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urnal [두리안] 미결정의 아름다움, 양손형 건축 썰토리텔링 2025-12-26 Keywords 두리안 두리안에디터 썰토리텔링 미결정의아름다움 양손형건축 보이지않는기준 획일적인흐름 왼손잡이의불편함 유니버설디자인의한계 대담한전환 디지털환경 양손으로사고 양방향상호작용 고정되지않은인터페이스 다양성 선택의자유 미결정의상태 정면의유동성 사용자의선택 중심의재정의 공간을가늠하는새로운단위 건축은 언제나 보이지 않는 기준 위에서 작동한다. 그리고 우리는 그 기준을 의식조차 못한 채 공간을 오간다. 문은 한 방향으로만 열리고, 복도는 획일적인 흐름을 강요한다. 건물에는 변치 않는 정면이 있고, 사용자는 미리 정해진 방향으로만 움직인다. 이 모든 것은 너무도 자연스러워 의문조차 들지 않는다. 그러나 왼손잡이는 이 구조에서 가장 먼저 불편을 느끼는 존재다. 불편함은 단순히 왼손의 문제가 아니다. 한 손이 부자유할 때, 짐을 들었을 때, 혹은 단지 평소와 다른 방식으로 공간을 사용하고 싶을 때도 이 굳건한 건축은 모두에게 동일한 장벽이 된다. 이는 특정 집단의 문제가 아니라, 건축이 오랫동안 단일한 기준을 전제로 만들어져 왔다는 불편한 진실을 드러낸다. 흔히 유니버설 디자인이 그 대안으로 제시되기도 한다. 모두를 포용하는 설계,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공간. 그러나 그 포용조차도 여전히 '정해진 틀 안으로 초대하는' 수동적인 방식에 불과하다.이 지점에서 양손형 건축은 대담한 전환을 시도한다. 우리는 이미 디지털 환경 속에서 양손으로 사고하고, 양방향으로 상호작용하며, 고정되지 않은 인터페이스에 익숙해졌다. 현대 사회는 다양성과 선택의 자유를 핵심 가치로 추구한다. 양손형 건축은 더 많은 사람을 하나의 틀 안에 가두는 대신, 그 틀 자체를 해체하는 혁명적 사고를 제안한다.양손형 건축은 오른손과 왼손 사이의 어정쩡한 중간 지점을 찾는 행위가 아니다. 그 대신, 아직 방향이 결정되지 않고, 중심이 고정되지 않은 '미결정의 상태' 그 자체를 설계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이 건축에서는 축이 고정되지 않는다. 정면 또한 미리 정해지지 않는다. 사용자는 어느 방향으로든 건물에 접근할 수 있고, 그 순간 사용자의 눈길이 닿는 곳이 곧 정면이 된다. 공간은 자신의 형태를 먼저 주장하지 않는다. 오직 사용자의 움직임과 선택에 반응하며 비로소 자신의 방향을 획득한다. 복도 역시 반복된 행위가 쌓여 만들어지고 생명력을 가지게 된다.이러한 태도는 건축의 역할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다. 사용자는 공간을 완성하는 능동적인 주체로 더 이상 공간에 맞춰 자신을 구겨 넣는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다. 공간은 사용자의 몸에 맞춰 반응하고, 움직임에 따라 중심이 정의된다. 어느 쪽이 왼쪽이고 오른쪽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사용자가 지금 어떤 방향으로 서 있고, 어떤 의도를 가지고 움직이는가이다. 건축은 그 자율적인 선택을 방해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선택이 자유롭게 발생하도록 적극적으로 허용한다.양손형 건축은 모든 기능적 제약을 해체함으로써 새로운 사용의 자유를 선사한다. 잡아야만 작동하는 요소는 줄어들고, 밀고, 기대고, 통과하는 신체 전체의 움직임이 공간을 구성한다. 손의 우세성은 더 이상 설계의 기준이 되지 않는다. 몸의 무게와 방향성이 공간을 가늠하는 새로운 단위가 된다. 사용자가 집에 순응하지 않으면서, 집은 매일 새로운 형태로 거듭난다. 주거는 완성된 과거형이 아니다. 끊임없이 진화하는 살아있는 현재형이다. 정해진 동선과 순차적인 이해 대신, 사용자의 호기심이 스스로의 길을 만들고 편집한다. 즉 미래의 건축은 '누구를 기준으로 설계했는가'가 아니라, '기준을 얼마나 허물었는가'로 그 가치를 증명할 것이다. [이미지 출처: Humao Museum of Art and Education]에디터 두리 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