본다. 그곳의 지붕은 마치 자연스럽게 솟아난 초록빛 언덕처럼 펼쳐져, 우리는 그 위를 마음껏 뛰어놀 수 있다. 고요한 문을 통해 집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또 다른 세상이 그곳에 펼쳐진다. 낮에는 잔디로 뒤덮인 지붕에서 따뜻한 햇살의 포옹 아래, 책 한 권과 편안한 의자만 있다면 더없이 멋진 휴식을 만끽할 수 있다. 밤에는 그곳에 누워 쏟아지는 별들을 가장 가까이에서 만나고, 우주의 은밀한 속삭임에 귀 기울일 수도 있다. 집은 이제 단순한 쉼을 넘어 자연의 한 부분이 되며, 그 위를 즐겁게 오르고 누우며 자연과 일상의 경계가 흐려지는 새로운 경험에 흠뻑 빠져들게 한다.그리고 또 다른 상상으로는, ‘하늘을 여는 집’이 있다. 이 집은 매일 새로운 풍경을 선물하는 꿈의 유람선이 된다. 날씨 좋은 날에는 하늘 높이 솟아올라 세상을 발아래 두고 걸으며 탁 트인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뭉게구름 가득한 날에는 구름 속으로 들어가 그 부드러움 속에 유영하며 솜사탕 같은 휴식을 즐긴다. 오늘은 웅장한 산봉우리 사이를 유유히 넘나들고, 내일은 반짝이는 바다 위를 떠다니며 떠오르는 태양을 맞이하는 모든 순간들이 감격과 축복으로 다가올 거야. 발아래 아슬하게 펼쳐지는 세상은 미지의 세계로 이어진 매혹적인 유혹이자, 끝없이 펼쳐진 자유의 지평을 선사한다.이어지는 상상은 공간의 물리적 한계를 기분 좋게 넘어선다. ‘거꾸로 즐기는 방’은 위아래가 완전히 뒤집혀, 천장이 발아래 있고 바닥이 머리 위로 매달린 채 새로운 감각의 파동을 우리에게 안겨준다. 이 공간은 발걸음마다 미묘한 긴장감을 선사하고, 중력을 거스르는 듯한 착각은 매 순간을 경이로운 놀이로 탈바꿈시킨다. 우리는 마치 점프하듯 벽에 걸린 침대로 떠올라 잠들고, 천장에 놓인 책상에 앉아 작업을 하는 특별한 경험을 즐겨 본다. 익숙한 물리적 상식을 깨트리는 이 공간은 우리의 일상에서 '존재란 무엇인가'에 대한 심오한 질문을 던지게 된다.그리고 마침내 우리의 상상은 공간의 경계를 완전히 허문다. ‘안과 밖이 사라진 방’을 마주하는 순간이다. 그곳은 나무와 돌로 가득하여, 마치 거대한 숲의 한 조각이 집 안으로 깊숙이 들어온 듯하다. 아침, 새들의 노래가 영혼을 어루만지고 따스한 햇살이 나뭇잎 사이로 부서져 내리는 풍경을 그 안에서 고스란히 맞이한다. 집 안에 자란 나무에 매달린 그네를 타며 즐거운 어린 시절의 추억에 잠기거나, 커다란 돌 위에 앉아 고요히 명상과 온전한 휴식을 취할 수도 있다. 인위적인 벽을 넘어선 이 공간은 자연과 인간이 얼마나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일깨우며, 삶과 존재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묻게 한다. 이렇듯 어린아이의 순수한 눈으로 본 건축적 상상력은 사용자의 편리함이나 효율성이라는 현실적인 제약을 훌쩍 넘어선다. 공간은 오직 순수한 즐거움과 경이로움으로 가득 채워진다. 이러한 기적 같은 상상들은 건축가가 잠시 어른의 생각을 내려놓고 아이처럼 꿈꿀 때 비로소 탄생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릭 루빈이 말한 ‘사용자를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이 건축물의 실용성을 완전히 무시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이는 건축가가 자신의 직관과 철학에 따라, 미래의 사용자들에게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가치와 감동을 선사하려는 더욱 깊은 시도이다. 궁극적으로 건축은 단순히 정해진 용도에 따라 지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건축가의 무한한 상상력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가는 위대한 여정이며, 어쩌면 이것이 바로 건축의 본질이 무엇인지 고요히 역설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미지 출처: Bangkok Design Week] 에디터 두리 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