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 의정부미술도서관: 풍경을 담은 치유의 도서관 Space 2024-09-26 Keywords 강혜빈 강혜빈에디터 의정부미술도서관 공공도서관 신사실파 책위에내려앉은그림 오픈스튜디오 예술서적 어린 시절 도서관을 가려면 가파른 언덕을 한참 올라가야 했다. 시험을 코앞에 둔 주말이면 무거운 책가방을 메고 언덕을 오르곤 했다. 도서관 건물이 보이면 가장 높은 층에 있는 열람실로 향했다. 그곳엔 주변 시선을 차단한 칸막이 좌석이 있어 몰입하기에 좋은 환경이었다. 시험을 위해서는 완벽한 장소였지만 소음이 완벽히 차단된 고요함은 유독 무겁게 느껴졌다. 공부하다가 답답할 때면 책을 보거나 빌릴 수 있는 문헌정보실로 향했다. 공간 중앙에 위치한 개방형 테이블로 공부 장소를 옮겨 시선을 환기하거나, 안쪽에 배치된 책장 사이를 거닐며 답답한 마음을 잠시 달래곤 했다.시간이 갈수록 시험을 치르는 학생의 일상에서 벗어났고 나와 도서관과의 인연도 조금씩 멀어졌다. 요즘엔 적당한 소음이 있고 편한 음악이 흐르는 카페를 자주 찾는다. 가끔 책을 읽고 싶을 땐 도서관보다 가까운 곳에서 책을 대여할 수 있는 상호대차 서비스를 이용한다. 어디에나 있지만 자주 찾지 않는, 일상과 도서관이 멀어지는 현실이 조금 아이러니했다. 그리고 아직 발길이 닿지 않은 동네 어딘가 따뜻한 감정을 불어넣어 줄 도서관이 있을 것만 같았다. 나의 의문을 해결해 줄 장소를 찾고자 경기 북부에 위치한 의정부로 향했다.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 듯한 평일 오전에 ‘의정부 미술도서관’에 들어섰다. 날씨는 흐렸지만, 넓은 통창 넘어 펼쳐진 푸릇한 자연 경관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 틈으로 스며든 오전의 햇살은 건물 내부를 따스하게 감쌌다. 나도 모르게 발걸음이 창가 자리로 향했다. 발소리마저 조용하게 감추는 카펫을 밟으니 마치 아늑한 호텔 응접실에 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부드러운 바람결을 떠올리게 하는 중앙 테이블에서 뻗어 나온 곡선형 책장은 시야를 가리지 않으면서 적절히 나를 숨겨주었다. 책장 뒷면에는 미니 서재처럼 적당한 조명과 테이블이 배치되어 있어 아늑한 사색의 자리를 내어주었다.곳곳에 배치된 1인 테이블과 소파는 바람에 날려 창가 옆에 사뿐히 내려앉은 꽃잎 같았다. 책으로 가득한 도서관이지만,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까지 품는 공간이었다. 원하는 자리에 머무는 동안 조용한 유대감을 느낄 수 있었다. 라운지체어에 편하게 기대거나, 등받이가 없는 스툴에 앉는 등 각자의 상황과 몰입의 방식을 긍정하는 암묵적 공감이었다. 다양한 미술 서적이 있는 1층 공간은 회화, 조각, 공예 등 분야별 표지판이 있었지만, 원형의 책장은 책의 경계를 지우는 듯했다.자유로운 미술 광장 같은 이곳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공간이 있다면 계단 옆 전시관이다. 일정 기간 다양한 주제로 기획 전시가 열리는데 현재는 ‘책 위에 내려앉은 그림’이 오는 9월 29일까지 연장 운영되고 있다. 이번 전시는 1950년대 중반까지 존재했던 화가 동인단체인 ‘신사실파’의 미술 자료를 선보인다. 이 단체에 속했던 6인의 작가들은 자연, 가족애, 동심과 같은 주변 풍경이나 인간의 내면을 새롭게 바라보고자 했다. 단체가 활동했던 전쟁 직후, 일상을 대하는 시선에는 불안함이 깃들어 있었고 사회는 여전히 혼란스러웠다. 이런 시대적 분위기 속에서 신사실파는 예술 작품을 통해 사람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넸다.도서관은 나선형 계단을 따라 3층까지 이어져 있다. 2층의 ‘제너럴 그라운드’는 세대가 어우러지는 독서 공간이다. 일반 도서 자료는 물론 어린이 자료와 정기간행물 코너도 마련되어 있는데 자리의 구분 없이 자유롭게 앉을 수 있는 분위기다. 좋아하는 잡지를 읽으며 아이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는 가족의 모습이 이곳에서는 흔할 것 같았다. 3층은 멀티 공간으로 그야말로 ‘가능성의 확장’ 공간이다. 1층 전시관과 연계된 프로그램을 위한 구역, 작가의 창작 활동을 지원하는 오픈 스튜디오, 누군가 기증한 예술 서적들을 보관한 기증 존으로 구성되어 있다.의정부는 군사적 요충지였던 만큼, 그로 인한 아픔을 겪은 곳이다. 지역의 이야기를 마음속에 새기며 도서관을 거닐 때, 이곳은 마치 자연의 색을 품은 치유의 공간처럼 느껴졌다. 언제나 그 자리에 머물 것만 같은 자연도 계절이 바뀌고 해가 갈수록 조금씩 변한다. 계절의 색이 바뀌면 의정부미술도서관은 어떤 모습일까? 우리 주변의 모든 것은 변하고 때로는 혼란의 시기를 겪기도 하지만, 이 또한 받아들이고 적응하는 과정일 것이다. 언젠가 이곳을 다시 방문했을 때 변화하며 나아가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될까? 의정부미술도서관위치 : 경기도 의정부시 민락로 248운영 : 평일 10:00 – 21:00 매주 월요일 휴관, 법정공휴일, 국경일 휴관 <책위에 내려앉은 그림> 전시기간 : 2024.06.04 ~ 2024.09.29장소 : 의정부미술도서관 1층 에디터 강혜빈