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 플랫폼엘 전시, 무라카미 하루키: 하루키를 말할 때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 Exhibition 2026-04-04 Keywords 무라카미하루키 플랫폼엘 하루키를말할때 우리가하고싶은이야기 달리기 고양이 고양이시선 현실과비현실 재즈카페 피터캣 노르웨이의숲 바람의노래를들어라 재즈 LP음반 콜라핫케이크 태엽감는새연대기 스파게티 버섯오믈렛 완두콩샐러드 새하얀두부 생맥주 안자이미즈마루 일러스트레이션 팬톤오버레이기법 하루키식여행 신성현작가 세계의끝과하드보일드원더랜드 하변의카프카 1Q84 무라카미 하루키는 이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드물 정도로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작가다. 수많은 베스트셀러를 발표했을 뿐 아니라, 달리기, 음악 감상, 레코드 수집 등 다양한 취미로도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플랫폼엘 컨템포러리 아트센터는 개관 10주년을 맞아 대규모 기획전 《하루키를 말할 때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개최하고 있다. 전시는 그의 서사와 감수성, 인생관이 어떻게 변화하고 교감했는지를 조명하며 독자에게 그 세계관을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2층 전시실: 고양이와 함께 걷는 하루키의 궤적 전시는 고양이의 시선을 따라 여행하듯, 다양한 장르의 예술과 이야기를 통해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넘나들며 하루키의 궤적을 따라간다. 하루키 작품 곳곳에 등장하는 고양이는 그의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그는 어릴 적부터 여러 고양이를 키웠고, 고양이 이름을 따서 재즈 카페 ‘피터 캣’을 운영하기도 했다. 밤이 되면 고양이를 무릎에 앉히고 맥주를 마시며 글쓰기에 몰두하곤 했다. 그리고 그가 일본을 떠날 때, 고단샤 출판부장 ‘도쿠시마’에게 고양이를 맡기는 조건으로 쓴 장편이 《노르웨이의 숲》이다. 하루키에게 고양이는 단순한 반려동물이 아닌 인생의 동반자이며 분신과도 같은 존재로 여긴다.하루키는 소설가에게 필요한 재능, 집중력, 지구력을 꼽는다. 하지만 정작 자신은 아주 우연한 계기로 작가가 되었다고 한다. 1978년, 도쿄 메이지진구구장 잔디밭에 누워 맥주를 마시며 야구 경기를 보던 중이었다. 그때 히로시마 도요 카프의 데이브 힐튼이 안타를 치고 2루를 밟자, 문득 ‘소설을 써보자’는 생각이 스쳤다. 집에 돌아와 글을 쓰려 했지만, 제대로 된 만년필 한 자루조차 없음을 깨달았다. 급히 신주쿠 기노쿠니야 서점으로 가서 원고용지와 만년필을 구입해 발표한 데뷔작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는 그가 본격적인 작가의 길로 나아가는 출발점이 됐다.와세다 대학 문학부에 입학한 하루키는 소설가를 꿈꾸었지만, 결혼 후에는 재즈를 들으면서 돈도 벌 수 있는 길을 선택한다. 1974년, 고쿠분지 시의 임대료가 저렴한 지하 공간에 자신이 잠시 키우던 길고양이 이름을 따서 재즈 카페 ‘피터 캣’을 열었다. 이후 더 넓은 2층 공간으로 옮겨 그 카페를 7년 동안 운영했다. 첫 장편 소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로 신인상을 받았고, 두 번째 장편 《핀볼》과 단편집 《중국행 슬로보트》를 발표하며, 마침내 잘 나가던 ‘피터 캣’ 카페 운영을 멈추고 1981년 전업 작가가 되기로 결심한다.하루키에게 달리기는 작가로서의 삶과 함께 시작한 중요한 루틴이다. 장시간 혼자 앉아 글을 쓰는 생활을 오래 유지하려면 체력이 꼭 필요했기 때문이다. 매일 아침 길 위를 달리면서 글쓰기에 필요한 것들을 배웠다고 한다. 그가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 힘은 바로 이 끊임없이 이어진 일상의 반복에서 자라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전시는 와세다대학교 국제문학관(무라카미 하루키 라이브러리)과 협력해 진행되었으며, 하루키 소장품 가운데 재즈 LP 음반과 ‘노르웨이의 숲’ 해외판 출간본 42권이 함께 전시되어 전시의 특별함을 더했다. 전시장 한켠에는 하루키가 소설가로 데뷔하기 전에 직접 운영했던 재즈 카페 ‘피터 캣’에서 실제로 사용했던 LP들이 전시되어 있다. 하루키는 고교 시절부터 음반을 열심히 수집해, 약 1만5000장에 달하는 LP 컬렉션을 보유하고 있다. 그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LP 한 장을 사기 위해 하루 반나절을 열심히 일했던 시절도 있었다고 한다.