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전시, 마르크 샤갈 특별전: Beyond Time Exhibition 2025-07-06 Keywords 한가람미술관 전시 마르크샤갈특별전 BeyondTime MarcChagall 미디어아트 오페라가르니에천장화 하사다의료센터 스테인드글라스 고대전통현대의조화 전쟁과이주경험 과거현재미래의공존 비텝스크의기억 라퐁텐우화 성서에칭연작 파리 빛과자유 영성 색채 지중해 기법 꽃 누구나 예술가에 대한 특별한 추억 하나씩 있을 것이다. 내게 마르크 샤갈은 학창 시절의 아련한 추억으로, 그리고 독일 여행의 깊은 여운으로 남아있다. 고등학교 시절 선물 받은 그의 그림을 노트 제일 앞장에 붙이고 다니며 파란 하늘을 유영하는 인물과 동물에게서 신비로운 꿈을 꾸는 듯한 자유를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성인이 되어 찾아간 마인츠 성 슈테판 성당의 스테인드 글라스가 만든 영롱한 빛의 푸른 실내에서 깊은 사색에 잠겼던 경험이 있다.이처럼 샤갈의 예술 세계를 깊이 있게 조망하는 <마르크 샤갈 특별전: Beyond Time>이 5월 23일부터 9월 21일까지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려 색다른 경험을 선사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거장의 미공개 작품 7점을 포함해 총 170여 점의 작품을 주제별로 구성하여 그의 방대한 예술 세계를 깊이 있게 조망할 수 있게 했다. 특히 파리 오페라 가르니에의 천장화와 하사다 의료센터의 스테인드 글라스를 미디어 아트로 재해석하여 샤갈 특유의 빛과 색을 몰입형 예술 경험으로 만날 수 있다. 20세기 격동의 시대를 살며 사랑과 기억, 꿈과 희망을 찬란한 색채로 직조해낸 그의 예술은 시간을 초월한 영원한 감동을 선사한다. SECTION 1. 비텝스크의 기억(MEMORIES OF VITEBSK)벨라투스의 비텝스크(Vitebsk)는 마르크 샤갈(Marc Chagall, 1887~1985)이 태어난 곳으로 그의 그림에도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그의 예술은 고향없이 존재할 수 없다 말할 정도로 그에게 고향 비텝스크의 기억은 창조의 원천이자 예술적 토대였다. 작은 나무로 지은집, 마당을 오가는 동물들, 러시아 정교회의 둥근 지붕, 염소와 당나귀, 연주자들은 그의 그림속에서 다시 태어난다. 그에게 기억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상상력을 통해서 다시 살아나며 이 소중한 시간을 영원히 간직하고자 했다.[러시아 마을(Russian Village, 1929), 차양 아래의 결혼식(Wedding under the Canopy, 1981] “모든 화가는 어딘가에서 태어나고, 이후 새로운 환경의 영향을 받더라도, 고향에서 비롯된 어떤 본질, 어떤 향기는 늘 그의 작업 안에 남아있기 마련입니다.” - 마르크 샤갈 SECTION 2. 볼라르 주요 의뢰 작품(VOLLARD’S COMMISSIONS)마르크 샤갈은 앙브루아즈 볼라르(Ambroise Vollard)로부터 삽화를 의뢰 받았는데, 이는 그의 경력에 중대한 전환점이 되었다. 그는 이를 계기로 파리 문화계의 중심에 자리 잡게 되었고 자신의 위치를 공고히 할 수 있었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문학작품 ‘라 퐁텐 우화(La Fontaine’s Fable)’를 유대계 러시아 화가에게 맡긴다는 것은 당시로서는 파격이었다. 그는 이야기 속 동물들에 본능적인 존엄성과 고유한 생명력을 부여하면서 우화의 본질을 시적인 차원으로 끌어올렸다. 