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 경계를 지우고 확장하는 예술 Exhibition 2024-09-12 Keywords 강혜빈 강혜빈에디터 미술관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 평창동 아카이브 아카이브 환상 전시 그림책 미술 도서 레퍼런스 라이브러리 서울시립미술관 어린이책과 그림책을 주제로 한 행사가 열린다는 소식에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로 향했다. 어린 시절 기억속에 자리한 그림책을 비평가의 시선으로 바라보면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궁금했다. 단순한 호기심은 낯선 예술 장르의 세계를 엿볼 작은 틈을 열어주었다.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는 평창동 한적한 동네에 자리 잡은 국공립 아카이브 전문 미술관이다. 기록물 자체 또는 기록을 보관하는 장소를 의미하는 ‘아카이브’ 미술관 답게 다양한 예술 작품과 관련 기록물을 만나볼 수 있는 곳이다. 지하철역에서 내려 마을버스를 타고 몇 정거장을 지나 도착한 이곳에서 잠시 숨을 고를 겸 미술관을 둘러보았다.미술관은 모음동, 배움동, 나눔동 총 세 개의 전시실로 구성되어 있다. 도로를 사이에 두고 독립된 부지에 자리 잡은 이곳은 분절된 공간이지만 ‘연결’을 떠올리게 한다. 특히 경사가 있는 지형을 숨기거나 극복하지 않고 건물을 계단식으로 설계한 점이 인상적이다. 각 층마다 연결된 문을 열고 나가면 옥상 정원을 볼 수 있는데, 외부의 경사로와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길을 건널 때도, 집으로 향하는 언덕을 오를 때도 자유롭게 미술관을 드나들 수 있는 특별함이 있다.건물을 둘러본 뒤 그림책 행사 장소인 나눔동으로 향했다. 약 두 시간 동안 7명의 비평가 각자가 읽은 그림책과 그들이 선정한 키워드에 대해 자유롭게 발언하며 소통하는 현장을 경험할 수 있었다. 누구나 한 번씩 고민해 보았을 관계, 자기 정체성 등의 관점에서 책의 내용을 감상하니 아이와 어른의 세계 모두를 아우르는 장르임을 알게 되었다. 그림이라는 또 다른 언어로 공감대를 형성하는 풍경은 익숙하지 않지만 그들의 세계에 한발짝 다가가고 싶은 마음이 들게 했다. 경험의 확장으로 그동안 마음속에 몰래 자리했던 예술에 대한 경계가 조금씩 허물어지는 듯했다.모음동 건물에서 진행 중인 《아카이브 환상》은 곽남신, 손광주, 윤가림, 이교준, 임선이, 전국광 등 작가 6인의 서울시립미술관 소장품을 소환하여 과거의 기록과 현재의 목소리, 미래의 상상을 한곳에 펼쳐 놓았다. 이들의 작업은 과거와 현재, 실재와 환영, 추상과 구상을 오가며 그 경계와 균열 사이에 자리하는데, 회화, 영상, 사진, 조각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각각의 독특한 세계관을 보여준다. 일기와 낙서, 스케치와 같은 작가들의 사적인 기록을 보니 고된 창작 과정과 뜨거운 열정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동시에 예술 세계에 대해 꾸준히 품어왔던 질문을 다시 한번 떠올렸다. 그동안 작가의 의도와 작품 세계를 온전히 이해하는 것이 가능한지에 대한 의구심과 ‘예술의 언어’는 어렵다는 고정관념이 있었다. 그러나 곽남신 작가의 인터뷰 영상과 작품을 천천히 감상하며 어렴풋이 그 대답을 알 것 같기도 했다. 그의 작품 중 ‘욕심쟁이’는 제목 그대로 욕심 많은 사람을 떠올리게 하지만 작가가 표현하고자 했던 것은 ‘무용하는 사람’이었다고 한다. 작품 의도와 대중의 해석은 괴리감이 있지만 작가는 이를 부정하기보다는 ‘관찰자’의 입장에 머문다. 유머러스한 작품의 분위기에서 정해진 주제와 메시지를 찾아내는 것은 어쩌면 중요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품 속 이야기를 무한히 상상하는 과정에서 자신만의 세계를 넓히는 것 자체가 예술이 만들어내는 기적이 아닐까. 작가들의 환상 세계에 잠시 머물며 모호하고 추상적인 예술의 경계를 나만의 방식으로 조금씩 사랑해 보기로 했다.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위치 : 서울특별시 종로구 평창문화로 101운영 화-금 : 오전 10시-오후 8시에디터 강혜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