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시카고 건축 비엔날레(Chicago Architecture Biennial 2025) 2015년부터 북미 현대 건축의 새로운 지평을 연 시카고 건축 비엔날레(Chicago Architecture Biennial, CAB)는 이제 그 위상을 확고히 하며 독보적인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했다. 시카고 건축 비엔날레는 창의성과 혁신이 우리의 살아있는 경험을 어떻게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지, 그 해답을 획기적인 건축 프로젝트와 과감한 공간 실험을 통해 제시하는 열린 플랫폼이다. 미시간 호수의 도시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행사는 지난 10년간 50개국 400여 개 프로젝트를 아우르며, 도시 계획, 사회 정의, 문화 변화와 같은 시대의 시급한 물음들을 깊이 있게 조명하고 성찰해 왔다. [2025 시카고 건축 비엔날레] 1. 린넨 옷장(The Linen Closet) 2. 씬 볼륨: 인 더 라운드(Thin Volumes: In The Round) 3. 변경 재사용 수리(Shifting Reuse And Repair) 4. 유동 표면(Surfaces in Flux) 5. 트레이스(Traces) 6. 글쓰기를 통한 건축(Building With Writing) Keywords 트렌드템퍼리쳐 TrendTemperature 2025시카고건축비엔날레 ChicagoArchitectureBiennial2025 린넨옷장 TheLinenCloset 씬볼륨 인더라운드 ThinVolumes InTheRound 변경재사용수리 ShiftingReuseAndRepair 유동표면 SurfacesInFlux 트레이스 Traces 글쓰기를통한건축 BuildingWithWriting 여섯 번째 에디션인 2025 시카고 건축 비엔날레(Chicago Architecture Biennial 2025, CAB6)는 2025년 9월 19일부터 2026년 2월 28일까지 비엔날레의 심장이자 본 전시회 장소인 시카고 문화센터에서 열리고 있다. 특히 10주년을 맞은 올해는 일리노이 대학교 시카고 건축대학(UIC/SoArch)의 플로렌시아 로드리게스(Florencia Rodriguez) 소장이 최초의 라틴계 예술 감독을 맡으며 그 의미를 더했다. 그는 '시프트: 급변하는 시대 속 건축의 역할(Shift: Architecture in Times of Radical Change)'이라는 시의성 짙은 주제를 통해 건축이 나아갈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며 변화를 깊이 있게 성찰하는 시간을 선사한다. 린넨 옷장(The Linen Closet) 제이슨 캠벨(Jason Campbell)과 엘프로젝트(ellProjects)의 ‘린넨 옷장(The Linen Closet)’은 한 개인의 사적인 기억에서 출발하여 보편적인 '집'의 경험으로 확장되는 이야기를 다룬다. 이 옷장 안에는 시카고 출신 예술가에게 친구와 가족이 선물한 50점의 담요가 고이 간직되어 있다. 한 장 한 장의 담요는 집에 대한 따스한 기억과 그에 얽힌 연상들을 소중히 품고 있는 증거가 된다. 담요를 정성껏 접고, 소중히 보관하며,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는 행위는 말없이 전해지는 돌봄의 상징이자, 우리 삶을 조용히 지탱해 온 보이지 않는 노동의 기록이다. 이 작품의 뿌리에는 '집을 만드는 사람들'에 대한 오랜 역사가 깊이 자리하고 있으며, 작가가 인생에서 처음 만난 건축가가 바로 어머니였음을 옷장을 통해 오롯이 보여준다. 옷장은 사적인 돌봄의 의식을 대중의 기억 속으로 확장시키는, 조용하면서도 강렬한 울림을 가진 대상이다. 작품은 즉흥적인 살림살이, 물려받은 온기, 한 땀 한 땀 만드는 과정처럼, 우리가 미처 의식하지 못했거나 다른 이들과 쉽게 공유하지 않았던 삶의 은밀한 관행들을 섬세하게 담아낸다. 궁극적으로 이 작품은 우리 주변의 대상을 아끼고 관리하는 방식을 되돌아보게 하며, 이러한 돌봄의 행위들이 어떻게 지속적으로 우리에게 휴식과 회복력을 선사할 수 있는지에 대한 깊이 있는 질문을 던진다.