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전시, 데이미언 허스트: 진실은 없어 그러나 모든 것은 가능하지 Exhibition 2026-03-29 Keywords 국립현대미술관서울 데이미언허스트 진실은없어그러나모든것은가능하지 삶과죽음 자화상 우리는모두죽는다 스핀페인팅 사랑의취약성 천년 죽음의공포 살아있는자의마음속죽음의불가능성 수조상어 침묵의사치 영생욕망 초월적믿음 과학맹신 수집과통제 욕망 알약캐비닛 집착 강박 신의사랑을위하여 욕망과무상함 나비날개 영혼과부활 죽음의역설 약국레스토랑 예술처방 리버스튜디오 작업실 리버페인팅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진행 중인 『데이미언 허스트: 진실은 없어 그러나 모든 것은 가능하지(Damien Hirst: Nothing Is True But Everything Is Possible)』 전시는 깊은 영감의 단초가 되어줄 것이다. 포름알데히드 용액 수조에 잠긴 거대한 상어와 다이아몬드로 빛나는 인간 두개골로 유명한 스타 작가 데이미언 허스트의 깊은 내면 세계를 탐험할 수 있는 전시다. 그는 삶과 죽음이 결코 분리될 수 없음을 깊이 인식하며, 죽음을 단순히 무서운 존재가 아닌, 오히려 삶을 기념하는 독특하고 창의적인 방식으로 표현한다. 이번 전시는 그의 작업이 전시장 내부뿐 아니라 과거에 머무는 한계를 넘어, 유니콘 조각 등 대형 작품들이 서울박스 공간을 가득 메우고, 작업실에서 제작 중인 작품까지 생생하게 공개되어 그 예술적 여정의 현재와 미래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1. 모든 질문에는 의심이 따른다 데이미언 허스트의 20대 작품들로 구성된 첫 번째 섹션에서 그의 중요한 예술 개념과 형성 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 20대 초반부터 세상의 주목을 받은 그는 기존 제도와 고정관념에 도전하며 자신만의 독창적인 예술 세계를 꾸준히 구축해왔다. 1965년 브리스틀에서 태어나 리즈에서 자란 그는, 반항심 가득한 시기에 드로잉이라는 표현의 자유를 유일한 탈출구로 삼았다. 그러던 중 16세 때 미생물학 공부하던 친구 따라 시체 안치소에 갔다가, 잘린 시신 머리 옆에 두고 몰래 사진 찍은 경험은 이후 그의 작업에 죽음에 대한 관심으로 드러나게 된다.[자화상, 1987] 골드스미스 대학교 시절 만든 작품으로, 작가가 자신의 셔츠에 ‘In This Dream’이라는 자수와 서명을 새겨, 철제 옷걸이에 걸어 벽에 설치했다. 이 시기 그는 다양한 조형 실험을 통해 예술적 정체성을 모색했다. [죽은자의 머리와 함께, 1991] 작가는 첫 개인전에서 10년 전 찍은 사진을 소재로 한 작품을 선보였다.[우리는 모두는 죽는다, 1985] 그는 회화에 대한 무력감을 콜라주라는 새로운 표현 방식으로 극복했다. 런던으로 이사한 후, 옆집 노인의 실종을 목격하고는 노인의 빈 집에서 모은 오브제를 콜라주 작품에 사용했고, 이를 통해 죽음으로 향하는 긴 여정을 상징적으로 담아냈다. 전시장 곳곳에서 작품을 감상하던 중, 갑작스러운 ‘펑’ 소리가 울려 퍼져 관람객 모두를 놀라게 했다. 소리가 난 전시장 중앙에 위치한 <사랑의 취약성(2000)> 작품 주위로 관람객들이 자연스럽게 모여들었다. 바로 전까지 공중에 떠 있던 풍선이 아래로 떨어져 날카로운 칼날에 닿아 터진 순간이었다. 그 후 긴 정적이 흘렀고, 작은 기계음과 함께 풍선은 다시 하늘로 떠올라 일상으로 돌아갔다. 작가는 이 퍼포먼스를 통해 삶과 죽음에 맞서는 인간의 복합적인 감정을 관람객이 직접 체험하게 하고, 그 감정을 행동으로 옮기도록 유도했다.2. 우리는 시간 속에 산다 두 번째 세션에는 죽음의 공포와 삶과 죽음의 순환을 강렬하게 시각화한 데이미언 허스트의 대형 설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그는 런던으로 이주해 본격적으로 미술을 공부하기 시작했으며, 골드스미스 대학교 재학 시절인 23세에 직접 기획한 그룹전 <프리즈(1988)>를 통해 대중의 주목을 받았다. 1990년대 초 발표한 <천 년>과 <살아 있는 자의 마음속 죽음의 물리적 불가능성>은 금기에 도전하는 파격적인 소재로, 발표 당시부터 큰 화제를 모은 초기 대표작들이다.인간은 본능적으로 죽음을 두려워하지만, 정작 자신의 죽음에 대해서는 실감하지 못한 채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이 모순적인 심리 속에서 관객은 거대한 유리 구조물 너머로 죽음의 냉혹한 물리적 실체와 마주하며, 공포와 혐오, 호기심과 불편함이 뒤섞인 복합적인 감정을 경험하게 된다. 그는 유리 구조물을 통해 관객이 작품 속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하면서 동시에 직접 개입하지 못하도록 연출한다. 이러한 물리적 경계는 죽음이라는 피할 수 없는 운명을 마주하며 살아가는 인간의 냉정한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천 년, 1990] 생명이 시작되고 생존을 향한 본능이 반복되는 가운데, 무작위적이며 냉혹한 죽음이 계속되는 자연의 엄혹함을 보여준다. 