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꺼삐 리포트] BYOD: 나만의 방식으로 채우는 경험 디자인 이제 더 이상 주어진 대로 쓰지 않는다. 스스로 만들고, 연결하며, 나만의 방식으로 완성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자신의 기기를 가져와 사용하는 것'을 의미하는 BYOD(Bring Your Own Device)는 제품, 서비스, 공간 디자인의 근본적인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디자인은 본질적으로 사용자와 사물, 그리고 공간의 관계를 탐구하는 행위이다. 우리는 오랜 시간 제조사가 완성한 결과물을 받아들이는 데 익숙하지만, 디자인이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개인의 스마트 기기가 단순한 도구를 넘어 삶의 경험을 정의하는 핵심 플랫폼이 되어가는 지금, BYOD는 어떻게 우리의 일상을 새롭게 디자인하고 있으며, 이 변화가 가져올 디자인의 미래를 탐색해 보고자 한다. Keywords 뚜꺼삐리포트 BYOD BringYourOwnDevice 사용자중심의디자인 개인스마트기기 아메리칸항공 개방형제품 다치아 힙스터컨셉 HipsterConcept 새로운미학 커스터마이징 BYOD호텔 스마트룸 시티즌엠호텔 CitizenM 풀만호텔 Pullman Work&ChillLounge 스마트가구 공간의재구성 이케아 UPPSPEL스마트데스크 휴먼스케일 Humanscale eFloatGo2 나투치 Natuzzi TheCircleofHarmony 스마트소파 기아PV5 애드기어 KiaAddGear Fairphone6 페어폰6 BYOD 정의, 사용자 중심의 디자인 확장 BYOD(Bring Your Own Device)는 '개인의 기기를 가져와 사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처음에는 기업들이 직원들의 개인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개념에서 출발했지만, 이제는 제품, 자동차, 서비스 전반에 걸쳐 사용자 경험 중심의 디자인으로 폭넓게 적용된다. 이는 단순히 개인 기기를 허용하는 정책을 넘어, 사용자가 이미 익숙한 자신의 기기를 통해 제품과 서비스를 경험하도록 설계하는 철학적 전환을 의미한다. 제조사가 모든 것을 결정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사용자의 기기와 데이터가 제품의 일부로 통합되는 열린 디자인 접근법으로 진화한 것이다. 2010년 애플이 모바일 디바이스 관리(MDM) 프레임워크를 출시하면서 BYOD는 기업의 지원을 받기 시작했다. 이 기술적 기반이 기업 환경에서 개인 기기 사용의 보안과 관리 문제를 해결하며 BYOD의 확산을 가속화했다. 그리고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원격 근무가 일반화되면서, 15년이 지난 현재 BYOD는 주류로 완전히 자리매김하였다. 이제 BYOD는 단순한 업무 방식을 넘어 우리가 제품과 공간을 경험하는 방식 자체를 재정의하고 있다. BYOD가 바꾸는 사용 환경: 개인화된 편의성 BYOD 확산에 가장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분야 중 하나는 운송 관련 기업이다. 아메리칸항공은 2017년부터 보잉 737 MAX 기종에 설치되는 좌석 뒤 스크린을 없애고 개인 기기 거치대와 전원 콘센트, 향상된 Wi-Fi를 설치하였다. 이는 좌석 뒤 스크린보다 개인 기기를 활용하는 승객들의 선택과 더 가벼운 객실, 첨단 기술 통합이라는 항공업계의 변화 트렌드를 반영한 결과이다. 전체 승객의 90% 이상이 비행 시 개인 기기를 사용하고, 이 기기들이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되고 맞춤화가 가능한 반면, 내장 스크린은 몇 년 만에 구식이 되어 지원이 어렵고 매력이 떨어진다. 이러한 판단 아래 아메리칸항공은 내장 스크린의 필요성이 사라졌다고 보았다. 2025년 말부터 2026년까지 모든 항공기에 '프로젝트 오아시스(Project Oasis)'라는 이름으로 적용될 이 변화는, 기내 엔터테인먼트 변경뿐만 아니라 더 얇은 좌석, 넓어진 수하물 공간 등을 포함한다. 아메리칸항공은 이러한 표준화를 통해 복잡성을 줄여 나갈 예정이다.사우스웨스트 항공 역시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고객 경험 향상과 브랜드 요소 현대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새롭게 디자인된 객실, 더욱 편안해진 좌석 등 전반적인 개선을 통해 승객들에게 쾌적하고 현대적인 비행 경험을 선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미지 출처: Southwest Airlines]BYOD를 수용하는 디자인 미학BYOD 트렌드는 사용자 환경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기존의 제품은 제조사가 정의한 기능과 인터페이스를 그대로 제공했지만, 이제는 사용자의 데이터와 개인 기기에 맞춰 반응하는 '개방형 제품'이 중심이 되고 있다. 