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꺼삐 리포트] 카테고리 엔트리 포인트(CEP): 마케팅을 넘어 건축으로 건축과 마케팅의 경계가 허물어지며 ‘카테고리 엔트리 포인트(Category Entry Point, CEP)’라는 개념이 주목받고 있다. 이 개념은 소비자가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를 선택하는 이유를 탐구하며, 브랜드가 소비자의 삶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방법을 제시한다. 과거 마케팅이 단순히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데 주력했다면, 이제는 소비자의 삶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강력한 '연결고리'를 만드는 것이 중요해졌다. 특히 소비자의 니즈가 갈수록 복잡하고 다면화하면서, 브랜드나 기업이 이런 CEP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어려워졌다. 이제는 여러 분야의 경계를 허물고 함께 시너지를 창출하는 '다중 콜라보레이션'이 CEP 전략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떠오르고 있다. Keywords 뚜꺼삐리포트 CEP CategoryEntryPoint 카테고리엔트리포인트 소비자행동분석 브랜드마케팅전략 다중콜라보레이션 제니로마니우크 JenniRomaniuk 한끼합쇼 집마카세 냉털카세 티파니 Tiffany&Co TheLandmark H&M그룹 오리리빙 OriLiving 루이비통 오브제노마드컬렉션 ObjetsNomades 다니엘아샴 DanielArsham 미래의유물 FutureRelics 삼성전자 AI홈 발쿠치네 로지카셀라타 LogicaCelata 안토니오치테리오 AntonioCitterio 아크리니아 Arclinea 몰테니앤씨다다 Molteni&CDada 바이오필릭케어 BiophilicCare CEP의 개념과 전략: 소비자의 '왜'를 해독하다 우리는 매 순간 무수한 선택을 한다. 무심코 고르는 아침 메뉴부터 값비싼 제품에 이르기까지, 모든 소비 결정 뒤에는 '왜?'라는 근원적인 질문이 숨어 있다. 단순히 제품의 기능이나 가격만으로는 설명될 수 없는 '왜'를 파악하는 것이 오늘날 기업 마케팅의 핵심 과제가 되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카테고리 엔트리 포인트(Category Entry Point, CEP)'라는 개념이 등장한다. CEP는 소비자가 특정 카테고리의 제품을 구매하게 되는 이유와 동기를 설명하는 개념으로, 특정 상황에서 소비자의 머릿속에 특정 브랜드를 떠올리게 하는 것이다.이러한 CEP는 브랜드가 소비자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특정 상황과 브랜드 사이에 강력한 연결고리를 구축하는 데 활용될 수 있는 접근법이다. 브랜드가 소비자의 삶 속에 깊숙이 스며드는 '연결'을 이루기 위해서는 단순한 인지도를 넘어, 특정 상황을 대표하고 즉각적으로 반응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소비자의 정신적 가용성(Mental Availability)을 극대화하는 데 기여하며, 결과적으로 마케팅 효율을 높이고 새로운 성장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 CEP는 실제 생활 속 다양한 브랜드 전략에서 빛을 발한다. 스타벅스는 '제3의 공간(The Third Place)'이라는 컨셉으로 '집과 직장 외에 편안하게 쉬거나 사람을 만나고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이라는 CEP를 제시했다. 커피뿐만 아니라 아늑한 환경과 무료 Wi-Fi를 제공하며 '간단한 미팅', '리모트 워크', '영감 충전'을 위한 장소로 굳건히 자리 잡았다. 