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urnal 6월의 건축: 기억의 힘으로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공간 Trend 2025-06-11 Keywords 6월의건축 기억의힘 숭고한희생 추모공간 메모리얼공간 감정적인연결 평화와희망 메모리얼건축 성찰과몰입 베를린홀로코스트메모리얼 BerlinHolocaustMemorial 뉴델리국립전쟁기념관 TheNationalWarMemorialinNewDelhi 오클라호마시티국립기념관 OklahomaCityNationalMemorial&Museum 9/11메모리얼&박물관 NationalSeptember11Memorial&Museum 게이트웨이아치국립공원 GatewayArchNationalPark 이상화 이상화에디터 6월은 따스한 태양 아래 화려하게 피어오르는 생명과 피를 흘리며 산화한 숭고한 희생이 공존하는 계절이다. 이러한 희생을 기리는 메모리얼 공간은 방문객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감정적인 연결을 이끌어내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건축가들은 건축의 힘을 빌려 상실감을 위로하고 평화와 희망을 찾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현대의 메모리얼 건축은 단순한 기념비를 넘어 방문객들이 공간을 경험하며 깊은 성찰과 몰입할 수 있도록 진화하였다.예를 들어, 베를린 홀로코스트 메모리얼(Berlin Holocaust Memorial)은 수천 개의 콘크리트 기둥 사이를 미로처럼 걷게 하여 방문객들에게 깊은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뉴델리 국립 전쟁 기념관(The National War Memorial in New Delhi)은 고대 전투 대형인 '차크라뷰하(Chakravyuha)'를 형상화해, 방문객들이 그 안으로 들어가 병사들 사이를 걷는 듯한 몰입감을 느끼게 한다. 그림자 또한 메모리얼 건축에서 중요한 언어로 작용한다. 안도 타다오(Ando Tadao)는 단단한 콘크리트 캔버스 위에 자연의 빛과 그림자로 아름다운 패턴과 깊이를 그려내는 디자인으로 고요히 사색할 수 있는 공간을 구현해 낸다. 장 누벨(Jean Nouvel)은 미국 오클라호마 시티 국립 기념관(Oklahoma City National Memorial & Museum) 설계에 테러가 시작된 비극적인 순간(4월 19일 아침 9시 2분)을 빛으로 담아 그 순간을 영원히 기억하게 했다.베를린 도심 2,711개 직육면체의 콘크리트를 눕혀 놓은 홀로코스트 메모리얼(Berlin Holocaust Memorial)은 미국 건축가 피터 아이젠만(Peter Eisenman)이 디자인했다. 건축가는 획일적으로 사라진 그들의 존재를 콘크리트로 표현하고 들어내지 못한 그들의 이름과 바램은 기념관으로 만들어 지하에 남겼다. [이미지 출처: liberationroute.com]2019년 완공된 뉴델리 국립 전쟁 기념관(The National War Memorial in New Delhi)은 요게시 찬드라산(Shri Yogesh Chandrasan)의 디자인으로 고대 인도의 원형 전투 대형인 '차크라비유하(Chakravyuha)'의 전략적이고 역사적인 형태로 공간을 만들었다. [이미지 출처: mygov.in]미국 오클라호마 시티 국립 기념관(Oklahoma City National Memorial & Museum)은 1995년에 발생한 폭탄 테러 사건의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생존자들과 구조대원들의 헌신을 기리기 위해 조성된 공간이다. 건축가 한스 부처(Hans Butzer)가 참여한 프로젝트는 '시간의 문'을 통해 그날의 비극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폭발 직전인 9시 1분과 직후인 9시 3분을 나타내는 두 개의 문을 방문객들이 통과하며 시간의 흐름을 직접적으로 느끼게 한다. [이미지 출처: memorialmuseum.com]메모리얼 건축은 주변 환경과의 조화와 방문객 참여 확대에 중점을 두며 진화하고 있다. 추모 공간을 도심 속 공원으로 기능하게 하면서, 기념비적인 형태보다 자연과 어우러진 사색 공간을 제공한다. 물(수경 시설)을 활용해 평화와 반성의 분위기를 조성하고 압축된 조형과 재료, 비어 있는 공간을 통해 상실감, 평화, 희망 등 복합적인 감정을 이끌어내는 데 활용된다. 뉴욕 9/11 메모리얼 & 박물관(National September 11 Memorial & Museum)은 세계무역센터 빌딩이 서 있던 자리에 커다란 네모난 웅덩이(반사 연못)를 만들어 비어 있는 공간으로 물이 끊임없이 떨어지게 함으로써 상실과 애도를 표현했다. 