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전시, 캐서린 번하드: Some of All My Work Exhibition 2025-06-16 Keywords 한가람미술관 전시 캐서린번하드 KatherineBernhardt SomeOfAllMyWork 슈퍼모델 스와치손목시계 모로코전통카펫 패턴과배열중심의구도 푸에르토리코 그래피티 에어스프레이 나이키운동화 맥도날드로고 양말 두루마리휴지 소비문화 대중문화 바트심슨 가필드 세서미스트리트 머펫 포켓몬시리즈 초록의샤워실 ET 핑크팬더 살다 보면 문득 우울해지거나 위로가 필요한 시기가 찾아온다. 그럴 때 우리는 휴식과 여행을 생각하게 된다. 아름다운 풍경 앞에서 답답하고 무미건조한 일상에서 벗어나 고매한 삶을 꿈꾸기도 한다. 이럴 때 미술관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일상에서 벗어나 미술관에서 만나는 예술은 즐거움과 설렘을 선사하며, 이를 통해 휴식하고 힘을 얻을 수 있다.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6월 6일 개막한 <캐서린 번하드: Some of All My Work 展>은 세계 최초·최대 규모로 기획된 작가의 회고전으로, 뉴욕 미술계에서 떠오르는 신예로 주목받기 시작한 초기 작품부터 신작에 이르기까지 140여점을 선보인다. 캐서린 번하드(Katherine Bernhardt)는 대중문화의 상징들과 소비문화를 대표하는 일상의 사물들을 과감한 색채와 유머, 직관적인 시선과 즉흥적인 붓질로 표현하는 현대미술의 가장 역동적인 경계에 서 있는 작가이다. 전시는 작가의 삶과 작업에 영향을 준 주요 작품들을 5개 섹션 배치하여, 그녀의 변화무쌍한 예술 세계를 입체적으로 조망한다. 슈퍼모델과 캐서린 번하드의 시작 2000년 초, 막 미술학교를 졸업한 스물여섯의 캐서린 번하드는 모델들을 캔버스에 옮기며 뉴욕 미술계에 강한 첫인상을 남겼다. 그녀는 보그나 엘르 잡지의 모델들에 매료되어 이를 강박적인 팬심(Manic Fandom)으로 표현했다. 그녀는 초기 작품에서 모델들의 번진 화장과 뒤틀린 포즈를 뚝뚝 끊긴 붓질과 엉성한 구도로 거칠고 직설적으로 표현했다. 당시 미술계가 개념 미술의 영향 아래 있었음에도, 그녀가 보여준 거침과 솔직함이 새로운 변화의 시작점이 되었다.[좌측 1980, 2001, 우측 Girl, 2001] “번하드의 작업은 거칠고 본능적이며, 대담한 화가의 용기를 보여준다. 만약 그림이 배짱을 가질 수 있다면, 그녀의 그림은 분명 그것을 가지고 있다.” – 미술 평론가 제리 살츠스와치 시리즈, 그림이 된 시간슈퍼모델을 그리며 주목받던 2009년, 캐서린 번하드는 스와치 손목 시계를 그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첫아이인 칼리파(Khalifa)를 임신하며 자신의 몸과 시간의 개념에 대해 인식하게 되었고, 9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자라나는 아기를 느끼며 그림을 그렸다. 시계 시리즈는 그녀의 개인적인 시간과 함께 자신의 회화를 바꿔 놓는 중요한 시기였다. 회화의 중심이 인물에서 소비문화 속 사물로 옮겨지면서 색은 더욱 생생해지고, 붓질은 느슨하고 다채로워졌으며, 바탕은 묽고 투명해졌다.[Needless, 2009] 이 시간은 작가에게 자신의 유년기를 돌아보는 시간이기도 했다. 중학생 시절, 그녀는 주말마다 백화점에 방문하여 스와치 시계를 구경하고 디자인에 반해 손목에 여러 개를 차고 다니곤 했다. 모로코 여행은 그녀에게 회화의 방향을 확장하는 결정적인 전환점이 되었다. 베르베르(Berber)라는 모로코 전통 카펫의 손으로 짜인 거친 기하무늬와 강력한 색감의 리듬은 그녀의 그림을 인물 중심의 구도에서 패턴과 배열 중심으로 이동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모로코, 삶과 예술의 전환점에서] “모로칸 카펫은 색의 조합, 질감, 직조 기술, 그 안에 담긴 상징성 – 이 모든 것이 하나로 합쳐진 느낌이예요.” - 캐서린 번하드정글, 새로운 패턴 회화의 탄생 카리브 해에 위치한 열대섬 푸에르토리코는 캐서린 번하드의 제2의 고향이다. 2010년 그녀가 푸에르토리코에서 보내며 경험한 열대의 뜨거운 감각, 강렬한 햇볕, 활기찬 문화는 그녀의 캔버스를 대담한 색채와 리듬감으로 바꾸어 놓았다. 그녀는 야자수 잎, 꽃, 코코 리고, 바나나 등 열대의 풍경을 반복과 배열시켜 새로운 회화를 탄생시켰다. 그래피티에 사용되는 에어 스프레이를 사용하기 시작한 것도 이 시기이며, 이를 통해 즉흥적이고 리듬감 넘치는 작품을 만들었다.