잘린 소머리와 파리 유충, 살충기로 구성된 이 설치물은 유리장 안에서 부화한 파리들이 흐르는 피를 찾아 이동하지만, 살충기에 걸리면 곧바로 죽음을 맞이하도록 설계되어 있다.[살아있는 자의 마음 속 죽음의 불가능성, 1991] 포름알데히드 용액 수조에 거대한 상어를 넣은 설치미술로, 관객에게 죽음의 공포를 생생히 전하면서도 인간이 죽음을 실감하지 못하는 내면의 역설을 드러낸 작품이다.3. 침묵의 사치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이유를 알 수 없는 불안과 죽음에 대한 공포를 안고 살아간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본능적인 두려움은 영생에 대한 갈망, 초월적 존재에 대한 믿음, 의학과 과학에 대한 맹신, 그리고 수집과 통제에 대한 집착으로 이어진다. 데이미언 허스트는 바로 이러한 인간 욕망이 만들어낸 사회적 구조에 주목한다. 가톨릭 가정에서 자란 그는 인간이 믿음을 형성하는 체계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왔다. 특히 할머니의 약장은 국민보건서비스(NHS)의 약품으로 가득 차 있었는데, 그에게는 마치 신성한 제단처럼 느껴졌다. 그의 ‘알약 캐비닛’과 ‘약장’ 연작은 의학에 대한 맹신과 그 이면에 숨은 욕망을, 그리고 삶과 운명을 통제하려는 인간의 집착과 강박을 규칙적이고 정돈된 진열을 통해 표현했다.앞면에 전시된 『신의 사랑을 위하여(2007)』는 실제 인간 치아를 품은 두개골을 백금으로 주조하고, 8,601개의 다이아몬드로 장식한 작품이다. 다이아몬드와 해골의 조합은 인간의 끝없는 욕망과 삶의 덧없음을 깊이 성찰하게 만든다. 뒷면에 자리한 『신의 무한한 권능과 영광을 묵상하며(2008)』는 수천 마리의 실제 나비 날개로 중세 성당 스테인드글라스를 재현한 삼면화다. 나비는 인간의 영혼과 부활을 상징하지만, 이 작품은 그 숭고함 뒤에 숨은 죽음이라는 잔혹한 역설을 드러낸다.데이미언 허스트는 1998년 런던 노팅힐 게이트에 자신의 작품을 콘셉트로 한 레스토랑 ‘약국(Pharmacy)’을 열었다. 당시 이곳은 런던의 핫스팟으로 주목받았지만, 5년간의 운영 끝에 문을 닫았다. 이후 공간은 갤러리 설치 장소로 다양하게 변주되며 또 다른 생명을 얻고 있다. 2026년 <약국 레스토랑의 미술관 디스플레이>에서 그는 집단적 불안의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예술이라는 처방전을 내밀며, 과학과 의학에 대한 맹신을 스스로 되돌아보게 한다.“예술은 약과 같다. 사람을 치유할 수 있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이 의학은 믿으면서 예술은 믿지 않는다는 사실이 늘 놀랍다. 그것이 무엇인지 스스로 묻지 않은 채 말이다.” - 데이미언 허스트4. 작가의 스튜디오런던에 위치한 데이미언 허스트의 작업실 ‘리버 스튜디오’를 그대로 재현한 공간이다. 이곳에는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작업들이 전시되고 있으며, 작가가 전시 직전까지 작업한 상태 그대로 미완성 작품과 작업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는 문득 자신이 오랫동안 이곳의 바깥 풍경을 바라보며 작업해왔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그 후로 3년째 ‘리버 페인팅’ 연작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여전히 작품에 부족함을 느끼며 꾸준히 색을 덧입히고, 더욱 자유롭게 붓질을 하며 완성을 향해 나아간다.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은 반복해서 덮어 가며 그리는 과정 속에서, 강물처럼 그림과 관객, 그리고 자신 사이에 흐르는 깊은 연결을 추구한다.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리는 『데이미언 허스트: 진실은 없어 그러나 모든 것은 가능하지』 전시는 아시아 최초로 허스트의 35년 예술 여정을 폭넓게 조명하는 의미 있는 자리다.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가치들을 새롭게 바라보게 하고, 예술의 경계를 과감히 확장하는 그의 도전은 관객 각자의 내면에 깊은 질문과 성찰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데이미언 허스트: 진실은 없어 그러나 모든 것은 가능하지 전시장소 :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지하1층 / 2층전시기간 : 2026.03.20 ~ 2026.06.28관람시간 : 10:00 ~ 18:00 (수,토요일 10:00-21:00)에디터 이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