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 [두리안] 비둘기 아파트, 제3의 도시인류 만들기 프로젝트 썰토리텔링 2024-12-16 Keywords 두리안 두리안에디터 비둘기 제3의도시인류 비둘기마술 마술의꽃 유해동물 OpenAir PigeonAPT 오픈에어 비둘기아파트 어릴 적 TV에서 본 비둘기에 대한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서커스단의 놀랍고 숨막히는 곡예가 펼쳐지고 마술사의 공연에서 화려한 불꽃의 폭발과 함께 순백색의 비둘기들이 하늘로 날아오르는 것으로 공연의 피날레를 장식했다. 비둘기는 마술의 꽃으로 잊지 못할 감동을 선사한다. 마술사의 손에서 날아오른 손수건이 비둘기로 바뀌고, 마술사가 모자를 마술봉으로 톡톡 두드리면 비둘기가 튀어나오고, 공중에서 뜨겁게 타오르는 불꽃이 비둘기로 변하는 것에 맞춰 탄성과 박수가 터져 나온다. 도시에서 살고 있는 비둘기, 그들은 인간과 많이 닮아 보인다. 그들은 무리 지어 도시를 다니고 걸을 때는 땅을 보고 걷는다. 그들은 공원에서 휴식하는 것을 좋아하고 아파트에 모여 사는 것도 우리와 비슷하다. 도시에서 비둘기는 하늘이 아닌 땅을 선택하면서 두발로 걸어 다니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비둘기는 인간과 함께 생활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인간 DNA의 99%를 공유하는 영장류가 있지만 비둘기가 제3의 인류인지도 모른다. 그들은 인간의 글자를 식별하고 단어를 구분한다. 장소를 기억하고 사물의 차이점을 인식한다. 길 찾기에도 능숙해 아침에 집을 나가 저녁이 되어 돌아온다. 인간이 자동차를 운전을 하는 것처럼 비둘기는 100km가 넘는 속도로 하루 10시간을 날 수 있고 눈에 센서가 내장되어 있어 1,000km 떨어진 곳을 정확히 찾아 간다. 진화의 역사에서 인간이 동굴에서 나와 주거지를 넓혀간 것처럼 비둘기 역시도 높은 산 바위틈에서 나와 도시의 건물과 다리 위에서 살고 있다. 만약 인간이 허락을 한다면 그들도 우리와 같은 모습으로 아파트 생활을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도시에서 불청객인 비둘기는 그렇지 못하다. 비둘기들의 수가 늘어나면서 이들을 싫어하고 혐오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건물에는 버드 스파이크와 그물망이 세워져 비둘기의 접근을 막고 전문업체가 베란다와 에어컨 실외기에 지은 비둘기의 둥지를 철거한다. 비둘기가 추앙받던 시절이 있었다. 대규모 축제와 행사에서 평화와 화합을 기원하며 수많은 비둘기들이 박수와 갈채를 받으며 하늘로 날아오르며 장관이 펼쳐졌다. 이렇게 도시에 살게 된 비둘기는 사람들이 주는 먹이를 먹고, 도시를 대표하는 시청에 모여 살고, 공원을 안식처로 생활했다. 그러나 그 수가 많아지면서 더는 도시와 어울리지 않는 존재가 되어 버렸다. 비둘기는 포식자가 없는 도시에서 인간과 충돌하면서 비둘기는 닭둘기(닭+비둘기), 돼둘기(돼지+비둘기), 토둘기(토+비둘기)가 되어 갔다. 도심 한가운데를 자유롭게 노닐고, 사람과 자동차가 다가와도 피하지도 않고, 지붕 난간 환풍구를 점거하는 등 배설물로 인한 피해로 유해동물로 분류되면서 비둘기의 상징과는 정반대의 삶을 살고 있다.혐오로 낙인 찍히면서 비둘기에서 사랑, 평화, 화합의 모습을 찾기가 어려워졌다. 유해동물이 되면서 포획이 가능하고 거리에서 비둘기에게 먹이 주기 또한 금지가 되고 있다. 비둘기를 단속하는 것에는 찬반이 나뉜다. 비둘기를 퇴치하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대신 자연에 가까운 환경에서 비둘기가 살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이것은 살아있는 동물을 전시하는 동물원의 환경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동물원이 야생을 대체하지 못하고 인간의 개입을 피할 수 없다 보니 동물 본연의 습성을 잃어버리게 된다. 동물들을 도시내 시설에 가두기 보다 야생의 환경에서 살게 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런 동물들의 문제들을 해결할 대안이 필요해 보인다.도시 비둘기들을 대상으로 쓸모를 다한 건축을 그들에게 내어주는 것은 어떨까? 숲 속에 위치한 사용이 끝난 아파트를 도시 비둘기들이 살게 하는 프로젝트를 상상해 본다. ‘OAPA(Open Air Pigeon APT, 오픈 에어 비둘기 아파트)’는 버려진 아파트를 여러 건축가, 디자이너, 예술가들이 모여 새들의 생활 공간으로 탄생시키는 프로젝트이다. 각각의 방을 새들을 위한 공간으로 디자인하고 여러 작가들의 소망을 담으면서 도시에서 함께 사는 공존의 의미와 가치를 찾는 것이다.방문자는 아파트 맞은편에 위치한 관조대에서 비둘기의 사는 모습을 바라보고 먹이주는 시간에 맞춰 새들이 사는 아파트를 걸어 볼 수 있다. 이곳을 새들이 자유롭게 날지 못하게 하는 그물망도, 발 딛지 못하게 하는 버드 스파이크도, 사람들과 부딪히는 일도 없는 자유로운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옛날 망망대해를 날아 비둘기가 올리브 잎을 물고 온 것처럼 비둘기가 도시에서 새로운 희망과 공존을 찾길 바란다. 마술처럼 현실에서 비둘기의 화려한 비상을 꿈꿔 본다. [이미지 출처: divisare.com 홈페이지]에디터 두리 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