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 [어바웃 디자인] 가을과 건축: 인문, 경험, 축제 그리고 편안함 Trend 2024-09-30 Keywords 단비 단비에디터 어바웃디자인 가을 건축 클레멘티눔 Klementinum 헬싱키디자인위크 판란드 뤽상부르공원 어니스트헤밍웨이 서원 소수서원 체코 국립도서관 클레멘티눔, 예술과 인문의 만남가을은 땅의 계절이다. 땅은 흙의 의미를 갖고 있지만 고향에 대한 기억과 삶에 대한 기억 등 흙에는 없는 우리의 삶과 철학을 닮고 있다. 가을은 하늘에서 시작해 땅으로 내려와 여름과 인사하며 그 흔적을 남긴다. 그렇게 단풍과 낙엽이 어우러진 사색과 인문의 계절이 되는 것이다.동유럽의 지성을 상징하는 문화 수도 프라하에는 이 명성에 걸맞은 동유럽 최대의 도서관이 있다. 체코 국립도서관은 프라하 카를 거리 중심에 위치한 클레멘티눔(Klementinum)으로 과거 도미니크 수도원이었던 건물을 개조해 도서관으로 만들었다. 프라하에서 가장 긴 역사를 가지고 있는 클레멘티눔은 바로크 양식으로 지어져 1578년부터 1726년까지 무려 150년의 기간동안 14명의 건축가와 예술가의 손을 거쳐 완성되었다. 1773년 예수회 수도원이 해체되면서 클레멘티눔은 프라하 대학과 체코 국립도서관에 인수되어 도서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클레멘티눔은 어느 날 아침에 일어나니 벌레가 되어있었다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변신’의 소설가 프란츠 카프카를 포함해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 소설가 밀란 쿤데라가 지식을 탐독하고 저작 활동을 펼친 곳이다. 도서관 내부의 환상적인 프레스코화가 그려진 전장과 홀 양옆으로는 고서가 빼곡하게 들어차 있는 모습이 압권이다. 체코 국립도서관은 6억 5천만권의 도서를 보유하고 있으며 해마다 80만권이 추가되고 백만 명 이상이 도서관을 방문하고 있다. 클레멘티눔은 프라하 성에 이어 프라하에서 두번째로 큰 복합 건물 단지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서관으로 불린다. [이미지 출처: Prague.eu 홈페이지] 헬싱키 디자인 위크 2024, 총체적 문화 경험가을은 세계의 디자인 도시에서 펼쳐지는 축제들로 가득한 달이기도 하다. 세계 최대 실내장식 박람회인 메종 오브제 기간에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파리 디자인 위크’부터 유럽 최대의 디자인 행사로 디자인 수도로서의 저력을 경험할 수 있는 ‘런던 디자인 페스티벌’까지 볼거리로 가득한 축제의 장이 펼쳐진다. 그중 북유럽 최대의 디자인 박람회인 ‘헬싱키 디자인 위크(Helsinki Design Week)’는 9월에 반드시 가봐야 할 행사이다. 디자인 페어는 단순히 최신 트렌드나 신상품을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도시의 생동감 있는 전통과 현재가 결합된 총체적인 문화를 경험할 수 있다. 디자인은 사용자의 안목과 연결되며 미적 문화 수준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디자인을 생활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세계에서 가장 높은 행복지수를 자랑하는 핀란드 사람들의 전반적인 삶과 접근 방식을 엿볼 수 있다.북유럽에서 가장 큰 디자인 및 건축 축제인 헬싱키 디자인 위크는 매년 9월에 열린다. 