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urnal [두리안] 새로운 시작점으로 바라보면 좋을 '5월의 집' 썰토리텔링 2025-05-17 Keywords 두리안 두리안에디터 5월 가정의달 식사 연대 밥심 집밥일기 음식영화 바베트의만찬 Babette’sFeast 만찬 고백과화해의자리 매개체 5월의집 어제는 바쁜 걸음으로 사무실 근처에 있는 베이커리로 향했다. 퇴근 시간에 맞춰 가다 보니 마음이 조급 해졌다. 몇 일전 그곳에서 빵을 산적이 있는데 케이크도 맛보고 싶다는 가족들 얘기가 떠올라 큰아이 생일에 맞춰 급히 찾아 가게 된 것이었다. 케이크를 사기 위해서는 2~3일전 예약이 필요했지만 운 좋게 여유분이 남아 있어 인증샷을 카톡에 올리고 기분 좋게 집으로 가져 갈 수 있었다. 5월은 가정의 달 답게 여느 때보다 바쁘게 보내고 있다. 5월이 시작되는 첫 주에는 양쪽 부모님을 뵙고 가까운 곳으로 여행도 다녀왔다. 여러 가족들이 함께 모여 식사도 즐겼는데 모임에 틀이 잡히면서 이젠 준비부터 만남까지 순조롭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렇듯 5월은 함께 식사하고 연대하기 좋은 달이다.주변을 보면 건강이 무너지는 자신과 가정을 걱정하며 1년을 밥심으로 살기 위해 집밥 일기를 신년 목표 1순위로 실천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평범한 일상에 생기를 불어넣는 모습은 가브리엘 악셀(Gabriel Axel) 감독의 ‘바베트의 만찬(Babette’s Feast, 1987년)’을 연상시킨다. 영화는 덴마크 작가 이자크 디네센(Isak Dinesen)의 소설로 TV에서 여러 번 소개되었던 음식 영화이다. 검소한 일상과 단출한 밥상의 청교도적 삶을 살고 있는 작은 마을에 파리코뮌 내전에서 남편과 아들을 잃은 바베트라는 여인이 찾아온다. 그리고 14년 후 그녀를 조건 없이 받아준 것에 대해 보답하게 된다. 그녀가 오래전에 사뒀던 복권에 당첨되면서 목사 탄생 100주년에 만찬을 제안하고 파리에서 가져온 진귀한 재료들로 만찬을 준비한다. 파리에서 가장 유명한 식당인 ‘엉글레’의 수석 요리사였던 그녀는 복권으로 당첨된 만 프랑이라는 거금을 이웃을 대접하는데 써버린 것이다. 이렇게 준비된 최고의 만찬은 그동안 감춰 두었던 이웃들의 위선과 거짓, 미움과 질투를 고백하며 화해의 자리가 된다.이것은 결코 잉여와 여유에서 나올 수 없는 결과물로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변주되고 확장되면 좋을 것 같다. 매스컴을 통해 바라보는 우리 사회는 곳곳에서 허기와 결핍으로 힘들어하는 모습이다. 1인 가정이 늘어나고 같이 사는 가족과도 얼굴을 맞대고 식사하기가 어려운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가족을 순 우리말로 식구라 부르는 데는 음식을 앞에 놓고 함께 밥을 먹는 날들이 쌓여야 진정한 가족이 될 수 있음을 담고 있다. 음식을 만들고 이것을 함께 즐긴다는 것은 오롯이 자신과 가족을 위한 중요한 매개체이다. 우리도 영화처럼 소박한 일상에서 화려한 만찬을 매일매일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 주인공이 파리코뮌 내전에서의 슬픔을 극복하고 진귀한 재료들을 가져와 세상에 단 하나뿐인 만찬을 준비하듯~ 그리고 바베트가 준비한 만찬이 시기와 불신에 차 있던 사람들의 마음을 바꾸어 놓듯~ 우리도 마음을 녹이고 연대할 수 있는 음식을 새로운 시작점으로 바라보면 좋을 것 같다. 삶에서 다양한 연대가 필요하듯 우리가 사는 집에 대해서도 다양한 연대가 가능한 ‘5월의 집’으로 꾸며 보면 어떨까? [이미지 출처: Babette] 에디터 두리 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