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 의정부음악도서관: 취향의 물결에 잔잔한 파동을 일으키다 Space 2024-10-05 Keywords 강혜빈 강혜빈에디터 의정부음악도서관 공공도서관 블랙뮤직 자동피아노연주 스타인웨이 LP 턴테이블 CD플레이어 재즈 힙합 집에 있을 때는 유튜브에서 설정해 둔 음악 목록을 자주 틀어 놓는다. 블루투스 스피커에 음악을 연결하면 방 안은 어느새 '집중 모드'가 된다. 상황에 따라 듣는 노래들이 달라 여러 영상 콘텐츠를 저장해 두었다. 유튜브 외에도 음악 스트리밍 앱에 여러 재생 목록을 만들어 두었는데, 주로 오래전부터 들어왔거나 우연히 발견한 음악들이다. 그러던 중, 문득 재생 목록에서 새로움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익숙한 멜로디와 가사에 의존해 같은 노래만 반복해서 듣다가 따분하다고 느낄 때쯤 이미 다음 곡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유튜브 영상 추천으로 음악 장르를 다양하게 시도해봤지만 내 취향은 여전히 얕게 느껴졌다.편식 없는 나만의 플레이리스트를 만들고 싶을 때 의정부 음악도서관을 추천한다. 다양한 책과 더불어 층마다 흘러나오는 음악이 도서관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1층 북스테이지에 들어서자 경쾌하고 여유로운 재즈 선율이 공간을 부드럽게 감싸며 편안한 느낌을 자아냈다. 자유롭게 변주하는 리듬에 나도 모르게 흥얼거렸고, 즉흥적인 분위기는 선선한 가을바람과 자연스레 어울렸다. 음악에 이끌려 입구 왼편의 사서 컬렉션 코너로 향했다. 매월 다양한 주제로 추천 도서와 함께 책 소개 코멘트도 함께 적혀 있는데, 도서관을 방문했던 9월의 주제는 ‘Comodo: 마음 편하게’였다. 마음의 휴식이 필요할 때 사서 컬렉션이 제안하는 책 속으로 흠뻑 빠져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편한 마음으로 그림책과 에세이 한 권씩 골라 계단으로 향했다. 벤치형 계단은 앉아서 쉬거나 책을 읽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오픈스테이지 공간과 연결되어 독특한 매력을 발산했다. 이곳에서는 정기음악회, 버스킹 등 다양한 행사가 열리고 있다. 음악의 장르와 주제도 다채롭다. 청소년들의 진로와 친구 관계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누는 앙상블, 전통 국악과 서양 음악이 어우러진 토크 콘서트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이 모든 프로그램은 언제나 도서관을 찾는 사람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동네에서 열리는 무료 공연이라니, 도서관 가까이에 사는 이들이 왠지 부러워졌다. 그래피티 아트 벽화가 그려진 계단을 따라 2층 멀티스테이지로 올라갔다. 이곳엔 악기별 악보, 음악 관련 잡지, 시집 등 관련 서적이 진열되어 있고 창가 쪽은 집중해서 독서할 수 있는 테이블 좌석이 있다.1층과 2층이 음악을 듣거나 관련 서적을 읽는 곳이라면, 3층 뮤직스테이지는 음악 감상에 몰입할 수 있는 곳이다. 뮤직홀 입구에 다다르자 피아노 선율이 들려왔다. 처음에는 라이브 공연인 줄 알았으나, 수제 피아노 브랜드인 ‘스타인웨이’에서 자동 연주로 흘러나오는 곡이었다. 뮤직홀에서는 매월 주제를 정해 선곡 목록을 공지하고 하루 두 번 자동 연주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가을을 주제로 고요하지만 포근한 분위기의 연주가 이어졌고, 몰랐던 음악이 자연스럽게 마음속에 스며드는 즐거움을 느꼈다. 마치 누군가 나를 위해 정성스럽게 선별한 음악을 직접 체험하는 듯한 기분이었다. 선선한 바람에 온기가 느껴지는 계절 분위기를 만끽하며 오디오룸으로 향했다. 프라이빗 영화 상영관을 떠올리게 하는 이곳에서는 매일 세 번의 음악 감상회와 상영회를 진행한다. 내가 방문한 날에는 오페라 감상회가 진행 중이었다. 고품질의 오디오 기기와 스피커가 설치되어 있어 어떠한 장르의 음악도 풍성하게 감상할 수 있는 특별한 매력이 있었다.의정부는 과거 미군 부대의 영향으로 힙합, 비보잉과 같은 스트리트 문화가 발전하며 독특한 블랙뮤직 문화를 형성했다. 한국의 감성과 서구의 음악적 감각이 융합되어 지금의 한국 음악 장르가 탄생한 것이다. 의정부음악도서관의 뮤직스테이지는 이러한 문화적 특색을 다채롭게 담은 공간이었다. 특히 엘리베이터 옆 한쪽 벽면에 자리한 블랙뮤직 컬렉션의 CD와 LP 자료를 이용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테이블에 설치된 CD플레이어로 힙합 아티스트 윤미래의 음반을 틀어보았다. 어릴 때 MP3 플레이어로 처음 들었던 그녀의 음악이 떠올랐다. 블랙뮤직의 감성을 더욱 생생하게 듣고 싶다면 LP존의 턴테이블을 이용해보는 건 어떨까. 1940~50년대 재즈, 블루스 같은 장르가 LP 음반으로 발매되면서 영향력을 확대했는데 당시의 변화는 비주류로 여겨지던 흑인 음악이 대중화되는 계기가 되었다.1층에서 가져온 책과 함께 LP 특유의 따뜻한 아날로그 음질을 듣고 싶어 음반 하나를 골랐다. 어디선가 한 번쯤 들어봤던 피아니스트 빌 에반스의 앨범이었다. 재즈의 역사나 종류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악기별로 분류한 표시를 보고 독서와 어울리는 음반을 고르는 재미가 있었다. 음반에 먼지가 묻지 않도록 가장자리를 잡아 조심스럽게 턴테이블 중앙에 올려놓고 오른쪽 톤암을 살짝 이동시켜 음악을 재생했다. 미세한 잡음이 살짝 느껴졌지만, 이어폰과 스피커로는 느낄 수 없는 풍성한 음질을 경험할 수 있었다. 의정부음악도서관에서의 시간은 잔잔했던 나의 취향에 물결을 일으키는 계기가 되었다. 책, 영상, 악기 등을 통해 음악과 교감하는 경험 덕분에 새로운 노래를 발견하는 순간이 더 특별하게 느껴졌다. 조금씩 넓어져 가는 나만의 취향에 노랫말 같은 이야기를 더해보고 싶어졌다. 의정부음악도서관위치 : 경기 의정부시 장곡로 280운영 : 화-금 10:00 – 21:00, 토-일 10:00 – 18:00, 매주 월요일 휴관에디터 강혜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