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urnal 생각이 많아지는 곳, 코블렌츠(Koblenz)_03 Culture 2024-12-19 Keywords 생각여행 프랑크푸르트 Frankfurt 프랑크푸르트중앙역 코블렌츠 Koblenz 난공불락 에렌브라이트슈타인요새 EhrenbreitsteinFortress 정원 알리바바 피터브라운 PeterBrown 와일드 와일드로봇 TheWildRobot 이상화 이상화에디터 영화나 소설의 엔딩이 어려운 것처럼 우리가 떠나는 여행 역시도 마무리가 어렵고 중요하다. 재미있게 전개되던 스토리가 엔딩을 잘하지 못하면서 스토리가 없는 이상하고 재미없는 영화가 되어 버리기도 한다. 나는 이번 여행의 엔딩을 이전과 다른 특별함을 더하고 싶었다. 그래서 시간에 맞춰 바쁘게 다니기 보다 생각에 집중하며 다소 느리고 지루한 여행을 하기로 했다. ‘어떻게 살~ 것인가?’하는 수준 높은 철학적 질문을 ‘어떻게 갈~ 것인가?’로 바꾸어 나는 기차를 타고 바깥 풍경을 바라보는 것으로 여행의 엔딩을 즐겼다. 기차는 라인강을 따라 들어선 굵고 수려한 산맥을 거침없이 뚫고 달렸고 나는 가까워졌다 멀어졌다를 반복하는 바깥의 풍경을 무념무상으로 바라보았다. 이따금 나타나는 그림 같은 마을 그리고 가파른 산비탈에 자리잡은 포도밭과 오래된 고성이 나의 눈을 즐겁게 해주었다. 경치는 너무나 아름다웠고 그중 나는 거대한 라인강과 그곳을 운행하는 대형 선박들에 눈을 떼지 못하고 바라보았다.세상에는 아무리 봐도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있다. 이것의 과학적 원리를 듣고 직접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는 것들이 있다. 내게는 비행기와 배가 그러하다. 작은 비행기가 하늘을 나는 것은 이해한다쳐도 500명이 넘는 인원과 100톤 가까운 화물을 실은 거대한 비행기가 이륙을 하고 하늘을 나는 것은 정말 보고도 믿을 수가 없다. 선박이 강과 바다를 운항하는 것은 가능하다쳐도 화물을 가득 실은 대형 선박이 프로펠러로 흐르는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 역시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것을 보고 있으면 인간이 위대하게 느껴질 정도이다. 라인강을 따라 줄지어 오르는 화물선들의 행렬을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비가 오면서 황토빛으로 변한 강물 위로 커다란 선박들이 아무런 저항 없이 오르는 모습을 나는 긴 시간 넋놓고 바라보았다.나는 이렇게 코블렌츠(Koblenz)에 도착했고 걷는 것으로 다음 일정을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이 걸으며 사유했을 거리를 따라 걸으며 생각의 시간을 보냈다. 언제 비가 내려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흐린 날씨였다. 나는 신시가지의 골목을 가로질러 구시가지로 향해 주변의 광장과 교회를 둘러보고 강변을 따라 걸었다. 라인강과 모젤강이 만나는 곳에 위치한 에렌브라이트슈타인 요새(Ehrenbreitstein Fortress)는 난공불락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118m 높이 바위층에 지어진 요새는 개축되면서 규모와 위엄이 더해졌다. 2005년 설계공모를 추진해 공원으로 조성되면서 요새에서 박람회, 콘서트 등 다양한 문화 행사가 펼쳐지고 있다. 에렌브라이트슈타인 요새(Ehrenbreitstein Fortress)에서 바라본 주변 전경. 2011년 원예박람회를 위해 행사장인 요새까지 올라가는 교통수단으로 케이블카가 임시로 설치되어 코블렌츠의 명물이 되었다. 현재 2026년까지 승인받아 운행중이다.나는 여행의 마지막을 계획 없이 걷고 걸었다. 나는 호기심으로 걸었고, 신기한 것을 만나면 멈춰 서고, 문이 있으면 열고 들어가 그 안을 살펴보는 일련의 과정을 반복했다. 영어로 된 안내가 많지 않아 직접 몸으로 부딪히며 답을 찾아야 했다. 대표적인 곳이 교회였다. 주변에 여러 개의 문이 있고 문까지 닫혀 있어 안내판이 보이지 않을 때는 직접 열어 확인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정말이지 이렇게 해서 문들이 열렸고 그렇게 안으로 들어가면 인사와 함께 따뜻하게 맞아 주었다.이것의 진가는 에렌브라이트슈타인 요새를 방문했을 때 나타났다. 요새는 성벽이 여러 겹으로 둘러싸인 미로와 같은 구조였고 스케일까지 커 찾는 것이 어려웠다. 이곳의 여행은 온전히 자신의 행동에 달려 있었다. 이 길을 끝까지 걸어갈 것인가? 아니면 옆으로 난 계단으로 갈 것인가? 닫혀 있는 문을 열어 볼 것인가? 하는 질문과 행동에 결과가 달라졌다. 물론 필요에 의해 막아 놓은 곳도 있었지만 대부분 열리면서 나를 웃고 놀라게 했다. 난공불락의 요새가 마치 알리바바의 주문으로 동굴 문이 열리는 것만 같았다.어둡고 바람이 많이 부는 날씨였지만 전망대에 도착하자 비가 그치면서 태양에 빛나는 2천 년의 도시를 볼 수 있었다. 돌아오는 길엔 아줌마 부대와 같은 열차를 타는 행운을 얻었다. 10명 남짓한 사람들이 머리에 황금색 루돌프 장식을 하고 즐겁게 수다를 떨고 있었다. 파티에 가는 듯한 모습의 그들의 대화는 단연 돋보였고 멋져 보이기까지 했다. 나는 맞은편에 앉아 이들처럼 동화 같은 장면들이 현실에 많아 지길 바랬다. 나는 여행때면 책 한권을 가지고 가는데 이번에는 여러 권이 되면서 전자책으로 바꾸어 가져오게 되었다. 처음 전자책을 가지고 떠난 여행에서 가볍게 틈나는 대로 읽을 수 있었다. 그리고 우연히 로봇에 관한 이야기를 이번 여행에서 읽을 수 있었던 것 역시 행운이었다. 피터 브라운(Peter Brown)의 소설 ‘와일드 로봇(The Wild Robot)’은 '로봇이 야생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라는 흥미로운 질문에서 스토리가 시작된다. 선박 운송 과정에서 사고를 만나 섬으로 표류한 로봇 ‘로즈’는 그 궁금증에 답하듯 야생의 자연과 낯선 환경을 배우고 적응해 간다. 그리고 아기 기러기 브라이트 빌의 보호자가 되고 동물들의 언어로 소통하면서 로봇은 생존을 넘어 기적을 만들어 간다. ‘살아 남으려면, 때로는 프로그래밍 된 자신을 뛰어 넘어야 한다’는 그의 대사에 모든 것이 담겨 있는 듯하다. 우리의 생각에도 와일드함을 더하면 좋을 것 같다. 그러면서 새로움을 찾고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면 좋을 것 같다. 에디터 이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