[좌측 Tostones, alca Puria medella, 2015, 우측 Hawaii 50, 2016] 푸에르토리코의 작품들은 단순한 열대의 풍경이 아닌, 작가가 실제로 몸으로 겪고, 느끼고, 기억한 감각의 회화적 기록들이다. 피자, 나이키, 토일렛 페이퍼캐서린 번하드는 수집광인 어머니 덕분에 어린 시절 물건들로 가득 차서 바닥에 물건을 놓을 공간도 없을 정도로 복잡한 환경에서 자랐다. 복잡한 시각적 자극에 둘러싸여 자란 그녀는 일상에서 눈에 띄는 모든 것들을 자신의 작업에 담았는데, 나이키 운동화, 맥도날드 로고, 양말, 두루마리 휴지와 같은 소비문화의 상징적인 아이템들이 캔버스 위에 등장하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은 물질주의나 상업주의에 대한 비판이 아닌, 소비문화와 대중문화에서 영감을 얻은 예술적 재창조였다.[Sacai + Cigs, 2019] 캐서린 번하드의 작업은 그녀가 자란 집과 그 안에 있던 맥시멀리스트 미학과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녀의 작업도 그녀가 자란 집과 같다. 모든 캔버스에 빈틈없이 상징과 사물을 꽉 채우는 식이다.현대 미술이 된 대중 문화의 아이콘들캐서린 번하드의 작품에는 1980년대 풍미했던 대중문화의 아이콘들이 자주 등장한다. 바트 심슨, 가필드, 세서미 스트리트와 머펫은 빼놓을 수 없는 존재들이다. 그녀는 이를 실험적인 색감과 형태로 재해석하고 자유롭고 도발적인 방식으로 변형시켰다. 그중에서도 포켓몬 시리즈는 그녀의 아들과 함께한 일상에서 비롯된 중요한 작업이다. 팬데믹 기간 동안 아들 칼리파가 수집한 포켓몬 카드가 그녀의 작업실에 가득 차면서 자연스럽게 작품 속에 등장하게 되었다. 그녀는 스프레이와 아크릴이 만들어내는 예측 불가능한 질감과 색채를 활용하여 즉흥성과 유머를 극대화했고, 캐릭터가 지닌 자유롭고 재기 발랄함을 강렬한 시각적 언어로 탈바꿈시켰다.“사람들이 전시에 가서 작품을 보면서 세상의 끔찍한 일들을 잠시라도 잊을 필요가 있어요. 색과 예술을 보면서 우리가 인간이며 세상에 선한 것이 있다는 걸 기억하는 게 중요하거든요.” - 캐서린 번하드캐서린 번하드의 세계, 예술이 자라는 곳전시의 마지막 섹션에는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에 위치한 캐서린 번하드의 작업실이 재현되어 있다. 자동차 정비소로 사용되던 건물을 리모델링한 작업실은 그녀의 삶이 고스란히 담고 있다. 겹겹이 놓인 캔버스, 늘어져 있는 페인트통, 두루마리 휴지로 쌓은 탑, 그리고 작품의 모티브가 되는 오브제들로 채워져 있다. 무질서하면서도 생동감 넘치는 이 공간에서는 그녀의 1997년 초기 작품, 핑크 팬더 시리즈, 그리고 최초로 공개되는 신작들을 함께 만날 수 있다.그리드가 그려진 초록의 샤워실은 그녀의 작품에 자주 등장하며, 작가가 실제로 그 안에서 작업을 하기도 하는 특별한 공간이다. 그녀에게 샤워실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 매개체이다. 샤워실은 예술적 영감이 샘솟는 장소이며, 그녀는 이곳에서 사물들이 샤워한다는 상상을 하곤 한다. 정사각형의 타일은 이미지가 놓이는 틀이자, 혼란을 잡는 구조 역할을 한다.우주에서 온 외계 생명체와 어린이들의 우정을 그린 영화 E.T.는 캐서린 번하드와 공통점이 많다. 일곱 살 꼬마였던 그녀에게 E.T.는 외딴 교외에서 적응하지 못하던 시절, 난생처음 깊이 빠져들고 감정을 이입했던 유일한 캐릭터였다. E.T.는 그녀 자신을 비추는 거울이자, 그녀의 회화에서는 또 하나의 자아로 나타난다.핑크 팬더는 그녀의 작품에 가장 자주 등장하는 캐릭터이며, 핑크색은 그녀를 상징하는 컬러이다. 핑크 팬더 시리즈는 핑크색으로 꾸며진 하와이 ‘핑크 팰리스 호텔’에서의 경험에서 시작되었다. 다소 비현실적인 핑크색 풍경에서 영감을 얻었고, 이를 바탕으로 그녀의 실험적인 핑크 팬더 작업이 시작되었다.<캐서린 번하드: Some of All My Work 展>은 현대미술에서 가장 독창적이고 도발적인 화가인 캐서린 번하드의 초기 작품부터 최초로 공개되는 신작까지 만나볼 수 있는 전시다. 독특하고 유일무이한 시각 언어로 ‘대중문화와 현대문화의 완벽한 교차점’을 만들어낸 그녀의 작품 세계는 관람객들을 그녀의 언어와 교감하며 에너지를 충전하는 시간을 갖게 해 줄 것이다.캐서린 번하드: Some of All My Work 展전시장소 :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3층전시기간 : 2025.06.06 ~ 2025.09.28관람시간 : 10:00 ~ 19:00 (매주 월요일 휴관) 에디터 이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