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urnal [두리안] 공항, 상상력을 자극하는 미지의 세계 썰토리텔링 2025-09-10 Keywords 두리안 두리안에디터 썰토리텔링 공항 설렘 미지의세계 혁신 미래 미래도시 SF영화 스타워즈 블레이드러너 상상력 상상력 시드미드 SydMead 이국적인풍경 탈로스 인공지능 사무라이갑옷 아제르바이잔 자하하디드 헤이달알리예프센터 여행을 떠날 때면 늘 마음속에 스치는 묘한 설렘이 있다. 특히 비행기를 탈 때면, 관광지의 화려한 풍경보다도 비행기 창밖으로 마주하는 해외 공항의 낯선 장면들이 나를 더욱 들뜨게 한다. 광활한 활주로와 맞닿은 공항은 마치 미지의 우주로 향하는 관문처럼 느껴진다. 지평선 너머로 끝없이 펼쳐진 아스팔트 위에는 흰색과 노란색의 의미심장한 선들이 독특한 패턴을 그리며 뻗어 있고, 곳곳에는 알 수 없는 기호의 표지판들이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더한다. 거대한 철골 구조물 아래, 헬멧과 작업복을 입은 사람들이 정교한 기계들과 함께 움직이는 모습은 마치 미래 도시의 축소판을 보는 듯하다. 무엇보다 내 시선을 강렬하게 사로잡는 것은 이곳의 차량들이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독창적인 디자인의 특수 차량들이 이국적인 활주로 위를 유유히 누비는 장면은 언제나 나를 흥분시킨다. 그때면 나는 마치 SF 영화 '스타워즈'나 '블레이드 러너'의 한 장면을 실제로 내려다보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나에게 공항은 그 자체로 하나의 거대한 컨셉 아트다. SF 작품 속 미래 도시를 연상시키는 그곳은 거장 아티스트가 상상력으로 그려낸 꿈의 연장선처럼 느껴진다. 활주로 위를 오가는 독특한 형태의 운송 수단들은 거장 시드 미드(Syd Mead)의 작품에서 느꼈던 경이로움을 다시금 떠올리게 한다. 대학 시절, 디자인에 몰두하던 나는 그를 동경하며 센추리(Sentury) 같은 그의 작품집을 찾아 대형 서점가를 헤매곤 했다. 블레이드 러너, 트론, 에일리언의 컨셉 아트를 비롯해 제품, 건축, 자동차, 기계 등 다양한 프로젝트에서 그는 시대를 초월한 독창적인 상상력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그때 느꼈던 감탄과 전율은 지금도 내 안에 선명히 남아 있다.이처럼 이국적인 풍경은 새로운 상상의 출발점이 된다. 디자이너와 상상가의 눈에 세상은 마치 숨겨진 그림을 찾아 나서는 탐험처럼 비친다. 다른 이들에게는 그저 평범한 일상 속 풍경일지라도, 디자이너에게는 새로운 컨셉과 아이디어가 샘솟는 무한한 영감의 원천이 되는 것이다. 결국 상상은 현실의 경계를 넘어, 시간과 공간마저 초월한다. 예컨대 고대 그리스 신화 속 청동 거인 탈로스를 떠올려보자. 크레타 섬을 지키는 병사로, 신들이 생명을 불어넣어 인간을 대신해 임무를 수행하게 했다는 이 신화적 상상은 스스로의 의지와 존재감을 지닌 기계라는 개념으로 이어졌고, 이는 오늘날 로봇과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현실화되었다. 또한, 적을 압도하는 디자인과 독특하게 발전한 일본 사무라이의 갑옷과 무사도 정신은 '스타워즈' 속 다스 베이더의 헬멧과 제다이의 신화적 서사로 변주되어 나타났다.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실크로드의 중간 지점, 아제르바이잔(Azerbaijan)의 유목 전통과 그들만의 직조 기술이 바람과 모래의 곡선을 만나 자하 하디드의 헤이달 알리예프 센터라는 미래적이고 유려한 건축물로 피어난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이렇듯 탈로스에서 시작된 인공지능, 사막의 곡선에서 태어난 건축, 사무라이 갑옷이 변형된 우주 전사처럼, 디자이너와 아티스트의 상상은 결코 공허한 창조가 아니다. 이 모든 것은 우리가 살아온 장소와 기억 속에서 길어 올린 무한한 영감의 조각들이다. 결국 혁신과 미래는 저 멀리 미지의 공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 우리 곁에서 우리가 경험하고 느끼는 모든 순간 속에 숨 쉬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미지 출처: pinterest] 에디터 두리 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