줌(Zoom)의 경우, 팬데믹이라는 예기치 않은 상황 속에서 '비대면 업무, 학습, 소통이 필요한 모든 순간'이라는 CEP에 완벽하게 부응하면서 화상회의의 대명사이자 기본값으로 자리매김했다.CEP의 개념은 2010년대 중반 호주 에런버그-배스 마케팅 과학연구소(Ehrenberg-Bass Institute)에서 탄생했다. 바이런 샤프(Byron Sharp)와 제니 로마니우크(Jenni Romaniuk)는 마케팅 전략을 감이나 기존 관행이 아닌 과학적 데이터와 실증적 연구에 기반하여 수립하는 방법론을 제시했다. CEP 개념은 다양한 산업의 마케팅 전략에 응용되며 그 효과가 입증되고 있다. 호주광고협회(ACA)의 캠페인 효과 분석에 따르면 CEP 기반 마케팅 활동이 단기 매출 반응(54%), 장기 시장 점유율 성장(24%), 브랜드 수익성 향상(37%)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브랜드의 성공은 단순히 운에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마음속에 깊이 자리 잡고 있는 과학적인 메커니즘에 기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제니 로마니우크(Jenni Romaniuk) 교수는 브랜드에 중요한 CEP를 도출하고 측정할 수 있는 식별(Identify), 우선순위화(Prioritize), 구축(Build), 측정(Measure)의 4단계 방법론을 제시한다. 먼저, 소비자가 브랜드를 떠올리게 되는 다양한 상황과 동기를 식별(Identify)하고, 이들 중 브랜드 성장에 가장 중요한 핵심 CEP들을 우선순위화(Prioritize)하는 과정을 거친다. 다음으로, 찾아낸 핵심 CEP에서 우리 브랜드가 가장 먼저 떠오르도록 브랜드 자산(로고, 색상, 슬로건 등)과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통해 강력한 연관성을 구축(Build)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러한 마케팅 활동이 실제 소비자의 행동과 브랜드 성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지속적으로 측정(Measure)하고 평가하는 순환적인 과정을 통해 브랜드의 정신적 가용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소비자의 다면적인 니즈: 다중 CEP 시대, 다중 콜라보가 필요하다 음식은 단순히 끼니를 채우는 행위가 아니라, 다양한 필요와 욕구를 충족시킨다. 건강한 식단을 원하거나, 색다른 맛을 추구하고, 때로는 빠르고 간편한 해결책을 필요로 하는 것처럼 말이다. JTBC의 신규 예능 프로그램 '한끼합쇼'에서는 출연 셰프가 오늘 방문한 동네에서 우연히 저녁 식사에 초대해 준 가족을 위해, 평범한 가정집에서 '집마카세(집에서 만드는 오마카세)'나 '냉털카세(냉장고를 털어 만든 오마카세)'로 따뜻한 한 끼를 대접한다. 이는 출연자와 셰프가 협력하여 당면한 끼니 문제를 재치 있게 해결하고 놀라운 미식 경험을 선사하며, 다중 카테고리 엔트리 포인트(CEP)를 충족시킨다. 프로그램은 단순한 식사 제공을 넘어, 따뜻한 마음과 예측 불가능한 상황 속의 창의성, 그리고 사람 사는 이야기에 집중함으로써 소비자의 복잡하고 다면적인 니즈를 충족시키고 있다.현대 소비자의 니즈는 복합적이고 다면적으로 진화하고 있으며, 이러한 복합적인 CEP는 브랜드가 단독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영역에 도달했다. 이에 따라, CEP 전략은 기업이나 브랜드가 단독으로 추진하는 것을 넘어, 여러 산업과 주체가 연합하는 '다중 콜라보레이션'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진화하고 있다. 소비자에게 더욱 총체적이고 깊이 있는 경험을 제공하며, 사회적 가치까지 창출하는 강력한 흐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주얼리 브랜드 티파니(Tiffany & Co.)의 뉴욕 플래그십 스토어 'The Landmark' 리뉴얼은 고객에게 '쇼핑을 넘어선 특별하고 고급스러운 문화 예술 경험'을 제공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이는 소비자의 예술적 취향과 명품적 가치를 추구하는 복합적인 CEP를 공략하려는 시도였다. 