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urnal [두리안] 반려동물과 건축: 우리 삶을 품는 존재 썰토리텔링 2025-10-01 Keywords 두리안 두리안에디터 썰토리텔링 반려동물 건축 변화와트렌드 실제적인존재감 집의든든함 집의수명 위로하고품어주는 진정한안식처 조건없는기쁨 기억을담는그릇 삶의일부로존재 큰어른같은존재 우리 일상에는 수치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순간들이 많다. 도로에서 마주치는 신차 한 대가 사실은 이미 1만 5천 대 이상 팔린 모델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우리 동네에서 우연히 본 차 한 대가 이미 전국 도로를 수없이 많은 같은 차들이 달리고 있다는 간접적인 증거인 셈이다. 이처럼 사소해 보이는 현상에서도 사회 전반에 확산되는 변화와 트렌드를 엿볼 수 있다.반려동물의 세계도 마찬가지다. 언론에서는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인구가 1,500만 명을 넘어섰다고 발표한다. 그러나 이 방대한 수치는 때로는 추상적으로만 다가오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가 사는 아파트 단지나 주변 골목을 걷다 보면, 일상의 풍경이 확연히 달라졌음을 실감하게 된다. 과거에 비해 부쩍 늘어난 다양한 종류의 반려견들이 거리 곳곳을 뛰어노는 모습은 반려동물의 실제적인 존재감을 생생히 드러낸다. 그리고 반려견 한 마리 뒤에는 셀 수 없이 많은 반려견 가정의 삶과 이야기가 담겨 있다는 사실도 함께 알게 된다.동생에게는 두 반려견, 산이와 들이가 있다. 이제 산이와 들이도 나이가 들면서 활기 넘치던 움직임은 점차 느려지고, 눈이 잘 보이지 않게 되었다. 작년부터는 바깥 산책조차 어려워지면서, 안타깝지만 수의사의 권유로 집 안에서만 생활하고 있다. 산이와 들이를 처음 가족으로 맞이했을 때, 동생의 삶은 그들 덕분에 언제나 활기가 넘쳤다. 차를 함께 타고 우리 집에 놀러 오곤 했고, 휴가철이면 함께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나 새로운 추억을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세월의 흐름 앞에 건강은 약해졌고, 그렇게 함께 누리던 즐거운 산책은 물론 여행 같은 특별한 시간들도 자연스레 사라져 버렸다.이 모습을 지켜보며 문득, 집과 건축이 반려동물과 참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래도록 우리 곁을 지키며 튼튼하고 건강하게 보듬어주는 존재가 연약한 이를 보호하듯, 나의 기억 속 집은 언제나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집은 항상 그 자리에서 변함없는 모습으로 우리를 기다렸고 그래서 나와 가족이 그 집에서 평생을 함께할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마치 갓 태어난 아기 강아지를 처음 집에 데려왔을 때 느꼈던 그 벅찬 행복과 기대처럼 말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현실 속 집들은 달랐다. 부모님이 살던 집도, 내가 생활하는 공간도 여러 번 바뀌었다. 왠지 100년은 넉넉히 버틸 것 같던 과거의 집이 실제로는 10년 남짓한 짧은 수명을 가진 듯 느껴진다. 이처럼 우리가 집을 너무 짧게 사용하고 소비하면서, 예전처럼 집이 우리를 위로하고 포근하게 품어 주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워졌다는 아쉬움이 든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간절히 바란다. 빠르게 변화하고 수명이 짧아진 세상에서, 집이 다시금 우리를 온전히 품어주고 우리가 편안히 기대어 쉴 수 있는 안식처가 되기를 바란다. 마치 반려동물이 우리에게 조건 없는 기쁨과 위로를 선사하듯, 집 또한 따스함을 주는 존재로 긴 시간을 함께하면 좋겠다. 집이 단순히 머무는 것을 넘어 우리의 삶과 소중한 기억을 담아내는 견고한 그릇으로 오래도록 존재하기를 소망한다. 우리가 집을 떠나 새로운 곳으로 이사할 때마다, 과거의 소중한 기억이 담긴 물리적 실체는 사라져 버린다. 집이 그저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마음속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삶의 중요한 일부로서 여전히 그 자리에서 함께하길 바란다. 집과 건축이 우리를 묵묵히 지켜주는 커다란 어른 같은 존재가 되면 좋겠다. [이미지 출처: DHY House by AHL architects]에디터 두리 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