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urnal [두리안] 다양한 표정의 도시를 꿈꾼다. 썰토리텔링 2025-03-19 Keywords 두리안 두리안에디터 표정 더돌스위드에티튜드 TheDollsWithAttitude 가면 시선 여우와신포도 건축 도시 얼굴 톡쏘는새로운맛 야마구치 나오야 감독의 2017년 단편영화 더 돌스 위드 에티튜드(The Dolls with Attitude)에서 주인공 에리는 항상 착하고 좋은 사람으로 칭찬받으며 살게 되면서 웃는 표정으로 얼굴이 굳어 버린다. 그러나 이것이 한 연예인 에이전시 스카우트의 눈에 완벽한 인형 미소로 보이면서 그녀는 길거리 캐스팅된다. 이로써 에리는 일본 전역을 유행시키는 젊은이들의 롤모델이 된다. 사람들은 그녀의 웃는 표정을 닮기 위해 추종하지만 정작 본인은 항상 웃기만 하는 표정에 혐오감을 느끼며 가면을 벗고 싶어 한다.인생은 파도가 밀려오는 바다와 같이 변화무쌍하고 하루하루가 다르게 펼쳐진다. 잔잔한 일상을 보내다가 거센 파도가 휘감고 지나간다. 기분 좋게 웃음으로 시작한 하루가 폭풍우를 만나듯 슬픔으로 끝나기도 한다. 하지만 주변의 시선들을 의식하여 자신의 감정은 표출하지 못하고 겉모습에 집착하게 된다. 그러면서 우리도 영화처럼 한가지 표정의 판에 박힌 삶을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항상 두가지 중 하나를 선택한다. 그러나 이것이 나의 의지와 상관없는 선택일 때가 있다. 마치 이솝우화 여우와 신 포도에 등장하는 여우처럼 말이다. 포도나무에 매달린 포도를 보며 달콤함을 맛보는 멋진 상상에 취해도 보지만 이내 포기해 버린다. 주변에서 지켜보는 시선이 많기 때문이다. 여러 번 제자리를 뛰며 자신감을 얻었고 도움닫기로 멋지게 점프하여 커다란 포도송이를 낚아채 맛보는 상상을 해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도움닫기가 부족해 포도를 맛보기는 커녕 볼품없이 차가운 바닥으로 떨어져 모두의 조롱거리가 되는 것을 걱정하며 포도가 시다고 미리 결론 내리는지도 모른다.욕망은 대상을 두가지로 구분한다. 달콤함과 신맛이 그것이다. 만약 여우가 그 포도를 먹는다면 어떨까? 이렇게 여우가 주위의 시선을 극복하고 맛보는 포도의 맛은 달콤할 수도 있지만 ‘포도는 엄청 실 거야’ 하고 포기했을 때와 같이 시기만하고 맛이 없을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데 여우가 맛보아야 하는 포도맛이 꼭 달콤함 한가지야 할 필요가 있을까 상상을 해본다. 포도에는 달콤한 맛의 웃는 표정과 함께 신맛이 나는 슬픈 표정, 찡그린 표정, 놀란 표정을 가지게 하지만 여우는 포도에서 한가지 달콤한 맛과 웃는 표정만을 원하는지도 모른다. 주변의 시선과 달콤함에 집착하면서 결국 포도를 맛보지 못하고 한가지 상상만 하는지도 모른다. 여우가 맛보아야 하는 포도맛은 꼭 달콤함 한가지일 필요도 없다. 건축은 도시의 얼굴이다. 그리고 우리는 도시를 표정으로 기억한다. 그러나 무생물인 건축에는 표정이 없다. 엄밀히 말하면 도시는 스스로가 표정을 갖는 것이 아닌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풍경을 만들고 표정을 만드는 것이다. 도시의 표정은 다양한 사람들이 상호작용한 결과로 독특한 정체성과 개성이 탄생한다. 그러면서 무생물인 건축이 생명체로 공존하게 된다. 우리가 하루를 시작하고 마무리하는 곳인 도시와 건축이 한가지의 딱딱한 표정 대신 다양한 표정을 가질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그림을 그리듯 붓의 터치로 입체감 있게 표정들의 디테일을 더하고, 달콤함 한가지 맛이 아닌 콜라의 톡 쏘는 새로운 맛들을 함께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 [이미지 출처: Coca-Cola, Face of the City] 에디터 두리 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