헬싱키 디자인 위크2024는 '저기 아래에 (Underneath)'를 주제로 세 곳의 메인 베뉴와 100개의 다른 이벤트에서 진행된다. [이미지 출처: helsinkidesignweek.com 홈페이지] 뤽상부르 공원, 날마다 축제 역동적인 도시 파리에는 정적인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 또한 많다. 루브르 박물관 근처 오랑주리 미술관이 있는 튈르리 정원(Jardin des Tuileries)은 접근성이 좋고, 뤽상부르 공원(Le Jardin du Luxembourg)은 뤽상부르 궁전을 바라보며 차분한 휴식 시간을 보내기에 제격이다. 파리는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축제(Feast)’라 부르며 젊은 시절을 보낸 곳으로 그중 뤽상부르 공원은 그가 가장 좋아하는 산책 장소였다. 아파트로 가기 위해 뤽상부르 공원을 가로지르는 길은 가난했던 헤밍웨이에게 언제나 소중한 안식처가 되어주었다.뤽상부르 공원은 루이 13세가 어머니 메디치를 위해 뤽상부르 궁전에 건축한 프랑스식 정원이다. 어머니의 고향인 이탈리아 피렌체의 피티 궁전(Palazzo Pitti)을 본따 궁전을 지으면서 대규모 공원을 함께 조성했다. 왕비가 사망하고 공원을 일반인들에게 공개하면서 뤽상부르 공원은 18세기 이후 파리 시민들의 산책과 연애, 사색의 장소로 큰 인기를 누렸다. 뤽상부르 공원은 시민들에게 파리 도심 속 오아시스가 되어주고 있다. 지붕 없는 미술관으로 불리는 공원 안에는 뤽상부르 궁전, 메디치 분수, 자유의 여신상을 비롯한 다양한 조각상과 함께 각자의 방식으로 공원의 정취를 만끽하는 파리 시민들의 모습 또한 이곳만의 볼거리다. 뤽상부르 공원은 23만m², 축구장 35개 크기로 나무 3,000그루, 5,000m²의 화단, 500여 종의 과수원, 분수를 포함한 102개의 동상과 기념물 등 볼거리로 가득하다. 2002년에는 디자이너 프레데릭 소피아가 디자인한 ‘뤽상부르’가 새겨진 4,500개의 초록색 알루미늄 의자 세나트(Sénat)를 공원 곳곳에 놓으면서 또 하나의 아이콘이 되었다. [이미지 출처: jardin.senat.fr 홈페이지] 서원, 바라보는 편안함가을, 고층 빌딩 숲에서는 느낄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여유로움이다. 조용히 느리게 움직이는 자연에서의 여유로움은 가을 무렵 그 절정에 이른다. 한국적인 여유로움과 특별함 역시 마찬가지다. 영주 소수서원(사적 55호)은 우리나라 최초의 사액서원으로 조선시대 향촌 선비들의 멋과 전통을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다. 최근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서원은 성리학의 역사와 문화적 전통에 그 가치를 평가하고 있으며 가을 정취를 만끽하기 좋은 곳으로 소개하고 있다.1543년 풍기군수 주세붕이 세운 백운동서원(白雲洞書院)이 1548년 풍기군수로 부임한 퇴계 이황의 노력으로 널리 알려질 수 있었다. 경상도관찰사 심통원을 통해 국가의 지원을 건의하여 1550년 명종이 이를 받아들여 친필의 소수서원(紹修書院) 현판을 내렸다. 소수서원은 자유로운 분위기가 특징이며 서원 동쪽에 죽계천이 북에서 남으로 흐르고 입구에는 소나무가 우거진 풍광이 수려한 곳에 자리하고 있다. 학문을 하려는 이들에게 열린 교육으로 소수서원에서 비롯된 선비 정신은 훗날 독립운동으로 이어진다. 소수서원 입구에는 은행나무 두 그루가 서 있고 그 지점에서 지면이 높아져 경내임을 알 수 있다. 경렴정(景濂亭)은 주세붕이 지은 정자로 여기서 죽계천을 바라보면 마음이 편안하다. 유생들이 시를 짓고 학문을 토론하며 풍류를 즐기던 휴식과 재충전의 공간이다. [이미지 출처: k-seowon.or.kr 홈페이지] 에디터 단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