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urnal [두리안] 완전한 하나로 존재하는 세상 (Feat. 인생우화) 썰토리텔링 2024-10-28 Keywords 두리안 두리안에디터 우화 류시화시인 인생우화 헤움 바르샤바 자기집으로여행 똑같은 자기만의개성 고유한특성 특별함 공공도서관 고문서자료실 병원 갓태어난아기 완전한하나 풍자와 은유를 담은 우화는 오래도록 우리를 생각하게 한다. 실제일리 없는 웃픈(웃지만 슬픈) 스토리와 주인공의 모습은 다소 과장되었을 뿐 우리의 현실과 동떨어져 있지 않은 모습을 하고 있다. 류시화 시인의 ‘인생우화’는 천사의 실수로 세상의 바보들이 한 장소에 모여 살면서 겪는 이야기다. 바보들은 폴란드 작은 마을 헤움을 무대로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지혜로운 사람들이라 믿으면서 많은 문제들을 기발하고 엉뚱하게 해결한다. 바보들의 마을에서는 새로 지은 교회당에 창문이 없음을 알고는 햇빛을 손으로 담아 안으로 나르게 하고, 해시계를 만들면서 이것을 보호하기 위해 넓은 지붕과 높은 담을 세우고 문을 잠궈 들어가지 못하게 한다. 나는 ‘자기집으로 여행을 떠난 남자’ 이야기가 제일 기억에 남는다. 경이로운 도시 바르샤바를 직접 보기를 원했던 남자는 태어나 한 번도 떠나 본적 없는 헤움을 떠나 긴 여행을 하게 된다. 꿈에 그리던 바르샤바를 향해 걸으니 처음 보는 강과 들판이 나타났고 길에서 마주치는 모두가 낯선 얼굴이었다. 그렇게 쉬지 않고 몇 시간을 걸어 두 갈래 길에 도착한 그는 허기를 달래고 잠시 낮잠을 자게 된다. 그러면서 깨어났을 때 방향을 혼동하지 않게 신발을 바르샤바 쪽을 향하게 놓는다. 누군가 그의 신발을 만지면서 남자는 바르샤바가 아닌 헤움으로 돌아가게 된다. 그러나 남자는 바르샤바가 헤움과 똑같다고 생각하면서 ‘사람 사는 곳은 어디나 같다’는 것을 믿게 된다. 누구나 한 번쯤 비슷한 생각을 해 보았을 것이다. 세상에는 내가 사는 곳과 똑같은 곳이 있지 않을까? 그리고 나와 똑같이 생긴 사람이 있을까? 하는 생각 말이다. 만약 나와 똑같은 사람이 존재한다면 그도 나와 똑같은 모습으로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와 같은 가족과 살며 같은 집에 살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어쩌면 우화처럼 마을까지도 정말 내가 사는 곳과 똑같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만약 우리가 이곳으로 여행을 할 수 있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우리는 아마 똑같은 것에 신기해하면서도 그곳에서 나와 다른 것을 찾고자 노력할 것 같다. 그러면서 자기만의 개성과 특별함을 찾을 것이다. 세상에는 비슷하게 생겼지만 다른 것들이 많다. 러시아 마트료시카처럼 똑같이 생겼지만 크기가 다른 것들이 순서대로 들어 있는 것이 있고 컵처럼 비슷해 보이지만 작은 컵, 큰 컵, 손잡이가 있는 컵, 뚜껑이 있는 컵 등 종류가 다양하다. 자동차의 경우도 같은 모양의 차가 3박스의 세단부터 뒷부분을 짧게 자른 2박스의 해치백과 길게 이어 붙인 왜건, 그리고 이것을 날렵하게 바꾼 쿠페와 슈팅브레이크까지 다양하다. 그리고 우리의 경우 아파트가 밖에서 보면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지만 외국에서는 아파트까지도 모두 다른 모양을 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시간이 지나면 외모와 성격, 취향까지 닮는다는 얘기가 있다. 처음 만날 땐 서로 다른 것들이 많지만 시간이 가면서 생각하는 것부터 먹는 것, 노는 것, 즐기는 것까지 닮아가는 것이다. 우리는 자신과 비슷한 공통점이 있는 사람에게 호감과 함께 친밀감을 느낀다. 처음 만나는 사이라도 공통된 주제나 관심이 있으면 상대와 가까워지기 쉽다. 결국 우리는 서로를 닮아가는 것일수도 있고 처음부터 비슷했던 것일 수도 있는 것이다. 다른 사람과 나를 구분 짓는 고유한 특성인 개성, 우리는 개성을 가질 때 특별하다. 그리고 이 특별함은 세상 어딘가 하나 정도 똑같은 것으로 존재하면 좋지 않을까? 마치 공공도서관에 숨겨진 고문서 자료실에서 느끼는 특별함과 같이 말이다. 돔 모양의 숨겨진 자료실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특별함에 어울리는 절차와 의식을 거친다. 누구에게나 개방되는 공공도서관과 달리 필기구를 포함한 음료의 반입이 불가하며 이곳에 들어가기 전 깨끗이 손을 씻는다. 그리고 보안탐색기를 지나 청정실로 들어가서 지정석에 앉아 요청한 책을 눈으로 본다. 이 엄숙한 분위기는 병원에서 갓 태어난 아기, 세상에 하나뿐인 특별한 존재를 처음 맞이할 때와 다르지 않다. 아무리 손을 깨끗이 닦았어도 부족하게 느껴지고 동작에는 실수를 하지 않을까 조심스럽기만 하다. 하지만 이것만큼 설레는 만남도, 특별한 기억도, 큰 즐거움이 또 있을까? 하나로 존재하면서 특별함을 만드는 것이 세상에 많아지면 좋겠다. 나는 완전한 하나로 존재하는 세상을 꿈꾼다. [이미지 출처: Jaroslaw Syrek, Courtesy of KWK PROMES] 에디터 두리 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