1930년 ‘라 퐁텐 우화’ 작업 후 시작한 ‘성서(The Bible)’ 에칭 연작은 그의 가장 빼어난 성취이자 깊은 영적 영역으로의 확장을 보여준다. 그는 성서의 배경을 직접 체험하기 위해 팔레스타인으로 여행하며 종교적 뿌리와 서구 문명의 기초와 마주했다. [라 퐁텐 우화: 암사자의 장례식(The Funeral of the Lioness, 1952), 성서: 바로 앞의 모세와 아론(Moses and Aaron before Pharaoh, 1931~1958)] 마르크 샤갈의 그림에는 개인적인 해석과 시각적 상상력이 더해지면서 이야기가 살아 숨쉬는 영원한 차원과 시간의 멈춤을 가진다. SECTION 3. 파리(PARIS)‘파리는 내 마음을 비춘다’ 이 짧은 문장에는 70년간에 걸친 마르크 샤갈과 파리의 깊은 관계가 담겨 있다. 젊은 이민자였던 그에게 파리는 거대한 아카데미였고 그의 예술이 꽃피는 땅이었다. 파리가 샤갈에게 빛과 자유를 선물했다면 샤갈은 자신의 상상력으로 도시를 빛으로 표현했다. 그의 그림에서 에펠탑이 노트르담과 대화를 나누고, 생 제르맹데 프레에는 감정이 담기고, 보라빛은 해질녘의 붉은색과 밤하늘의 파랑색과 어울린다. 그에게 파리는 외부 세계와 내부 세계가 만나는 지점으로 정신적 고향이었던 전쟁으로 파괴된 비텝스크의 빈 자리를 대신하게 된다.1911년 마르크 샤갈이 처음 파리에 도착했을 때 그것은 하나의 계시와도 같았다. 파리는 곧 그의 러시아적인 감수성과 유대 하시딤 전통의 상상력이 만나는 용광로가 된다.마르크 샤갈은 1964년 문화부 장관 앙드레 말로(André Malraux)의 초청으로 오페라 가르니에(Palais Garnier)의 천장화를 그리게 된다. 220㎡의 천장화에는 모차르트, 베르디, 바그너, 베를리오즈, 라벨 등 14명의 유명 작곡가들의 작품을 색과 빛으로 표현했다.[마술피리의 기억(Souven de la Flute enchantee, 1976)] 2미터가 넘는 거대한 캔버스에는 샤갈의 기억과 애정으로 빚어진 모차르트의 오페라 '마술피리' 속 환영이 펼쳐져 있다.[오페라 가르니에의 천장화: 꿈의 꽃다발(Palais Garnier: Le Bouquet de Rêves, 1964)] 파리 오페라 가르니에 천장화 ‘꿈의 꽃다발’은 14명 작곡가의 발레·오페라 장면을 몽환적 색채로 표현한 작품으로, 무희, 악사 등이 공중에 둥둥 떠다닌다.SECTION 4. 영성(SPIRITUALITY)샤갈의 영적인 해석은 1959~1961년에 제작된 예루살렘 하다사 의료센터의 ‘예루살렘을 위한 열두개의 스테인드 글라스(The Twelve Tribes of Israel)’에서 정점을 이룬다. 그는 전통의 상징을 다시 일으켜 세우고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는 창조의 길을 선택한다. 그는 이스라엘 12지파를 주제로, 영롱한 빛과 다채로운 색채가 어우러진 황홀한 심포니로 바꾸어 놓았다. 그 안에는 수많은 박해와 유랑의 고난 속에서도 절망에 무릎 꿇지 않고 신의 약속에 흔들리지 않는 희망을 담았다.“나에게 스테인드 글라스는 내 마음과 세상의 마음 사이를 잇는 투명한 막입니다.” - 마르크 샤갈SECTION 5. 색채(COLOUR)볼프강 폰 괴테의 ‘색채론’처럼, 마르크 샤갈은 감성과 상징으로 가득 찬 자신의 색채 세계를 빛과 어둠 사이에서 태어나는 감정의 형상이자 인간 내면과 맞닿아 있는 언어로 보았다. 그에게 색은 형태의 부속적인 속성이 아니라 시각적 이야기의 주인공이었다. 전통적인 재현 방식의 틀에서 벗어난 샤갈의 색은 감정을 전달하고 에너지의 장을 형성하며, 나아가 현실을 넘나드는 구조적이고 상징적인 매개체가 된다.