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 고층 빌딩 아래 마주한 고요의 숲 Exhibition 2024-08-15 Keywords 강혜빈 강혜빈에디터 종로 도시유적 센트로폴리스 박물관 공평동룰 전시관 보신각 청계천 미술관 종로는 대학생 때 학교가 가까워 자주 갔던 곳이지만, 졸업 후 회사에 다니면서 그저 먼 동네가 되었다. 얼마 전 지인과의 약속으로 오랜만에 종각역을 찾았다. 주변에 보신각, 청계천의 모습은 여전했는데 조금은 생경한 풍경이 보고 싶어 미술관이나 전시회를 검색해 보았다. 그래서 찾은 곳은 센트로폴리스 빌딩 지하 1층에 위치한 공평도시유적전시관. 외부에서 연결된 지하 1층으로 내려가자 도심의 소음을 뒤로한 고요의 공간이 펼쳐졌다. 지상 26층, 높이 114m에 달하는 거대 건축물 아래 1개 층을 다양한 유물들로 꽉 채운 유적 전시관이었다. 입구에 들어서자 1,150평의 투명한 유리 바닥이 펼쳐졌고, 스케일이 주는 압도감은 곧 감탄과 호기심으로 바뀌었다. 내딛는 발걸음 모두 500년 전 건물의 터이자 골목의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누가 살았는지 기록조차 남아있지 않은 집터에는 건물의 기초를 담당하는 ‘초석’과 ‘적심석’ 같은 부재들이 남아있었다. 이들의 위치, 형태는 건물의 전체적인 규모와 구조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되었다. 이뿐만이 아니라 조선시대 전동 마을 골목길의 낮은 담장,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는 언덕도 그대로 구현되었다.유적지를 온전히 품은 고층 빌딩이 흔한 풍경이 아니듯, 전시관이 탄생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시행자의 입장에서 유적지를 보존하면서까지 사업을 진행하는 것은 손실이 크다고 판단되었고 서울시에 토지 매입을 요구하며 사업 중단을 선언하기도 했다. 지난한 협상 끝에 사업자가 발굴된 유적을 전시관으로 만들어 기부채납하는 조건으로 서울시는 건물의 지상 2개 층 증축을 허가하였다. 개발과 보존이라는 상충하는 두 가지 이념이 절충되어 ‘공평동 룰’이 탄생한 순간이었다. 현재 ‘제2의 공평동 룰’이 적용되는 곳은 인사동 초입에 위치한 공평 15, 16지구다. 이곳에 2026년 25층 규모의 고층빌딩이 들어서고 지하에는 다양한 유적이 복원되어 전시될 예정이다.전시관의 마지막 코스로 기획 전시인 ‘보신각, 시간의 울림’을 관람했다. 종로의 대표 기념물인 보신각의 역할과 형태가 점차 변화하는 과정을 보면서 과거와 현재를 잇는 ‘시간’의 가치를 되돌아보았다. 문득 얼마 전 성수동 우란문화재단에서 열린 전시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를 떠올렸다. 근현대와 동시대를 아우르는 작가들이 자라온 환경을 주제로 풍경을 사유하며 창작한 작품 전시였다. 현대의 작가들은 시간과 풍경의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석하는지 볼 수 있었는데, 시간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도시 유적 전시와 맥락이 닿아 있다고 보았다. 오랜 역사를 다루는 공간인 만큼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현대의 작품 전시와 함께한다면 도시 유적을 좀 더 친근하게 느낄 수 있지 않을까. 더불어 기억 속에 남아있는 도시와 풍경을 공유할 수 있는 참여형 워크숍이 열린다면 관람객들에게 색다른 경험이 될 것이다.낮은 숨소리와 차분한 발걸음으로 명상하듯 거닐다 살며시 전시관을 빠져나왔다. 도시 유적의 잔상을 오래 간직하고 싶어 보신각이 바라다보이는 카페 ‘노우즈종로 풍경점’으로 향했다. 카페 공간 한쪽 벽면은 옛 가수들의 카세트테이프로 가득했다. 낯설기도, 익숙하기도 한 음악들이 창밖으로 보이는 종각의 풍경과 잘 어울렸다. 100년이 넘은 차나무에서 우려낸 보이숙차를 함께 맛보는 것도 추천한다. 500년 전 마을과 골목길을 보고 느끼는 도시의 이야기가 더 풍성해진 기분이다. 앞으로 이 길에 남기게 될 우리의 발자취는 시간이 흘러 어떤 흔적으로 남게 될까.공평도시유적전시관 주소: 서울 종로구 우정국로 26 센트로폴리스빌딩 지하1층운영: 09:00 ~ 18:00 (월요일 정기휴무) 보신각, 시간의 울림 (기획전시)기간: 2024.07.19.(금) ~ 2025.03.16.(일)장소: 공평도시유적전시관 노우즈종로 풍경점 (카페)주소: 서울 종로구 우정국로2길 8 3층 (종각역 4번 출구)운영: 11:00 - 21:00 20:00 라스트오더에디터 강혜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