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urnal [두리안] 개구리를 삼키지 않고 즐기는 법 썰토리텔링 2025-07-13 Keywords 두리안 두리안에디터 자기계발 미루기 게으름 개구리를먹는다 하기싫고어려운일 부암동 골목마다다른풍경 다양한집들의매력 소박하고아름다운집 상상만으로도좋은집 개구리를삼키지않아도되는집 개구리왕자. 동화처럼소박한집 즐거운꿈 작은것부터시작 미루기나 게으름을 다루는 자기계발서가 많은데, 막상 실천하기가 어렵다 보니 실용성에 초점을 맞춘 책들이 간간이 보이는 것 같다. 그중 '개구리를 먹어라'라는 내용이 있다. 여기서 '개구리를 먹는다'는 건 하기 싫고 어려운 일을 비유하는데, 책에서는 미루지 않고 가능한 빨리 해치우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한다. 즉, 미루는 습관을 없애려면 중요한 일을 먼저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가장 어렵고 힘든 일부터 시작하고 비교적 쉬운 일로 넘어가면 하루를 긍정적으로 시작할 수 있다고 한다.어제는 여러 생각을 하며 부암동을 다녀왔다. 거기서 여러 사람을 만나 삶의 방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고 또 잠깐이지만 자기계발서에서 봤던 '개구리를 먹어라'의 내용을 떠올리며 내 경험을 되짚어보게 되었다. 그런데 나는 이것과 좀 다른 경험을 한 것 같았다. 학창시절에는 가장 어려운 일에 해당하는 국영수 과목에 집중하느라 상대적으로 쉬운 암기 과목에 소홀해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한 경험이 있다. 대학 시절에도 대기업 취업을 목표로 하여 많은 준비를 했지만, 계획대로 되지 않아 졸업 후 반년이 지나서야 취직할 수 있었다. 이런 경험들 때문인지 아직도 내 마음은 개구리를 먼저 삼키고 싶지가 않다.힘들고 어려운 일을 먼저 시작하는 대신, 가벼운 마음으로 산책을 나서듯 하루를 시작하는 건 어떨까? 그러다 기분이 좋으면 달려도 보고, 높은 곳에 올라가 보기도 하면서 말이다. 이렇게 하면 중요한 1순위를 매일 실천할 순 없겠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더 많이 하면서 더 큰 즐거움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버스를 타야 갈 수 있는 부암동으로 가는 길은 너무 좋았고 특별했다. 지하철로 다니는 것에 익숙해지면서 편하게 갈 수 있는 곳으로만 그동안 찾아 다닌 듯했다. 버스에 내려서는 굽이진 언덕길을 따라 걸었고 여러 예쁜 가게들을 구경하는 즐거움에 취하기도 했다. 내가 찾아간 곳은 골목 지하에 위치한 목공예 작가가 운영하는 작업실이었다. 그는 코로나19 펜데믹 시기에 협회에서 운영하는 공용 작업실을 나오게 되면서 이곳에 정착할 수 있었다. 작업에 필요한 장비와 기계들을 지하로 옮기기 위해 분해와 조립의 힘든 과정을 거쳐야 했지만, 그는 부암동의 골목마다 다른 풍경과 다양한 집들의 매력에 빠져 만족하며 살고 있다고 했다.그곳에서 만난 디자이너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그는 몇 년 전 부암동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되면서 스튜디오를 보러 다녔다. 그리고 상상하던 예쁜 건물에 실내 구조도 특이한 곳을 찾을 수 있었지만, 이직을 하게 되면서 그곳에서 살 수 없었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나중에 이곳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나 역시 부암동을 찾았을 때 그들과 같은 생각을 했다. 우리는 똑같이 소박하고 아름다운 집을 꿈꾸었다. 크고 화려하고 멋지고 편한 집이 아니라, 1~2억으로 구해서 살면서 꾸밀 수 있는 그저 상상만으로도 좋은 그런 집을 꿈꾸었다.개구리를 굳이 삼키지 않아도 되는 집은 어떨까 생각해 본다. 개구리를 삼키듯 비싸고 큰 집을 꿈꾸는 대신, 키스로 개구리가 왕자로 변하는 동화처럼 소박한 집을 꿈꾸는 건 어떨까? 부암동에서 느꼈던 아름다운 풍경과 사람들의 이야기처럼, 소박한 꿈을 실천하는 것처럼 말이다. 작은 것부터 시작하듯이 집 역시도 그렇게 시작하는 것이야말로 즐겁게 꿈을 이루는 길이 아닐까? 에디터 두리 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