‘린넨 옷장(The Linen Closet)’은 관람자에게 "이 작품은 당신의 마음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라는 질문을 건넨다. 그리고 그 답변은 새로운 형태의 돌봄이 되어 작품의 천 위에 새겨진다. [ellProjects]씬 볼륨: 인 더 라운드(Thin Volumes: In The Round)매사추세츠 출신의 디자이너이자 교수인 이만 S 파야드(Iman S Fayyad)는 평범한 합판이 특별한 쉼터가 되는 무한한 가능성을 탐구한다. 끈으로 손쉽게 고정하여 조립 가능한 유연한 집단 공간을 디자인하며, 그는 재료의 물성과 유동적인 활용에 대한 깊은 사유를 펼쳐 보인다. 시카고 문화센터에 설치된 이 작품 ‘씬 볼륨: 인 더 라운드(Thin Volumes: In The Round)’는 평평한 재료가 곡선으로 부드럽게 변모하는 미학을 선보인다. 방사형 합판 구조가 만들어낸 공간은 사람들을 고요한 모임과 깊은 명상으로 이끌며, 자연스러운 소통과 성찰의 장을 제공한다. 4x8피트 두께의 합판을 원통형으로 정교하게 구부려 완성한 이 돔형 구조는 천장의 오큘러스(oculus)를 통해 하늘을 향해 열려 있다. 구조의 일부를 이루는 내외부 좌석은 단순히 앉는 기능을 넘어, 견고한 지지대로서 공간의 안정감을 더한다. ’씬 볼륨: 인 더 라운드’는 폐기물 발생과 절단을 최소화하여 기존 건축 관습에 과감히 도전한다. 나아가, 산업적 효율성에서 탄생한 표준 판재가 어떻게 지속 가능하고 인체공학적인 건축으로 새롭게 재구상될 수 있는지를 분명히 보여준다.‘씬 볼륨: 인 더 라운드(Thin Volumes: In The Round)’의 연구는 단순한 기성품 소재를 활용해, 평면 구조를 곡선 형태로 변형하는 과정에서 폐기물 제로(Zero-Waste)를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Iman S Fayyad & Chicago Architecture Biennial]변경 재사용 수리(Shifting Reuse And Repair)하버드대 GSD 건축학과 교수 그레이스 라(Grace La)와 LA 달먼 아키텍츠(LA DALMAN Architects)의 공동 대표 제임스 달먼(James Dallman)은 ‘변경 재사용 수리(Shifting Reuse And Repair)’라는 설치물을 선보였다. 이 작품은 버려진 건물의 수명을 단순히 연장하는 것을 넘어, 건축이 지닌 역사적, 시민적 의미를 새롭게 변화시키고 확장하려는 깊이 있는 전략을 담고 있다. 이들의 시선이 머문 곳은 위스콘신주 스터전 베이에 자리한 1901년 농업용 건물, '도어 카운티 그래너리(Door County Granary)'였다. 한때 곡물 저장과 가공에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1960년대 이후 버려져 철거 대상이 되었던 이 건물은, 보존 노력조차 거의 받지 못했던 지극히 실용적인 구조물이었다. 이 설치물은 오직 유명한 역사적 건물에만 주목하는 통념에 질문을 던지며, 방치되고 눈에 띄지 않던 장소에 어떻게 새로운 목적과 가치를 부여할 수 있을지 탐구한다. 가장 소박하고 평범해 보이는 건물조차 그 안에 문화적, 공동체적 가치를 품고 있음을 증명하며, 기존의 통념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의미 있는 시도이다.‘변경 재사용 수리(Shifting Reuse And Repair)’는 곡물 저장시설 내부에, 사람이 실제 머무를 수 있는 공간으로 건축 모델을 구현했다. 이는 위스콘신주 스터전 베이에 버려진 곡창지대를 사례 연구로 삼아, 오래된 구조물들을 활용하여 새로운 거주 방식을 어떻게 창출할 수 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시도이다. [Door County Granary]유동 표면(Surfaces in Flux)엘레니 페탈로티(Eleni Petaloti)와 레오니다스 트램푸키스(Leonidas Trampoukis)가 설립한 오브젝트 오브 커먼 인트레스트/LOT 오피스(Objects of Common Interest/LOT office for architecture)는 조각 설치, 공공 미술, 공간 실험을 통해 예술, 건축, 디자인의 경계를 넘나들며 끊임없이 탐구한다. 