[보라색 수탉(The Purple Rooster, 1966~1972), 덤불 옆의 광대(The Clown by the Bush, 1975)] 샤갈은 색채를 배열해 시각적인 리듬을 만들어냈다. 따뜻한 빨강과 노랑으로 열정과 생기를 전하고, 차가운 파랑과 초록으로 신비로움과 그리움을 자아냈다.SECTION 6. 지중해(MEDITERRANÉE)지중해의 빛과 풍경은 마르크 샤갈에게 색과 형태를 자유롭게 탐구할 수 있는 영감을 주었다. 샤갈과 지중해의 인연은 1920년대 페이라카바를 시작으로, 팔레스타인과 그리스를 여행하며 이어졌고, 미국 망명 이후 프랑스로 돌아와 1966년에는 생폴 드 방스에 정착하며 더욱 깊어졌다. 그에게 지중해는 아름다운 경치나 휴식의 장소가 아닌 고향 러시아를 멀리 떠난 예술가에게 허락한 풍경이자 작업의 리듬과 형식, 감성을 함께 빚어낸 동반자였다.[마을 앞의 식탁(Table in Front of Village, 1968), 니스와 코트 다쥐르: 인어와 물고기(Nice & the Côte d'Azur: Sirene & Fish, 1967)] 샤갈은 여든의 나이에도 활기가 넘쳤으며, '지중해, 니스와 코트 다쥐르'라는 제목의 컬러 석판화 연작 12점을 제작한다.SECTION 7. 기법(TECHNIQUES)마르크 샤갈에게 기법은 그의 세계를 구성하는 하나의 표현 방식이자 내면의 감정을 가장 정확하게 담아낼 수 있는 언어였다. 그는 한 가지 스타일에 머물지 않고 자신만의 표현 방식을 찾아 끊임없이 새로운 형식을 탐구했다. 그는 수채화로 멈춰 있는 듯한 시간과 공간을 표현했고, 잉크로는 날렵하게 흐르거나 강하게 눌린 선들로 인물에 생동감을 불어넣었으며, 유화로는 샤갈 특유의 살아 있는 빛을 담아냈다.[초록의 반영(The Green Reflections, 1964), 광대(The Clown, 1967)] 유년의 기억, 성서 속의 이야기, 서커스의 생동감, 사랑의 서정 등 샤갈의 모든 주제들은 그가 선택한 재료와 기법 속에서 저마다의 다른 언어로 피어났다.SECTION 8. 꽃(FLOWERS)마르크 샤갈의 작품 속 화면을 가득 채운 꽃다발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넘어 작가의 정체성과 내면의 세계를 보여주는 중심 이미지이다. 그에게 꽃은 희망이자 유랑의 상처이며, 때로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 그 자체이기도 하다. 샤갈의 꽃은 강렬한 존재감으로 삶의 덧없음과 연약함을 상기시키면서 동시에 찰나를 견디는 생명력을 찬미하는 깊은 찬가이다.[꽃병(The Jug with Flowers, 1925), 붉은 배경 위의 꽃다발(Bouquet of Flowers on Red Background, 1970)] “꽃의 의미에 대해 오래 생각해볼 수 있지만, 내게 꽃은 그저 찬란한 행복 그 자체로서의 삶입니다.” – 마르크 샤갈마르크 샤갈은 작품에서 그의 유년 시절 비테프스크의 기억이 미래에 대한 희망과 꿈으로 이어지고, 유대 전통과 현대적 표현이 자연스럽게 공존하며 대화를 나눈다. 그는 전쟁과 이주의 아픔 속에서도 예술을 통해 희망과 사랑을 색채로 노래했고, 과거와 현재, 미래가 마치 한 화면에 겹쳐진 듯 시공간을 초월하는 시도를 끊임없이 이어갔다. <마르크 샤갈 특별전: Beyond Time>에서, 그의 예술이 펼치는 희망과 사랑을 색채로 채워 보는 건 어떨까?"마르크 샤갈 특별전: Beyond Time전시장소 :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1층전시기간 : 2025.05.23 ~ 2025.09.21관람시간 : 10:00 ~ 19:00 (매주 월요일 휴관) 에디터 이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