미국 미주리주 게이트웨이 아치 국립공원(Gateway Arch National Park)은 미국 서부 개척의 역사와 희생을 기리는 곳으로, 아치 사이로 넓게 비워진 공간을 통해 과거의 여정과 자유로움, 희망을 느끼게 한다.뉴욕 9/11 메모리얼 & 박물관(National September 11 Memorial & Museum)의 ‘부재의 반영(Reflecting Absence)’은 마이클 아라드(Michael Arad)와 피터 워커(Peter Walker)의 설계로, 9/11 테러로 붕괴된 자리에 두 개의 깊은 정사각형 연못 만들어 물이 떨어지게 함으로써 침묵과 목적 있는 공백을 표현했다. 약 4,046m² 크기의 연못에는 1분에 1만 1,400리터의 물이 쏟아진다. 연못 외곽에는 희생자들의 이름이 동판에 새겨져 있으며, 희생자들의 생일에는 꽃을 꽂아 추모한다. [이미지 출처: pwpla.com]미주리주 게이트웨이 아치 국립공원(Gateway Arch National Park)은 2018년 재단장을 마치고 새롭게 문을 열었다. 건축가 에로 사리넨(Eero Saarinen)이 디자인한 게이트웨이 아치는 미국 서부 개척의 역사와 희생을 기리는 상징적인 건축물로, 아치 사이로 넓게 비워진 공간을 통해 방문객들에게 자유로움과 희망을 느끼게 한다. [이미지 출처: gatewayarch.com]메모리얼 건축에서 디지털 기술의 적극적인 활용을 빼놓을 수 없다. 메모리얼 건축에 디지털 기술을 활용함으로써 방문객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희생을 기억하고 평화와 치유를 생각하는 공간과 경험을 제공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복합적인 메모리얼 단지로 탈바꿈한 뉴욕 9/11 메모리얼 & 박물관(National September 11 Memorial & Museum)의 지하는 테러 당시의 생생한 유물들과 함께 희생자 한 명 한 명의 삶과 스토리를 담은 방대한 디지털 아카이브가 마련되어 있다. 방문객들은 박물관 곳곳에 설치된 터치스크린 키오스크를 통해 희생자들의 사진이나 생전 영상, 음성 메시지, 가족들이 남긴 추억의 글들을 직접 탐색하며 고인과 개인적으로 연결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이는 메모리얼 공간이 단순히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방문객들이 디지털로 기록하고 다른 방문객들과 감정과 기억을 공유하는 장소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9/11 메모리얼 부지 한편에 위치한 9/11 메모리얼 박물관(National September 11 Museum)은 건축가 데이비스 브로디 본드(Davis Brody Bond)가 설계했다. 박물관 입구부터 지하 21m에 위치한 주전시실까지 연결되는 통로에서는 무너진 빌딩에서 발굴한 잔해, 구조작업 중 희생된 소방관들이 탔던 소방차가 놓여 있다. 주전시실에는 희생자 3,000여 명의 사진과 유품 1만2,500점, 구조대원들의 교신 등 음성·영상 기록물 2,500여 건이 전시되어 있다. [이미지 출처: 911memorial.org]메모리얼 건축의 변화는 현재진행형이다. 호주 시드니의 새로운 퇴역군인 현충원(New veterans’ war memorial)은 건축가 빌리 메이너드(Billy Maynard)의 디자인으로 도메인 공원의 풍경에 어울리는 사색의 공간으로 건축되고 있다. 미국 워싱턴 D.C.에 지어질 대테러전 기념관(Global War on Terrorism Memorial)은 건축가 쿠마 켄고(Kengo Kengo Kuma & Associates)가 설계를 맡았다. 자연과의 조화를 중시하며 자연 소재 건축으로 유명한 그의 손에서 탄생할 기념관이 어떤 모습으로 완성될지, 또 방문객들에게 어떤 감동과 위안을 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메모리얼 건축은 형태, 재료, 공간, 빛, 기술 등 다양한 건축 언어를 활용하며 진화하고 있다. 이는 과거 희생을 기억하고 애도하는 것을 넘어,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위안과 성찰, 미래에 대한 희망을 심어주는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한다. 건축이 감정을 움직이고 역사를 기억하는 강력한 힘을 가진 것처럼, 이러한 깊은 울림이 더 큰 평화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에디터 이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