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urnal [두리안] 실패를 우리의 축제로 즐길 수 있다면 썰토리텔링 2026-10-17 Keywords 두리안 썰토리텔링 실패. 축제 공감하는문화 실패공유행사 실패의날 실패에대한부담과두려움 극복해야할문제 좌충우돌실패축제 실패를놀이처럼즐기기 자유로운상상력 웃음과호기심 실패를축제로 실패즐기기 요즘 해외에선 실패를 숨기거나 부끄러워하기보다, 실패 사례를 사회가 함께 나누고 공감하는 문화가 활발하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는 창업가들이 사업 실패를 공개적으로 이야기하는 게 당연한 분위기로 자리 잡았고, 멕시코시티에서 시작된 ‘Fuckup Nights’는 실패를 공유하는 행사로 세계 여러 도시까지 퍼져 나갔다. 핀란드에선 매년 10월 13일을 ‘세계 실패의 날’로 지정해 기념하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여전히 실패를 조금은 숨기고, 부담스러운 일로 여기는 경향이 짙다. 새 도전을 앞둘 때 결과보다 ‘실패했을 때 불이익이나 평가 걱정’부터 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 탓인지, 실패가 곧 ‘개인의 부족함’으로 여겨지기도 한다.하지만 실패를 무조건 극복해야 할 문제로만 보지 말고, 오히려 축제처럼 즐기는 문화로 만드는 건 어떨까? 잘하지 못해도 괜찮고, 계획대로 안 돼도 웃으며, 실패에도 박수를 보낼 수 있는 자리를 상상해 보면 참 멋질 것 같다. ‘좌충우돌 실패 축제’처럼, 실패 자체를 놀이처럼 즐길 수 있는 축제를 꿈꾸는 거다.누구나 있는 의자가 가진 상상‘누구나 있는 의자가 가진 상상’에서는 평범한 의자가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변신한다. 참가자들은 집에 흔한 의자를 가지고 자유롭게 상상을 펼친다. 어떤 사람은 의자에서 가장 편안하게 쉴 방법을 생각하고, 또 어떤 사람은 의자를 여러 사람이 모여 앉는 마을 정자나 평상처럼 만든다. 침대처럼 눕는 가구가 되기도 하며, 동물이나 나무가 앉는 의자를 떠올리는 사람도 있다. 의자가 집 안에만 머무르지 않고 밖으로 나가 돌아다니거나, 옷처럼 입었다가 펼쳐 앉는 독특한 아이디어도 가능하다. 이 축제에서는 완성도나 실용성보다 새롭고 자유로운 발상을 더 높게 평가한다. 의자가 원래 기능을 완벽하게 수행하지 않아도 괜찮고, 평소 쓸모없다고 생각한 결과물이 흥미로운 작품이 될 수 있다.기능하지 않는 물건들의 세상이번에는 반대로, 물건에서 얼마나 기능을 뺄 수 있는지를 겨루는 대회를 열어보면 어떨까? 일반적으로 가방은 물건을 쉽게 넣고 꺼낼 수 있도록 만든다. 하지만 이 대회에서는 물건을 넣기도 어렵고 꺼내려면 한참 찾아야 하는 가방을 상상한다. 컵은 아랫부분으로 마셔야 해서 물을 마시려면 몸을 눕혀야 하고, 문은 정해진 숫자와 방향으로 손잡이를 여러 번 돌려야 열린다. 대부분의 물건은 편리함을 목표로 하지만, 이 대회는 실패와 불편함을 작품의 일부로 인정한다. ‘얼마나 쓸모없고, 사용자들에게 얼마나 당황을 주는지’와 ‘그 불편함이 어떻게 정당화되는지’가 평가 기준이다. 관람객은 직접 물건을 써 보며 웃고, 만든 사람은 그 이유를 진지하게 설명한다. 평소에 외면받았던 물건이 이곳에서는 관심을 받는다. 물론 세상의 물건을 일부러 불편하게 만들자는 뜻은 아니다. 언제나 편리하고 효율적인 것만 좋은 결과라고 생각하는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쓸모없음과 자유로운 실패 자체를 재미있게 즐겨보자는 것이다.실패로 가득 찬 미술관우리가 실패라고 생각한 것들을 모아 박람회를 열어볼 수 있다. 입구에 들어서면 초점이 맞지 않거나 흔들린 사진, 아이들이 찍었을 법한 엉뚱한 구도의 사진이 가득하다. 카메라가 떨어지거나 넘어질 때 찍힌 영상도 함께 전시되며, 달그락거리는 소리와 갑작스러운 놀람 소리도 공간 곳곳에서 들린다. 어떤 사진은 편집이나 보관 과정에서 손상돼 이상하게 바뀌거나 웃긴 모습이 되기도 한다. 합성 과정 중 정교함이 떨어져 엉뚱하고 기발하게 보이기도 한다. 실패한 것들, 오타, 어디에 쓰는지 알 수 없는 기묘한 물건의 사진도 전시된다. 과연 어떻게 사용하는지를 알 수 없는 문손잡이, 이것을 자전거라 부를 수 있을까 하고 의문이 드는 자전거도 있다. 이런 작품들은 ‘왜 만들었을까’, ‘이게 어디에 쓰일까’ 하는 생각과 상상을 자극한다. 이 미술관의 목적은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찾는 것이 아니다. 평소 버렸거나 삭제했던 사진과 물건을 모았을 뿐인데, 그 안에서 웃음과 호기심이 피어난다.실패가 쌓아 올린 축제세상에는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실패가 있다. 누구나 실패를 경험하고, 어떤 사람은 같은 실패를 여러 차례 반복한다. 실패는 특정 사람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일상이다. 이런 실패를 축제로 만든다면 어떨까. 무엇이든 도전할 수 있고, 결과에 구애 받지 않는 곳 말이다. 잘하려 애쓰지 않아도 되고, 인정받아야 한다는 부담도 없다. 평소 하지 않았던 일도 해보고, 예상하지 못한 결과를 함께 즐긴다. 이런 축제가 실패를 줄이거나 인생을 바꾸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실패를 극복하라는 강요 대신, 실패 자체를 즐기는 기회가 생긴다면 의미 있는 변화가 될 것이다. 실패를 무조건 이겨내야 하는 대상으로만 보지 말고, 가끔은 같이 웃으며 즐길 수 있는 소중한 경험으로 바꿀 수 있으면 좋겠다. [이미지 출처: Pinterest]에디터 두리 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