제품은 더 이상 하나의 완결된 형태가 아니라, 사용자의 기기를 맞이하며 완성되는 플랫폼이다. BYOD를 수용하는 디자인은 사용자의 기기가 제품의 일부로 작동하도록 설계되며, 이때 ‘결합의 순간’이 디자인의 중심이 된다. 다치아(Dacia)가 공개한 힙스터 컨셉(Hipster Concept)은 기존 전기차들과는 완전히 다른 접근법으로 새로운 미학을 보여준다. 최첨단 고급화를 지향하는 기존 전기차들과 달리, '필요한 것만 담자'는 철학을 반영했다. 화려한 옵션 대신 실용성에 집중하면서 15,000유로라는 합리적인 가격에 전장 3m, 800kg 미만의 초경량 디자인으로 탄생한 힙스터는, 실내에서도 놀라운 변화를 보여준다. 전기차에 필수로 여겨지는 통합 디스플레이 대신 작은 디지털 계기판만 달려 있다. 대신 BYOD를 적극 채용해 변화된 실내 모습을 만들었다. 스마트폰을 가져와 연결하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으로 활용하게끔 설계하였다. 그리고 차량 곳곳에 마련된 11개의 앵커 포인트가 있어서 컵홀더, 조명, 스피커 등을 자유롭게 끼워 레고처럼 나만의 취향대로 꾸밀 수 있다. 비용과 시간을 줄이기 위해 도장 공정 없이 플라스틱 원소재 그대로 '매스-다이(Mass-dye)' 방식을 사용해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하도록 한 것 역시 독창적인 접근이다.사용자의 스마트폰을 인포테인먼트 인터페이스로, 나아가 차량의 핵심 키까지 활용하는 다치아의 BYOD(Bring Your Own Device) 개념은 연결성에서 그 진가를 발휘한다. [이미지 출처: Dacia]BYOD로 하룻밤을 내 방처럼BYOD는 우리가 머무는 공간까지 변화시키고 있다. 특히 호텔 업계에서는 손님들이 자신의 기기로 숙박 경험을 주도하는 'BYOD 호텔'이 빠르게 확산 중이다. 모바일 앱을 이용한 체크인과 디지털 룸키는 기본이고, 조명, 온도, 커튼, TV 등을 스마트폰이나 음성으로 제어하는 스마트룸 및 IoT 환경도 갖추고 있다. 투숙객은 자신의 기기를 통해 숙박 환경을 개인 취향에 맞게 설정할 수 있다. 호텔 테크놀로지 기업 Mews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 여행객의 70%, 특히 Z세대 여행객의 82%가 앱이나 셀프 서비스 키오스크로 체크인하는 것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고객이 호텔과 상호작용하는 방식의 근본적인 변화를 예고하는 중요한 지표이다. 시티즌엠(CitizenM) 호텔은 '합리적인 가격의 럭셔리(Affordable luxury)'를 표방하며 런던, 파리, 뉴욕 등 전 세계 주요 도시에 진출해 있다. 이곳은 객실 내 태블릿 하나로 조명, 음악, TV, 커튼 등을 직관적으로 제어할 수 있게 하여 '디지털 셀프 서비스 호텔'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했다. 고객들은 터치스크린 키오스크를 통해 비대면 체크인/아웃을 이용하며, 객실 환경(조명, 블라인드, 온도)을 미리 설정하거나 원하는 객실을 선택하는 등 개인 기기처럼 호텔 환경을 능동적으로 제어한다. 이는 개인화된 숙박 경험을 온전히 누릴 수 있게 하는 BYOD 접근 방식이다. 혁신적인 디자인 콘셉트가 돋보이는 라이프스타일 호텔 브랜드인 풀만(Pullman) 호텔은 'Work & Chill Lounge'를 선보였다. 이곳은 개인 기기 연결에 최적화된 BYOD 라운지로, 여행 중에도 원격 업무와 스트리밍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하이브리드 휴식 공간을 제공한다. 풀만 호텔은 Serta 매트리스, 55~65인치 4K HD TV와 같은 최신 시설을 갖춘 현대적이고 고급스러운 객실을 제공하여 투숙객들이 자신의 기기로 미디어를 더욱 풍부하게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풀만 호텔의 'Work & Chill Lounge'는 비즈니스와 여가 활동을 아우르는 완벽한 환경을 제공하며, 그중 'Chill Out Space'는 Xbox 게임, 아케이드 게임 등 상호작용적 활동을 통해 일반적인 사무실을 넘어서는 혁신적인 교류와 동료애를 증진시킨다. [이미지 출처: Pullman Ciawi]BYOD, 일상 공간의 재구성BYOD의 영향력은 숙박 공간을 넘어 우리 삶과 가장 밀접한 영역인 주거 공간과 그 안의 가구에까지 확장되고 있다. 사용자 중심의 디자인이 적용된 스마트 가구들은 개인 기기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공간의 기능을 재구성하며, 사용자에게 보다 기능적이고 개인화된 환경을 실현한다. 