이들이 디자인한 ‘유동 표면(Surfaces in Flux)’은 견고한 고정관념에 대한 대위적인 시각을 제시하며, 공존과 집단적 존재의 새로운 모델을 선보였다. 이 설치물은 매달린 공압 돔과 관람객의 움직임, 무게, 터치에 섬세하게 반응하는 모듈식 표면의 상호작용 속에서 끊임없이 변화하는 건축적 조건을 탐색한다. 머리 위로는 거꾸로 뒤집힌 듯한 팽창식 캐노피가 공간의 임시적인 외피를 형성하고, 그 아래에는 원통형의 팽창식 바닥이 유동적인 지반을 만들어낸다. 그렇게 조성된 환경은 관람객의 신체적 참여를 자연스럽게 이끌어내며, 구조물은 그곳에 머무는 이들의 움직임과 존재에 따라 스스로를 끊임없이 재구성한다. 이 작품은 고정된 형태를 넘어 끊임없이 변화하고 소통하는 건축의 가능성을 제안하며, 건축이 단순한 구조물이 아닌 살아있는 경험이라는 메시지를 던진다.‘유동 표면(Surfaces in Flux)’은 공기, 무상함, 그리고 부드러움을 주요 구성 요소로 하여, 건축과 관련된 기존의 견고함과 영구성에 대한 인식을 과감히 흔들어 놓는다. 동시에 이 작품은 상호성과 배려, 그리고 모두가 공유하는 존재감을 바탕으로 개방적이면서도 위계 없는 공간적 틀을 제시하며 새로운 가능성의 지평을 열어준다. [Objects of Common Interest]트레이스(Traces)1893년 시카고 세계 박람회의 역사적인 숨결이 살아 숨 쉬는 잭슨 파크. 이곳에 건축가 발사 크로스에토 피아치(Valsa Crose-Piazz)와 지오르기스 오르티스(Giorgis Ortis)가 과거의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을 선보였다. 설치물 ‘트레이스(Traces)’는 10,000개의 벽돌을 사용하여 박람회의 위대한 건축물 발자국을 정교하게 그려냈다. 박람회 건축의 기념비적인 규모와 신고전주의적 웅장함을 표현하기 위해, 임시 구조물임에도 백색 스프레이 페인트와 석고 기술을 활용하여 그 시대의 건축 양식을 깊이 있게 담아냈다. 길고 얕은 벽돌 선의 형태로 박람회 중심부의 건축적 흔적을 더듬는 이 작품은 역설적이게도 벽돌처럼 견고한 재료를 사용하면서도 '무상함'이라는 본질적인 가치를 담아낸다. 영구적일 법한 내구성 있는 재료가 일시적인 설치물로 전환되어, 박람회 건축의 드라마틱한 스케일을 상기시키는 동시에 '모든 것은 결국 사라진다'는 진실을 조용히 이야기하는 듯하다.‘트레이스(Traces)’는 임시 설치물로 비엔날레가 끝나면 모든 벽돌은 회수되어 다른 용도로 재사용될 예정이다. 물리적인 형태는 사라지고 오직 공간이 담고 있는 기억만이 남게 된다. [Mitarchitecture]글쓰기를 통한 건축(Building With Writing)건축가이자 작가인 스탠 앨런(Stan Allen)은 글쓰기와 건축이라는 두 가지 예술 형식을 씨실과 날실처럼 엮어 ‘글쓰기를 통한 건축(Building With Writing)’이라는 특별한 디자인을 선보였다. 이 프로젝트는 1956년에 설립되어 건축과 예술, 문화, 사회 속 건축의 역할에 대한 다양하고 도전적인 아이디어를 개발하고 교류를 촉진해 온 그레이엄 재단(Graham Foundation)에서 진행된다. 이 설치물은 건축적 사고를 이루는 두 핵심 요소인 글쓰기와 드로잉을 하나의 공유 공간으로 소환한다. 금속 서가 위에는 12개 건물에 얽힌 48점의 그림과 12편의 글이 담긴 팸플릿들이 방문객을 기다린다. 이 방대한 자료들은 4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시각적 아이디어와 서면적 사유가 어떻게 건축을 형성해왔는지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선사한다. 방문객들은 이곳에서 그림을 뒤집어 보고, 팸플릿을 손에 쥐고 앉아 천천히 읽으며 오롯이 자신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다.‘글쓰기를 통한 건축(Building With Writing)’에서는 손끝에 닿는 종이의 질감, 금속 선반의 차가운 감각, 그리고 페이지를 한 장 한 장 넘기는 행위까지, 이 모든 순간들이 글과 건축이 만나 만들어내는 독특하고 감각적인 경험의 일부가 된다. [Chicago Architecture Biennial]에디터 스티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