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urnal 생각이 많아지는 곳, 마인츠(Mainz)_02 Culture 2024-12-11 Keywords 생각여행 프랑크푸르트 Frankfurt 프랑크푸르트중앙역 마인츠 Mainz 마르크샤갈 MarcChagall 구텐베르크박물관 GutenbergMuseum 요하네스구텐베르크 JohannesGutenberg 마인츠성슈테판교회 St.Stephan'sChurchMainz 이상화 이상화에디터 호텔을 프랑크푸르트 중앙역 앞에 잡으면서 이번 여행은 시작을 기차역에서 할 수 있었다. 신고전주의 양식의 웅장한 석재 건축에 수많은 열차 승강장이 한 줄로 길게 들어선 중앙역의 모습은 마치 영화의 한 장면같이 느껴졌다. 카페에 들러 도시 여행자들과 아침 식사를 하고, 대열에 맞춰 플랫폼을 따라 걷고, 열차에 올라 출발을 기다리며 설렘을 즐겼다. 기차 밖으로 펼쳐질 바깥의 풍경을 상상하고 다름을 확인하는 것 역시 즐거운 시간이었다. 나는 탐험가가 되어 거리를 거닐고, 건물을 살피고, 사람을 대하고, 달리는 자동차를 바라보며 다름을 즐겼다. 기차를 타고 프랑크푸르트 근교로 여행을 떠났다. 그러자 내가 처음 프랑크푸르트를 여행했을 때가 생각이 났다. 처음 프랑크푸르트로 출장을 왔을 때 복잡함에 나는 같이 온 선배의 도움을 받으며 다녀야 했다. 여행 경험이 많았던 선배는 직접 발권기에서 지하철표를 끊어 주고 내가 있는 곳과 환승해 가야 할 곳을 노선도를 가리키며 알려주었다. 나는 여전히 복잡한 노선도를 보지 못하지만 스마트한 구글 지도로 제법 그리고 혼자 그럴싸하게 돌아다닐 수 있었다. 내가 마인츠(Mainz)에 끌린 것은 마르크 샤갈(Marc Chagall) 때문이었다. 샤갈이 그린 스테인드 글라스, 그 파란색 교회를 직접 보고 싶었고 그의 공간 안에 들어가 보고 싶었다. 마인츠는 프랑크푸르트에서 기차로 40분 정도 거리에 있었고 작은 도시라 프랑크푸르트와 그리고 내가 아는 역과는 많이 달랐다. 기차역이 작다 보니 대합실을 통과하지 않고 기차에서 내려 곧장 바깥으로 나갈 수 있었다. 프랑크푸르트에서 느낄 수 없는 또다른 자유가 느껴졌다. 그리고 이것은 내가 기대하던 여행에서의 아침과도 잘 어울렸다.나는 마르크트 광장(Marktplatz)이 내려다 보이는 카페 2층에서 브런치를 즐겼다. 식사를 마칠 때가 되니 비구름으로 가득했던 하늘에서 태양이 나오더니 실내를 환하게 비쳐 주었다. 카페 바깥에 앉아 광장의 풍경을 즐기고 싶은 마음도 없진 않았지만 추워진 날씨 때문에 그렇게 하는 사람들이 없어 안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은 터였다. 그런데 기대치 않았던 태양이 교회 지붕 위로 나오면서 아쉬움에 대한 보상을 받는 듯했다. 어제 저녁은 식당 예약이 다 차면서 식사할 곳을 찾지 못해 오늘 아침은 여유를 즐기고 싶은 마음에 출발지인 프랑크푸르트가 아닌 목적지인 마인츠로 정하게 되었다. 나는 이번 여행에 임시휴업중인 구텐베르크 박물관(Gutenberg Museum)을 코스에 포함시켰다. 박물관을 관람할 수 없어도 그곳의 분위기를 느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요하네스 구텐베르크(Johannes Gutenberg)는 스트라스부르크에서 인쇄와 관련된 기술들을 배워 고향인 프란츠로 돌아와 인쇄소를 세웠다. 그리고 1455년 ‘42행 성서’를 만들지만 그는 인쇄로 돈을 벌지 못하고 파산하면서 쓸쓸히 생을 마감한다. 그가 발명한 인쇄술의 혁명도 현재 우리가 인쇄로 누리는 편리한 삶도 그는 누리지 못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구텐베르크 인쇄술과 마틴 루터가 95조 반박문을 붙이면서 시작된 종교개혁은 그로부터 60년이 더 지나 일어난 일이기 때문이다.구텐베르크 박물관(Gutenberg Museum)은 현재 근처에 있는 자연사 박물관으로 이전을 진행하고 있다.구텐베르크 박물관이 루터가 반박문을 붙인 비텐베르크가 아닌 구텐베르크가 태어난 프란츠에 있는 것과 같이, 탄생과 부활에서 고른다면 구텐베르크 박물관은 탄생에 해당할 것이다. 그렇다면 부활은 마인츠 성 슈테판 교회(St. Stephan's Church Mainz)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마인츠 성 슈테판 교회는 여러 반전들이 더해져 오늘에 이르렀다. 교회는 지역을 대표하는 고딕양식으로 990년 건립되었지만 2차 대전의 폭격으로 대부분 파괴되었다. 그러나 1968년 교회가 재건축되고 1978년 샤갈에 의해 부활한다. 샤갈은 색채의 마술사로 동화 같은 몽환적인 그림을 그리는 화가였지만 그의 삶은 고난과 역경의 연속이었다. 유대인이었던 그는 유대인 차별을 피해 예술을 펼칠 수 있는 프랑스와 미국으로 떠나야 살아야 했다. 그는 작품 제안을 받았을 때 망설였지만 독일인과 유대인 그리고 기독교와 유대인의 화해의 상징으로 만들었다. 그는 이것을 ‘빛의 현관’이라 명명하고 그의 염원대로 과거와 다른 미래로 향하길 바랬다. 성 슈테판 교회는 그가 마지막으로 그린 스테인드 글라스이다. 샤갈은 98세에 이 작품을 완성하고 한달 뒤 떠나면서 교회에 설치된 결과물을 보지 못했다. 나는 교회 안 벤치에 앉아 긴 시간을 보냈다. 생각은 샤갈의 블루처럼 어둠속에서 방황하지만 그의 스테인드 글라스처럼 ‘빛의 현관’을 통과해 고뇌, 우울, 슬픔이 아닌 미래로 향해 나아가야 한다.마인츠 성 슈테판 교회(St. Stephan's Church Mainz)의 스테인드 글라스는 유대인의 전통과 신화를 주제로 만들어졌으며 블루는 평화, 자유, 사랑을 상징한다. 가로수 나뭇잎이 떨어진 거리를 걷다 보니 신기한 것이 눈에 들어왔다. 특이한 모습으로 열매가 나뭇잎에 붙어 바닥을 뒹굴고 있었다. 열매가 잎과 함께 떨어져 바람이 불면 멀리 날아가는 구조였다. 우리의 생각도 이 나무의 열매처럼 한곳에 머물러 자라는 것이 아닌 바람과 함께 멀리 갈 수 있어야 한다. 우리의 생각에도 날개를 달아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멀리 날아갈 수 있게 생각 역시 가벼워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에디터 이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