이를 위해 세계적인 건축/디자인 스튜디오(OMA, Peter Marino)와 유명 아티스트(Jean-Michel Basquiat 등), 최고급 레스토랑 브랜드(Blue Box Cafe by Daniel Bouloud)와 협력하여 매장 곳곳에 예술 작품을 전시하고, 미식과 예술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복합 문화 공간으로 설계함으로써, '티파니 세계로의 초대'라는 총체적인 CEP 만족을 구현했다.H&M 그룹은 지속 가능한 패션 산업을 위해 폐기물 관리 기술 기업(리시티 Recity), 순환 섬유 생산업체(서큘로스 Circulose), 그리고 지역 정부 및 커뮤니티 파트너와 같은 다자간 협력을 선택했다. 이 협력의 목표는 버려지는 의류를 수거하고 재활용 가능한 원료로 변환하며, 이를 다시 새로운 의류 생산에 활용하는 완전한 순환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리사이클 제품 출시를 넘어, 폐기물 감소, 재활용 인프라 구축, 새로운 소재 개발, 소비자 참여 유도 등 지속 가능한 패션과 윤리적 책임이라는 거대한 사회적 CEP를 실천하고 있다. 건축, 다중 CEP의 마법이 필요하다 집은 우리에게 가장 사적이고 친밀한 존재이다. 집은 단순한 물리적 공간을 넘어 우리의 하루가 시작되고 끝나는 삶의 배경이자, 우리 존재의 근간이 되는 특별한 장소이다. 최근에는 집과 건축의 역할이 다양하고 복잡해지면서, 삶의 유연성과 깊은 만족감을 선사하는 공간에 대한 갈망이 커지고 있다. 하나의 CEP가 아닌 여러 분야가 유기적으로 결합된, 총체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다중 콜라보레이션'이 필요하다. 이러한 다중 콜라보레이션이 어떻게 구현되는지, 집과 건축 분야의 최신 트렌드를 통해 살펴본다.공간의 유동성 증대(Fluidity of Space): 우리의 거실은 이제 더 이상 하나의 고정된 공간이 아니며, 건축가, 디자이너, 아티스트, 그리고 IT 기업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협업하여 다양한 CEP를 창출할 수 있다.오리 리빙(Ori Living, 미국): 2015년 설립된 오리 리빙은 뉴욕과 같은 대도시의 소형 아파트에 혁신적인 로봇 가구 시스템을 제공한다. 버튼 하나로 침대, 옷장, 서재, 거실 가구가 벽 속으로 들어가거나 나타나며 공간의 레이아웃과 기능을 완벽하게 바꾸는 트랜스포머 같은 인테리어가 가능하다.루이 비통 '오브제 노마드(Objets Nomades)' 컬렉션: 루이 비통은 2012년부터 세계적인 디자이너 및 아티스트들과 협업하여 여행의 정신에서 영감받은 모듈형 가구와 오브제 '오브제 노마드' 컬렉션을 지속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특히 2025년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 하이메 아욘(Jaime Hayon), 스튜디오 캄파나(Studio Campana) 등 세계적인 디자이너들이 참여하여 선보인 컬렉션은 최고급 주택의 거실에 비치되어 가구이자 아트 오브제로서 공간의 품격을 높이는 '갤러리 같은 사적 공간'으로의 변화를 이끄는 최신 트렌드를 제시한다.다니엘 아샴(Daniel Arsham) '미래의 유물(Future Relics)': 미국 현대미술 작가인 다니엘 아샴은 건축과 고고학, 팝 문화를 넘나들며 '침식되고 부식된' 오브제를 만들어내는 아티스트이다. 유명 건축가와 디자인 스튜디오와 협업하여 개인 컬렉터를 위한 주거 공간에 대규모 설치미술이나 맞춤형 가구를 디자인하는 프로젝트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그의 손을 거치면 벽면, 기둥, 테이블, 의자 등 전체 공간이 하나의 거대한 예술 작품으로 변모한다.