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urnal [두리안] 아카시아 꽃향기, 집을 찾는 새로운 기준 썰토리텔링 2025-05-31 Keywords 두리안 두리안에디터 아카시아나무 아카시아꽃 향세권 아카시아향이진하게나는곳 꽃나무 꽃향기 설렘 기억 꽃구경 미의본질 삶과존재의미 자연과의연결 초월적인아름다움 자연과하나된삶 집을찾는기준 닐암스트롱 위대한도약 카파도키아 특별한경험 얼마전 운전을 하다 창문을 열었는데 진한 아카시아 꽃향기가 났다. 이 향기에 이끌려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어디에도 아카시아 나무는 보이지 않았다. 동탄 도심 한가운데 아카시아 나무가 남아 있을 리도 없고, 그걸 가로수로 가져다 심을 이유도 없어 보였다. 나중에 보니 이 향기가 멀리 보이는 산속 아카시아 군락에서 온 걸 알고 많이 놀랐다. 이 이야기를 친구에게 전하자, 그는 며칠 전 아카시아 밥을 먹었다고 했다. 이것은 식당에 있는 메뉴가 아닌 지인이 친구인 그를 위해 준비한 특별한 밥상이었다. 아카시아 꽃을 따 깨끗이 물에 씻은 뒤 밥 지을 때 함께 넣으면 향긋함이 밥알에 배어들어 단맛이 난다고 했다. 화전에 대한 이야기는 책에서 읽어본 적이 있지만 이것을 직접 보거나 맛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신기하고 놀랍기만 했다.만약 이 친구가 나중에 새로운 집을 찾는다면, 아카시아 나무가 있는 곳을 선택할지도 모른다. 우리는 집을 선택할 때 고려해야 할 요소들이 많다. '어디에 있느냐'가 중요하고 역세권인지도 살펴야 한다. 주변 환경과 편의시설도 중요하고, 숲세권(숲이나 공원 근처)이나 수세권(강이나 호수 근처)과 같은 자연과의 근접성도 고려해야 한다. 게다가 집 안에서 생활할 때를 생각하면 멋진 조망권 또한 빼놓을 수 없다. 그런데 우리가 집을 찾는 기준을 도시나 주소가 아닌 '향세권', 즉 아카시아 향이 진하게 나는 곳으로 바꿔 생각해 보면 어떨까?꽃들이 만개하여 장관을 이루는 5월, 아카시아 군락을 도시 너머로 볼 수 있고 둘레길을 따라 아카시아가 핀 길을 걸을 수도 있다. 아카시아 나무는 꽃향기가 진하고 희귀종이 아니기 때문에 어디에서나 볼 수 있어 좋다. 꼭 아카시아 나무가 아니더라도, 매화나무, 산수유 나무, 벚나무 등이 전국 곳곳에서 자라고 있다. 길을 걷다가 문득 코끝을 스치는 커피의 향기를 느끼고 설레는 마음으로 그 근원지를 찾아가듯, 우리가 찾는 집 또한 꽃향기에 이끌려 찾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꽃나무와 꽃향기로 설렘을 간직하고 또 집과 사람을 기억하면 좋을 것 같다. 이런 곳에 살게 된다면, 5월이 기다려질 것 같다. 5월에 꽃이 피어 바뀌는 풍경을 기다리게 되고, 이 시기에 맞춰 찾아오는 손님이 기다려질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찾아간 이곳은 시간이 지나도 아름다운 기억으로 예쁜 꽃들과 달콤한 향기로 남을 것이다. 우리가 꽃구경을 다니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예쁜 꽃을 보는 즐거움 외에도 자연에서 미의 본질을 느끼고 삶과 존재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된다. 자연과의 연결 속에서 마음의 평화를 얻음과 동시에 일상 속에서 초월적인 아름다움을 경험할 수 있다. 게다가 꽃구경은 개화 시기에 맞춰야 하므로 보통의 여행과 달리 미루거나 취소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바쁜 일을 멈추고 다녀와야 한다. 이렇듯 바쁜 일상에서 잠시 여유를 느끼게 해주는 것이 꽃구경의 진짜 매력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런 곳에 살게 되면 해마다 놓치지 않고 꽃을 보면서 자연과 하나된 삶을 살 수가 있는 것이다. 1969년 7월, 인류 최초로 달에 발을 디딘 닐 암스트롱은 “한 인간에게는 작은 한 걸음이지만, 인류에게는 위대한 도약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달 착륙 이후에 그는 터키의 카파도키아를 가보고는 “진작에 여기에 와 보았더라면 굳이 달에 가지 않았을 텐데”라고 말했다. 그런데 평생 우주만 바라보던 그가 선택한 곳은 달을 닮은 카파도키아가 아닌 고향인 오하이오주 신시내티 근처에서의 조용한 삶이었다. 그 또한 고향의 토착종인 동부 레드버드 나무가 이른봄에 피우는 화려한 분홍색 꽃의 향기가 그리워 찾아간 것은 아닐까? 그리고 이렇게 꽃의 향기에 이끌려 찾아가는 집 역시 그의 표현처럼 ‘위대한 도약’이 아닐까? 나무가 피우는 꽃에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 우리가 집을 선택할 때 그곳에 꽃과 향기가 더해져도 좋을 것 같다. 꽃나무가 있는 곳에서의 삶, 꽃향기를 마음껏 느끼며 사는 봄, 그리고 그 향기를 주변과 함께 나누는 것은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다. [이미지 출처: Pinterest] 에디터 두리 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