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urnal [dkb Archive 06] 나무와 같아야 하지 않을까 Opinion 2026-08-01 Keywords dkbArchive 봄 시작 기다리는마음 준비하는시간 맞이준비 오감과마음 감각영역 긴시간경험 계절표정 창가소품 작은전시장 취미와배려 일상태도 삶반복 익숙한다름 집계절표정 작은차이 반복속힘 나무 반복성장 기다림어려움 저마다의시간 반복쌓임 성장 속도아닌시간 이상화에디터 봄과 같은 시작봄이 언제 시작되느냐는 질문에, 한 시인이 남긴 답이 떠오른다. 겨울 내내 집 안에 두었던 화분을 창밖으로 내놓는 그 순간, 바로 그때가 봄이 시작된다고 했다. 그 말에는 많은 것을 내포하고 있다. 봄을 기다리는 마음이 있어야 하고, 봄이 오기 전에 미리 준비하는 시간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겨울을 견디며 살아남은 화분이 다시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울 수 있도록, 햇빛 드는 자리를 마련해주고 아직 차가운 바람이 남아 있어도 너무 늦지 않게 밖으로 내보내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계절을 기다리는 것과 맞이할 준비를 하는 것은 다르다. 그 시기를 아는 일은 어쩌면 오감과 마음이 함께하는 감각의 영역일지도 모른다. 해마다 봄은 찾아오지만, 매년 같은 봄은 아니다. 어떤 해는 화분을 일찍 내놓아야 하고, 때로는 좀 더 신중해야 한다. 이러한 미묘한 차이는 긴 시간 계절을 경험한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감각이다.집에 대해서도 비슷한 생각이 든다. 어떤 집은 한 해 내내 같은 모습으로 시간을 보내지만, 어떤 집은 계절마다 조금씩 다른 표정을 짓는다. 봄이면 집 밖 여기저기 화분이 놓이고, 여름에는 덩굴꽃 아래 파라솔이 펼쳐지며, 가을에는 호박과 고추가 햇볕을 받고, 겨울에는 작은 전구와 크리스마스 장식이 집을 환히 밝힌다. 나는 그런 집을 볼 때면 괜스레 미소가 지어진다. 집이 계절을 ‘맞이’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계절을 ‘축복’하는 듯한 장면이다. 유럽의 오래된 골목을 거닐다 보면, 가정집 창가에 커튼 대신 작은 인형과 화분, 오래된 소품이 놓여 있는 모습을 자주 마주한다. 집 안에서 새어나오는 포근한 불빛과 사람의 인기척이 더해지면, 그 창문은 마치 누군가가 정성스럽게 만든 작은 전시장처럼 느껴진다. 그것은 취미일까, 배려일까? 아마도 둘 다일 것이다.자신의 공간을 조금 더 아름답게 가꾸려는 마음이 지나가는 이에게 작은 즐거움이 된다. 자신만의 일상을 정성껏 살아가는 태도는 어쩌면 도시 풍경을 변화시키는 가장 소박하지만 근본적인 힘일지도 모른다. 그런 모습을 바라보면, 공간을 특별하게 만드는 건 결국 계절의 미묘한 흐름을 알아차리고 그에 반응하는 마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반복 속에 깃든 다름삶은 어쩌면 같은 일의 반복일 것이다. 오늘은 어제의 연장이고, 내일은 오늘의 또 다른 얼굴이다. 반복은 우리 삶에 안정감을 주지만, 때로는 틀에 갇히거나 굴레가 되기도 한다. 그런데도 그 반복 속에서 변화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이 있다. 매일 같은 일을 하면서도 어제와 다른 점을 발견하고, 익숙한 것을 조금씩 다르게 바라보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변화를 만들어가는 이들이다. 어쩌면 그들은 계절의 미묘한 변화를 감지하는 사람들인지 모른다. 같은 봄을 맞이해도 화분을 내놓는 시기를 알고, 같은 집에서 살아도 계절마다 각기 다른 표정을 만들어내는 것처럼 말이다.우리는 흔히 큰 변화만을 변화라 생각하지만, 실제 삶을 바꾸는 건 작고 반복적인 움직임인 경우가 많다. 매일 조금씩 읽고, 쓰고, 만들고, 가꾸는 일. 어제와 크게 다르지 않은 하루지만 그 안에 작은 차이를 더하는 일. 변화는 반복의 반대편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반복 속에서 만들어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늦은 나이에 미술을 시작해 여든이 넘어서도 매일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있다. 정년퇴직 후 작은 사무실을 얻어 다시 아침에 출근하고 저녁에 퇴근하는 생활을 이어가는 사람도 있다. 남들이 보기에는 특별할 것 없는 하루일지 모른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매일의 반복이 삶을 계속 살아가게 하는 힘이 된다.우리는 흔히 큰 변화만을 변화라 생각하지만, 실제 삶의 변화를 만드는 건 작고 반복적인 움직임인 경우가 많다. 매일 조금씩 읽고, 쓰고, 만들고, 돌보는 일상의 작은 차이가 쌓여 삶의 깊이를 만든다. 변화는 반복과 반대편에 있지 않고, 오히려 반복 속에서 피어난다. 늦은 나이에 미술을 시작해 여든이 넘도록 매일 그림을 그리는 사람, 정년퇴직 후 작은 사무실을 얻어 다시 출퇴근을 반복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그들을 생각하면 나무가 떠오른다. 봄이면 새잎을 틔우고, 여름에는 가지를 뻗어 그늘을 만들며, 가을이면 잎을 내려놓고, 겨울에는 묵묵히 다음 계절을 준비한다. 해마다 같은 일을 반복해도 결코 똑같은 모습에 머무르지 않는다. 나무는 반복되는 시간 속에서 조금씩 성장하기 때문이다.기다림의 가치무엇이든 알맞은 때가 있다는 말은 자주 듣지만, 그 ‘때’를 기다리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우리는 빨리 시작하고, 빨리 성장하며, 빨리 결과를 확인하고 싶어 한다. 나 역시 꿈꾸던 건축에 대해 오랫동안 고민했으면서도 실행하지 못한 것을 단순히 노력이나 열정 부족 탓으로 여겼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모든 일에는 저마다의 시간이 있는 것 같다. 나무는 자신을 증명하지 않는다. 봄이면 새잎을 틔우고, 여름에는 그늘을 만들며, 가을엔 잎을 내려놓고, 겨울엔 다음 계절을 준비한다. 그저 자신의 시간을 살아갈 뿐이다. 그 반복이 쌓여 어느덧 큰 나무로 성장한다. 좋아하는 일과 브랜드를 키우는 데는 속도보다 시간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아직 땅속에 묻힌 씨앗처럼 언제 싹을 틔울지 알 수 없지만, 언젠가는 땅을 뚫고 올라올 거라는 믿음이 있다. 그때까지 기다릴 수 있는 시간, 그리고 처음 품었던 마음을 잃지 않고 꾸준히 이어가는 것. 어쩌면 바로 그 길이 내가 바라는 dkb의 길일지도 모른다.에디터 이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