삼성전자 'AI 홈': CES 2025에서 삼성전자는 AI 기반으로 사용자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가전들이 상호작용하며 공간을 최적화하는 미래 'AI 홈'의 비전을 제시했다. 이러한 비전은 기기 간 유기적인 연결을 통해 조명, 공조, 미디어 기기들이 사용자의 활동에 맞춰 움직이며 학습, 휴식, 파티 등 다양한 거실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공간의 '유동성'을 확대하는 데 중점을 둔다.경계 없는 공간(Boundless Space): 주방은 이제 더 이상 단순히 요리만을 위한 장소가 아니다. 경계를 없앤 주방은 소통과 창조, 힐링의 시작점이자 다양한 가치를 실현하는 삶의 허브로 변모하며, 음식, 건강, 환경, 식물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과의 협업을 통해 새로운 CEP 창출이 가능하다.발쿠치네 '로지카 셀라타(Logica Celata)': 이탈리아 명품 주방 브랜드 발쿠치네(Valcucine)의 '숨김형 주방' 로지카 셀라타는 필요할 때만 조리 공간과 가전이 나타나고, 사용하지 않을 때는 모든 것이 벽 속에 숨겨져 거실이나 다이닝 공간과 완벽하게 통합된다. 스마트폰 앱 연동으로 가전 제어 및 공간 변형이 쉽고 직관적으로 이루어지며, 빌트인 스마트 디스플레이로 주방 상태를 한눈에 보여주고 식자재 재고를 알려준다.안토니오 치테리오(Antonio Citterio) X 아크리니아(Arclinea): 이탈리아 건축가 안토니오 치테리오는 이탈리아 하이엔드 키친 브랜드 아크리니아의 컬렉션을 총괄하며 브랜드의 상징적인 존재로 자리 잡았다. 아크리니아의 콩비비움(Convivium)과 이탈리아(Italia)는 프로 셰프의 주방처럼 완벽한 기능성을 갖추면서도, 가족이나 손님들이 모여 요리하고 소통하는 '교류의 장'으로서의 개방성과 따뜻함을 동시에 구현했다.몰테니앤씨 다다의 '프라이빗 라운지 컨셉 주방': 미니멀리즘 건축가 빈센트 반 다이센(Vincent Van Duysen)의 디자인으로 유명한 몰테니앤씨 | 다다(Molteni&C | Dada)는 주방과 거실의 경계를 허물고 고급스러운 바나 라운지 공간을 주방 내부에 통합한 '프라이빗 라운지' 컨셉을 선보였다. 와인 셀러, 전문 칵테일 바 스테이션, 고급 커피 머신 등이 빌트인 되어 주방이 전용 라운지처럼 기능하며, 궁극적으로는 환대와 유흥을 위한 고급스러운 엔터테인먼트 공간으로 변모한다.바이오필릭 케어(Biophilic Care) 공간: 유럽의 하이엔드 키친 브랜드 발쿠치네(Valcucine), 보피(Boffi), 다다(Dada) 등은 주방 컬렉션 내부에 완벽하게 빌트인 된 수직 식물 재배 모듈이나, 자원 순환형 식물 재배 아일랜드를 컨셉으로 선보이고 있다. 이 컨셉은 바이오필릭 디자인을 극대화한 가구와 식물 재배 시스템이 하나로 통합된 솔루션을 제안한다. 수직 농장에서 방금 수확한 채소로 식단을 꾸미고 답답한 실내가 아닌 자연의 활력을 직접 느끼게 한다. 카테고리 엔트리 포인트(CEP)는 소비자의 복잡한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한 필수적인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건축과 마케팅의 경계를 허물고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가고 있다. 현대 소비자의 다면적인 니즈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이제 하나의 CEP가 아닌, 다양한 산업과 주체가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다중 콜라보레이션'이 필수이다. 공간의 유동성을 극대화하고 경계를 허무는 디자인을 통해 사용자의 라이프스타일에 깊숙이 스며드는 총체적인 경험을 선사하는 다중 콜라보레이션은, 단순한 기능을 넘어 소비자의 삶 전반에 걸쳐 새로운 가치와 총체적인 경험을 구현하는 핵심 동력이 될 것이다. [이미지 출처: Louis Vuitton Milan Design Week 2025] 에디터 스티브 & 두리 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