이러한 BYOD 트렌드는 기기를 위한 공간 자체를 새롭게 재정의하는 방식으로 이어지며, 개인의 취향과 생활 방식에 맞춰 유연하게 변형되는 제품들이 주목받고 있다. 예를 들어, 이케아의 ‘UPPSPEL 스마트 데스크’는 사용자의 스마트폰과 연동되어 높이를 자동 조절하고, 무선 충전 패드와 USB-C 포트를 내장해 디지털 작업 공간에 완벽하게 대응한다. 책상이 단순한 작업대를 넘어 사용자의 스마트 기기와 상호작용하는 확장된 일부임을 보여준다. 휴먼스케일(Humanscale)의 ‘eFloat Go 2’ 데스크는 웨어러블 기기의 데이터를 분석해 사용자의 자세와 업무 패턴에 따라 자동으로 책상 높이를 조절하는 AI 기반 가구이다. 작업 환경이 사용자의 건강까지 고려하는 맞춤형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편, 나투치(Natuzzi)의 ‘The Circle of Harmony’ 스마트 소파는 착석자의 체형과 무게를 감지해 쿠션 밀도를 실시간으로 조정하며, 내장 스피커와 음성 제어 기능으로 몰입감 있는 홈 라운지 경험을 제공한다. 이처럼 다양한 스마트 가구들은 사용자 개인의 기기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우리가 머무는 공간과 생활 방식을 보다 유연하고 개인화된 방향으로 변화시키고 있다.나투치(Natuzzi)의 'The Circle of Harmony' 스마트 소파는 65주년을 맞아 이탈리아 아풀리아의 영감과 조화를 탐색해 온 브랜드의 여정을 바탕으로, 개인의 기기와 라이프스타일을 통합하여 사용자에게 몰입감 있는 홈 라운지 경험을 선사하며 BYOD 시대의 새로운 거실 풍경을 제시한다. [이미지 출처: Natuzzi Italia]BYOD를 위한 디자인 연결BYOD 트렌드는 디자인의 권력을 제조사에서 사용자로 옮겨놓고 있다. 이제 제품은 단순히 기능의 총합이 아니라, 사용자의 기기와 결합될 때 비로소 완성되는 '관계적 시스템'이 된다. 이 변화 속에서 디자이너는 더 이상 완성된 결과물을 만드는 대신, 사용자의 개입과 연결을 전제로 한 여백을 디자인하며 '형태의 예술'에서 '연결의 예술'로 확장되고 있다. 이런 BYOD의 '디자인 연결' 철학을 심도 있게 구현한 예가 기아 PV5의 애드기어(Kia Add Gear)이다. PV5는 '플랫폼 비욘드 차량(PBV)'이라는 개념 아래, 사용자가 자신의 라이프스타일과 비즈니스 요구에 맞춰 차량을 자유롭게 개인화할 수 있는 모듈식 액세서리 시스템을 특징으로 한다. 크래시 패드, 센터 콘솔, 루프 및 측면 트림 등 차량 내장 곳곳에 애드기어 제품을 쉽게 장착할 수 있도록 디자인되어, 휴대폰 홀더, 멀티 트레이, 후크, 쓰레기통 등 다양한 액세서리를 필요에 따라 조합할 수 있게 했다. 마치 자신만의 커스터마이징 가구를 만들 듯, 차량 내부 공간을 자신의 스타일로 자유롭게 변화시킬 수 있다. 또 다른 사례로는 네덜란드 스마트폰 브랜드 페어폰(Fairphone)의 최신작인 페어폰6가 있다. 페어폰은 '고장 나면 직접 수리할 수 있는 모듈형 스마트폰'으로 유명한데, 페어폰6는 부품을 쉽게 교체하고 수리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메인보드, 카메라, 배터리, USB 포트 등 주요 부품들이 모듈 형태로 디자인되어, 사용자가 직접 드라이버 하나로 분해하고 새 부품으로 교체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BYOD를 넘어, 제품의 수명까지 사용자가 직접 관리할 수 있는 환경 보호와 지속 가능한 소비라는 더 큰 가치까지 포함하는 모듈형 디자인의 사례라고 할 수 있다.BYOD의 '디자인 연결' 철학을 심도 있게 구현한 기아 PV5의 애드기어(Add Gear)는 단순한 운송 수단을 넘어, 사용자의 생활과 업무에 맞춰 편안하고 지속 가능한 환경에서 삶을 확장하는 유연하고 개인화된 공간의 혁신 비전을 제시한다. [이미지 출처: Kia Worldwide]사용자 경험이 완성하는 미래BYOD 트렌드는 제품과 서비스가 사용자 중심으로 진화하며 자연스럽게 나타난 결과물이다. 이제는 제조사가 일방적으로 모든 것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의 개성과 취향, 그리고 그들이 가진 기기들이 서로 '연결'되고 '결합'되면서 완성되는 '유연한 경험'의 시대가 도래했다. 이처럼 사용자가 자신의 경험을 주체적으로 만들어가는 디자인이야말로 BYOD가 지향하는 미래 디자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진정성과 지속 가능성이라는 우리 공통의 중요한 가치와도 깊이 맞닿아 있다. 이러한 발걸음이 모여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고, 지속 가능한 미래로 나아가게 할 것이다.에디터 스티브 & 두리 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