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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리안] 이상한 나의 카메라,
레블루션을 향한 또 다른 여정

썰토리텔링

2024-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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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변화, 이것은 실수와 사고에서 시작된다. 실수와 사고는 우리를 불편하고 화나게 하지만 깜짝 놀랄만한 선물도 함께 숨어있다. 마치 비밥의 창시자인 디지 길레스피(Dizzy Grillespie)의 구부러진 트럼펫과 같은 탄생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아내의 생일날 집에서 열린 파티에서 누군가의 실수로 트럼펫이 망가지는 사고가 일어나지만 이것으로 디지 길레스피의 시그니처인 벨 부분이 위로 구부러진 ‘디지벨’이 탄생한 것처럼 말이다.

내게도 이런 카메라가 있다. 내가 처음 카메라를 배울 때는 입문용을 구매해 작고 간소하게 시작했지만 시간이 지나자 하이엔드 카메라에 관심이 갔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 지름신이 강림하면서 나는 좋다는 브랜드와 신제품을 열심히 쫓아다녔다. 다행히 카메라의 종착지라 불리는 중형 카메라까지 가진 않았지만 이것의 턱 밑까지 갔었다. 그렇게 나는 독일 브랜드인 빨간 딱지의 감성에 빠지게 되었다.

그런데 나의 카메라에 문제가 생겼다. 사진의 퀄리티를 위해 그동안 해온 노력들이 한순간에 물거품으로 바뀌어 버렸다. 카메라의 심장과도 같은 영상을 기록하는 시모스(CMOS) 센서가 고장 나면서 사진을 찍으면 동그랗고 선명한 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색만 다를 뿐 이것은 꼭 태양 같아 보였다. 우리가 노을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면 보이는 태양… 딱~ 그만한 크기였고 딱~ 그 위치였다.

나는 가족 여행을 다녀온 다음날 사진을 정리하기 위해 부푼 마음으로 컴퓨터 앞에 앉았다 이 커다란 점을 발견했다. 포토샵으로 수정하는 걸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 나는 결국 2박 3일 동안 찍은 사진을 모두 버려야 했다. 카메라를 수리하는 것 또한 쉽지 않았다. AS센터를 찾아 갔지만 결국 비싼 교체 비용 때문에 그냥 돌아와야 했다. 그런데 이것이 나의 카메라 사용법을 바꿔 놓았다. 내가 커다란 점이 나오는 카메라를 그냥 쓰기로 하면서 나는 유별나고 이상한 나만의 사진 여행을 시작할 수 있었다.

길을 걷다 태양을 닮은 큰 점과 어울리는 것을 발견하면 나는 자세를 바꾸고 카메라를 돌려가며 이 점과 어울리는 한 컷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나는 동그란 눈동자에 맞추어 사진에 담기도 하고 동그란 바퀴에 올려 놓고 아이들의 장난감을 찍기도 했다. 노을에는 태양에 점을 올려 놓고 사진을 찍기도 하고 밤에는 동그란 가로등 불빛에 이것을 반사시키는 것으로 풍경을 담기도 했다. 운 좋게 고양이를 만날 때는 이것을 찍으며 긴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고양이 찍기를 좋아했는데 특히 검은 점이 있는 고양이는 나의 카메라에 잘 어울렸다.

꼭 카메라에 있는 점이 피하거나 숨겨야 하는 대상은 아니었다. 커다란 점은 외눈박이 인형의 예쁜 눈이 되어주었고 또 나는 점을 주인공으로 정해 놓고 주변의 경치를 담기도 했다. 화룡점정이 마지막에 점을 찍는 것으로 과정을 마무리하는 것이라면 이것은 미리 찍어 놓은 점을 가지고 세상 이곳저곳에 맞는 것을 찾고 분배하는 일이었다.

이렇듯 나의 카메라가 동그란 점을 가지게 되면서 나는 지금까지 보지 못한 것들을 찾고 경험할 수 있었다. 이것은 내가 예전에 했던 놀이와도 비슷하다. 나는 이것을 ‘세상에 모든 나의 이름 찾기’라 부르며 나와 같은 이름의 이니셜을 발견하면 이것을 사진으로 찍어 인스타에 올렸다. 나와 같은 이름으로 존재하는 것 그리고 이것을 발견하는 것은 나를 설레게 했다. 이것은 마치 내가 다른 모습으로 세상 여기저기에 살고 있는 듯한 신기하고 재미있는 기분마저 들게 만들었다.

나는 이 이상한 카메라와 많은 시간을 보냈고 많은 곳을 같이 다녔다. 나는 가까운 곳을 갈 때도 이것을 들고 다녔고 멀리 휴가를 갈 때도 챙겨 가기도 했다. 내게는 이 카메라가 소설가 마르셀 프루스트(Marcel Proust)의 말처럼 진정한 여행은 새로운 풍경을 보는 것이 아닌, 새로운 눈을 가지게 한다는 것임을 직접 경험하게 해주었다. 실수와 사고에서 레블루션이 시작된다는 것을~ [이미지 출처:leica-camera.com 홈페이지]

에디터 두리 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