무라카미 하루키 소설 속 다양한 음식들이 모형으로 재현되어, 작품의 내용을 한눈에 느낄 수 있다. 데뷔작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에서는 주인공 친구 ‘쥐’가 식사와 음료를 한 번에 해결하기 위해 콜라를 부은 핫케이크가, 장편 《태엽 감는 새 연대기》에서는 실직 후 집에 머무르던 오카다 도루가 혼자 만들어 먹는 스파게티가, 《노르웨이의 숲》에서는 와타나베와 미도리가 처음 만날 때 나눈 버섯 오믈렛과 완두콩 샐러드, 그리고 하루키가 즐기는 메뉴 중 하나인 양념 없이 그대로 맛보는 새하얀 두부와 시원한 생맥주까지 함께 전시되어 있다.3층 전시실: 안자이 미즈마루와의 35년 협업 전시장 3층에는 하루키와 35년간 작업했던 일러스트레이터 안자이 미즈마루(1942~2014)의 작품들이 마련되어 있다. 와세다대학교 국제문학관은 2023년 안자이 미즈마루 전시 이후, 유가족으로부터 기증받은 무라카미 하루키 관련 일러스트레이션 200여 점을 선별하여 전시하고 있다. 미즈마루는 하루키 소설의 수많은 삽화를 통해 그만의 독특한 선과 색감으로 하루키 세계를 시각화했다. 1981년, 하루키의 단편 소설 〈거울 속의 저녁노을〉에 들어갈 삽화를 맡아 그리면서 시작된 두 사람의 인연은 2014년 미즈마루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아름답게 이어졌다.미즈마루는 특유의 섬세한 관찰력을 바탕으로 정물, 재즈, 도시 풍경 등 일상의 소재를 단순한 선과 색으로 자신만의 스타일로 재해석하면서, 편안함과 위트를 동시에 담아냈다. 그는 색이 입혀진 필름을 칼로 오려 붙이는 팬톤 오버레이 기법을 주로 사용했다. 이후 선과 색 필름을 겹쳐 완성하는데, 투명하면서도 팬톤 특유의 매끈하고 고른 색면은 그의 작품에 독특한 선맛을 살리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컬러 시트 색면의 가장자리가 미세하게 벗어나거나 어긋난 흔적 역시 그의 작품에서 중요한 미적 요소로 작용한다. 하루키에게 여행은 일상의 익숙한 리듬에서 잠시 벗어나 다른 결로 살아보는 시간이다. 그래서 여행지에서는 글쓰기를 멀리하고, 카메라도 되도록 사용하지 않는다. 그는 눈으로 보고, 머리로 기억하며, 그 장소의 공기와 분위기를 몸으로 느끼는 데 집중한다. 즉, 하루키식 여행이란 특별한 무언가를 쌓는 일이 아니라, 평범한 일상을 한 발짝 떨어져서 관찰하며 익숙한 세계를 새롭게 바라보는 태도다.하루키의 오랜 팬인 신성현 작가는 2003년 처음 그의 소설을 만나 깊이 매료되었다. 이후 그는 작품 속 여러 장소와 하루키의 삶의 흔적을 발로 직접 찾아다니며 꼼꼼하게 기록하는 데 몰두하고 있다. 그가 사진으로 담은 순간들은, 글 속에서만 상상해오던 하루키의 세계가 실제 공간과 만나 교차하는 흥미로운 경험을 보여준다. 하루키가 본격적으로 작가가 되기 전 고쿠분지 일대 지하에서 운영한 ‘피터 캣’ 카페를 시작으로, 그가 야구 경기를 보면서 소설을 쓰기로 마음먹은 센다가야 일대의 메이지진구구장 야구장까지 직접 찾았다. 도쿄 메구로구에 위치한 일본 근대 문학관에서는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주인공 나가 즐긴 마지막 만찬 장소를, 《하변의 카프카》에서는 나가타 노인과 호시노 소년이 만난 코호쿠 휴게소를, 그리고 《1Q84》에서는 아오마메가 다른 세계로 이동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 고속도로 비상 계단의 사진까지 세심하게 담아냈다.기획전 《하루키를 말할 때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문학과 현실, 상상과 삶 사이를 넘나드는 특별한 초대의 장이다. 하루키를 오래 사랑해온 팬은 물론, 그를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도 이 전시는 새로운 감동과 영감을 선사할 것이다. 하지만 이번 전시에서는 아쉽게도 리플렛이 없어 관람객들이 전시 내용을 한눈에 살피기 어려웠고, 텍스트 위주의 구성으로 다소 무거운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또 작가의 따뜻한 체온이 느껴지는 소품이 상대적으로 적어, 하루키의 세계를 더욱 깊이 체감하기에는 조금 부족한 감이 있다. 기대만큼 다음에는 좀 더 다채롭고 생동감 있는 경험이 함께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하루키를 말할때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 전시장소 : 플랫폼엘전시기간 : 2026.03.27 ~ 2026.08.02관람시간 : 11:00 ~ 20:00 (매주 월요일 휴무)에디터 이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